왕이라는 실체적 존재가 없어진 대신 공주병, 왕자병, 왕비 병까지 앓고 있다
여의도 정치 모사꾼들이 늘 입에 담고 행하는 거짓말은 유권자와 시민들의 ‘심부름꾼’이라는 말이 진실이 아니었음을 깨닫는 정치의 계절로 돌아오는 순간 우리는 또 심란하고 허탈해진다.
속으론 심부름꾼이 아닌 왕의 대접을 받고자 하는 정치모사꾼들이 우리 주위에 쫙 깔렸다. 이제 왕도, 왕비도, 공주도 다 털어버리고 유권자와 시민들의 진정한 이웃의 보통 사람으로 살아갈 사람다운 선량을 내년 총선에서는 뽑자.
몇 년 전 TV의 커피 광고에서 젊은 여성이 차를 몰고 시골길을 가다가 어떤 잘생긴 남자에게 차를 세워 길을 묻는 장면이 나온다. 잘생긴 남자는 그 여자에게 길을 가르쳐 주면서 이러한 광고 맨트를 한다.
왕비는 아무하고도 어울릴 수 없기 때문에 친구도 없다. 화려한 옷을 입고 호화스럽기는 하지만, 마음을 열고 대화를 나눌 수 있는 사람이 부족해서 늘 외롭다. 정말 왕이라도 자기 부인에게는 왕비 대접을 해주지 않는다. 그런데 어느 남편이 왕도 아닌 자기 부인을 왕비처럼 대접하겠는가.
남자들도 마찬가지다. 자신이 왕 같은 대접을 받으려고 하면 결코 행복한 가정을 만들 수 없다. 누구라도 결혼을 하면 화장실 청소도 해야 하고, 집안에 막힌 하수구도 뚫어야 하고, 망치로 벽에 못을 박다가 손가락을 때려보기도 해야 한다. 그래야 가정이 편안해진다.
전통적인 한국 가정이 따뜻하지 못한 이유는 남편들이 집안에서 대접받는 왕 노릇을 해왔기 때문이다. 가부장적인 사회가 점점 여성 상위시대로 바뀌어 가고 있지만 아직도 남성의 권위를 내세우려는 남자들 때문에 여성들이 피해를 보는 경우가 더러 있다.
현대사회는 세계적 추세로 왕이라는 실체적 존재가 없어진 대신 모든 사람들이 공주병, 왕자병, 왕비 병까지 중병을 앓고 있다. 어디서든 최고의 대접을 받으려고 애를 쓴다.
우리 사회 주위에는 모두 자신을 서운하게 하는 사람들뿐이다. 우리는 스스로 이렇게 대단한 사람으로 여기기 때문에 사소한 생활 속에서의 작은 기쁨으로는 행복할 수 없다. 평범한 관계로는 만족하지 못한다. 지금은 존재하지 않는 이전의 왕들이 누렸던 그 화려함 속에서 행복을 찾으려 한다.
그래서 왕이 되지 못해도 왕과 비슷한 행세를 하려고 한다. 그래서 각자 서로가 조금만 양보하고 관심을 가져줘도 흔하고 흔한 이혼만은 막을 수 있을 텐데 말이다. 우리 사회의 가장 흔한 이혼 사유로는 성격 차이 49.7%, 경제문제 14.6% 순으로 전체 이혼 사유의 64.3%를 차지한다는 것이다.
역사적으로 예수그리스도는 가장 비극적인 임종을 맞은 분이지만, 스스로 종으로, 남을 섬기는 자로 세상을 살아가다 돌아가신 분이다. 십자가에 참혹하고 억울하게 처형을 당하면서도 ‘다 이루었다’는 말씀과 함께 만족스러운 운명을 맞을 수가 있었다.
우리가 스스로 왕으로 인식한다면 우리 삶 속에서 생기는 일들이 우리의 친구가 아니라 우리를 종이나 아랫사람으로 생각하기 때문이다. 반대로 우리가 스스로 종과 같이 낮은 사람으로 인식한다면, 작은 일 하나하나에서도 행복을 발견할 수 있다.
우리 주변의 모든 사람들은 우리가 편하게 생각하고 우리에게 다가와서 함께 있어 주기를 기대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