평소 결벽증에 가까울 정도로 완벽한 한 남자가 있었다.

그는 부인과 딸에게도 늘 완벽함을 강조했다. 단 하나의 조그마한 빈틈도 전혀 용납하지 않는 너무 깔끔한 아빠였다.

퇴근해서 집에 오면 군대 내무반도 저리 가라 할 정도로 집안 상태를 점검하는 것이 그의 일과였다.

집안의 높고 낮은 한 군데라도 손가락으로 만져 먼지가 있으면 안 되고, 물건 하나라도 제자리에 놓여 있지 않으면 용납하지 않는 성격의 소유자였다.

결벽증(潔癖症)이란? 강박장애의 일종이다. 지나치게 깔끔함을 추구하는 병 혹은 성격을 말한다. 정리 정돈에 집착하거나 세균 오염을 두려워하거나 혐오하며 소독에 집착하는 등. 전자와 후자의 증세가 반드시 같이 나오는 것은 아니다. 영어로는 병명의 경우 Mysophobia, 성격의 경우 Fastidiousness라고 한다.

영화 나이스 가이 -악당 보스가

결벽증이 심해서 찾아온 손님들에게까지 양말을 새것으로 신고 집안에 들어오게 해서 나중에는 "이들이 왜 아주 온몸을 죄다 감싸고 들어오라고 해야지?!"라고 투덜거린다. 그래서인지 마지막에 성룡이 악당 보스를 차량으로 밀어붙이며 깔리는데, 안 죽고 옷이 죄다 찢어진 채로 지저분하게 땅에 깔려버린다. 본인에게는 그런 게 죽을 것 같은 고통인지 엉엉 우는 장면이 생각난다.

결벽증 소유자 그의 부인과 딸은 매일 초긴장 속에 살아야 했으며, 남편의 눈에 무엇 하나 거슬림이 있으면 구타와 욕설로 집안 분위기는 살벌했다. 식사 중에 어린 딸이 밥알 한 톨이나 반찬이라도 흘리면 순식간에 집안은 공포 분위기로 바뀌었다.

아빠는 딸의 입술이 새파랗게 질리도록 혼을 냈고, 딸아이는 계속 긴장 속에 본인도 잘 모르게 반찬을 흘리기도 했다. 그런 생활 속에 질린 엄마는 어린 딸을 데리고 무작정 가출을 하여 며칠에 걸려 아는 사람이 아무도 없는 곳에 도착을 했다.

남편이 손이 미칠 수 없는 이곳에 이르러서야 두 사람은 평화를 찾은 듯 했다. 하루는 딸아이가 등교를 서두르는 중에 딸이 하얀 식탁보에 초코우유를 엎질렀다. 순간 자신의 실수에 놀란 딸이 엄마의 눈치를 보며 새파랗게 질려있었다. 엄마는 딸의 그 모습을 보며 갑자기 웃음을 터뜨렸다.

“얘야, 그것은 실수일 뿐이야. 왜 그렇게 놀래? 이제 우리 실수를 혼낼 사람은 아무도 없단다. 실수는 그냥 실수이거든” 엄마의 말을 들은 딸은 떨어지는 눈물을 닦으며 “엄마, 아빠가 없으니까 참 좋다! 그치”라고 했다.

그리고 모녀는 큰소리로 서로를 감싸며 함께 웃었다. 아마도 딸아이는 이날이 삶에 평화와 안식을 찾은 날이라고 ‘결코 잊을 수 없는 날’이란 글을 남기기도 했다.

세상에 완전한 가정이란 있을 수 없다. 먼지 하나 없는 집에 살고 있는 사람도 없다. 아무리 완벽한 환경을 가지고 있어도, 그 안에 사는 사람들이 행복하지 않으면 그 좋은 환경은 전혀 의미가 없다.

차라리 불완전한 환경 속에서 행복하게 사는 것이 더 낫다고 생각한다. 사람들은 완전한 환경을 가꾸기 위해 다른 사람에게 아픔을 주지만, 완벽한 환경보다 사람을 사랑하는 것이 먼저라는 것을 알아야 한다.

우리가 자신의 생각과 의견을 다 말하지 않고, 고집을 부리지 않고, 욕심을 채우지 않아야 할 이유는 우리의 목표가 환경이나 여건, 문화 수준이 아니라 사람 자체이기 때문이다. 어리석은 사람들의 목표는 보다 나은 환경과 물리적인 것보다는 나은 생활과 안락한 인생일 것이다.

그러나 사람이 살아가는 궁극적인 목표는 평안과 안식을 얻는 것이다. 어리석은 사람이 한 마디를 참는다면, 지혜로운 사람은 열 마디를 참는다. 자신의 욕구를 참지 못하는 사람은 버림을 받게 된다.

생을 살아가면서 완벽을 추구하는 남편은 부인과 딸이 가출했다고 생각하겠지만 그는 부인과 딸에게 버림받은 사람이다. 그가 중요시하는 것은 부인과 딸이 아니라 집안의 청소상태뿐이었던 것이다.

그는 무엇이 그리 중요한지를 잘 모르는 어리석은 사람이었다. 자기 욕구에 사로잡힌 철없는 어린아이와도 같은 사람이다. 그는 부인과 딸에게는 필요한 아빠가 아니라 없어져야 할 아빠였던 것이다.

우리 스스로 욕구와 욕심을 버리지 못하면 결국은 모두에게 버림을 받는 결과를 가져올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