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부는 왜 출산정책을 실패했는지부터 되돌아봐야
제22대 4월 총선을 40여일을 앞두고 정치권에서는 미래 국가소멸 위기 탈출을 위한 '저출생 대책'이 마구 쏟아지고 있다. 통계청 추계를 보면 우리나라 합계출산율은 올해 처음 0.6명대를 기록할 것으로 예상된다.
출산율이 0점대로 내려가면서 해외 석학까지 한국 출산율을 보며 '한국은 망했다'고 표현할 정도다. 이는 십수년간 시행한 출산장려정책의 총체적 실패를 의미한다.
정치권은 또 이를 만회해 보겠다며 여러 대책을 발표하지만, 현장에서 느끼기에는 현실감 없는 탁상공론에 불과했다. 역대 정부는 보건복지부, 여성가족부, 기획재정부 등 그 많은 공무원들이 책상에 앉아 출산율 증가를 홍보만 했지, 실질적인 효과를 보지 못한 건 탁상행정에 그치고 만 것이다.
지난 문재인 정부에서는 출산장려정책으로 공무원 숫자만 늘여 그들이 행하는 일이 무엇인지 출산정책 하나 제대로 못 내놓으면서 국고만 축내는 공무원들이 아직도 각 부처에 수두룩하다. 더구나 중앙정부의 지시를 받은 지방정부 역시 대책이 없이. 중앙정부 핑계만 댄다.
역대 정부마다 모두 저출산 대책을 세웠다고 난리 법석을 떨었지만, 그 많은 돈이 어디에 쓰이고 어떤 효과를 내었는지 검증은 아예 없다. 밑 빠진 독에 물 붓기식의 예산만 쓰고 결과가 없다면 감사원은 검증에 들어가 실제 저출산 예산을 어떻게 어디에 썼는지를 특별 감사해야 한다.
저출산 예산들을 따져보면 저출산과 직접적인 관련이 없는 정책들이 허다하다. 청년교육을 강화해 고용, 결혼과 출산으로 선순환시키겠다는 ‘교육과 고용의 연결고리 강화’ 정책만 해도 취지는 그럴듯했지만 예산은 교육부가 추진하는 사업에 쓰였다.
각 부처들이 저출산 해소 명목으로 예산을 따낸 뒤 관련 없는 사업에 수천억원을 펑펑 써도 무탈했다. 이제 각 사업에 대해 원점에서 재평가해 ‘무늬만 저출산 대책’ 등에 대해 구조조정을 해서 예산이 제대로 쓰이도록 감시 감독을 철저히 해야 한다.
작금 정부에서 발표하는 양육지원 대책의 실효성도 의문이다. 아이 키우기 좋은 환경을 만들면 아이를 많이 낳으리라는 정부 대책은 코끼리 다리 만지는 격이다. 어떤 사람은 코끼리 코를 만지고, 어떤 사람은 코끼리 뒷다리를 만져 각자 다른 의견을 내놓는다면 결과는 코끼리인지 코뿔소인지 답은 다를 것이다.
저출산은 일자리, 집값, 사교육비, 여성들의 일과 가정을 양립하기 어려운 환경 등 우리사회의 구조적 문제는 저출산을 막을 도리가 없다. 그럼 어떻게 해야 하느냐는 머리 좋은 공무원들이 지혜를 짜내야 한다. 미래 국가의 명운은 출산율을 높이는데 있다. 이대로 가면 전쟁 없는 망국으로 가는 길이다.
옛 로마가 망한 가장 큰 이유는 인구감소에서부터 시작됐다. 인구감소야말로 망국으로 가는 길이다. 정부와 기업들이 출산을 약속할 경우 대출을 해주고 자녀 수에 따라 최대 대출액 전액을 탕감해주는 '헝가리 저출생 대책'이다. 아이를 낳기로 약속할 경우 40세 미만 여성을 대상으로 최대 한화 4천만원을 대출해주고, 향후 출산 횟수에 따라 이자나 원금을 경감해주는 형식이다.
헝가리는 이를 통해 2011년 1.23명이었던 합계출산율이 2020년 1.56명까지 오르는 등 일정 부분 효과를 거뒀다. 이를 국민의힘 나경원 전 의원에 이어 민주당이 벤치마킹해 내놓았다. 그 탓에 총선용 포퓰리즘이라는 비판을 받는다.
저출생 문제는 단순히 '여성이 왜 출산을 하지 않는가?'에 대한 문제가 아니다. 일자리와 내 집 마련 등의 문제로 결혼이 줄거나 늦어진 데다, 물가는 물론 막중한 교육비 등의 부담으로 아이를 낳지 않는 것을 선택하는 부부까지 늘고 있어서다. 또한 '노키즈존' 등 출산을 장려하지 않는 사회적 분위기도 출산 기피에 한몫 한다.
결혼을 하지 않아도 아이를 낳지 않고도 가정을 인정받고 결혼 가정과 동일한 지원을 받을 수 있다는 점 역시 우리 사회가 고민해 봐야 할 지점이다. 이미 시행 중인 저출생 대책이 제대로 지켜지지 않는 것은 더 큰 문제다. 가장 기본정책이라 할 수 있는, 남성의 육아휴직에도 여전히 부정적인 입장을 보이는 기업체들이 많다.
실제 고용노동부가 지난해 발표한 '2022년 기준 일·가정 양립 실태조사' 결과를 보면 육아휴직 제도 관련 '필요한 사람은 모두 사용 가능하다'고 밝힌 사업체는 전체 응답자의 52.5%로 절반에 그쳤다.
특히 기업의 규모가 작을수록 휴직에 부정적인 것으로 드러났다. 이러한 상황에선, 백약이 무효하다는 지적에도 공감이 간다. 새로운 대책도 좋지만 기존 정책의 실패 이유부터 찾는 게 급선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