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기요금 통합징수 '수신료 분리' KBS “보지도 않는데 수신료 강제징수” 수술대.
시민단체를 중심으로 KBS 수신료를 납부하지 말자는 시민운동이 시작된 것은 신군부 시절인 1980년대 초로 거슬러 올라간다. 전남 지역에서 시작된 거부 운동이 점차 확산돼 1986년 1월 ‘KBS TV 시청료 거부 기독교 범국민운동본부’ 발족으로 이어졌다.
‘땡전 뉴스’로 상징되는 친정부적 편파 보도에, 광고는 광고대로 한다는 불만이 이유였다. KBS는 스스로 광고를 줄이며 국민 요구에 부응했지만 역부족이었다. 수신료 징수액은 1985년 1,196억 원에서 1987년 1,012억 원, 1989년 790억 원으로 급감했다.
1994년 KBS는 수신료를 전기요금과 통합징수하는 방안을 도입함으로써 53%로 떨어졌던 징수율을 끌어올리고 징수비용도 크게 낮췄다. 하지만 편파 보도에 대한 불만과 수신료 인상 반대, 분리 징수 요구까지 사라지지는 않았다. 진보 정권이 들어서자 보수 단체들이 나섰고, 보수 정권으로 바뀌면 다시 진보 단체가 중심이 됐다.
KBS 수신료 분리 징수 핵심엔 늘 공정성 이슈가 있었고, 참정권 운동이라는 의미가 부여되기도 했다. 최근 KBS 수신료 분리 징수 움직임은 대통령실이 문제를 제기했다는 점에서 이례적이다. 용산 대통령실은 수신료 징수방식 개선을 국민제안 홈페이지 국민 참여 토론에 부쳐 9일까지 한 달간 추천 5만6,226건, 비추천 2,025건을 받았다.
중복 참여를 막지 않고 표본추출도 하지 않은 단순 여론조사이지만 이를 바탕으로 대통령실이 국민제안 심사위원회에 보고해 방송통신위원회 등에 권고안을 보내면 분리 징수가 실행될 수 있다. KBS 재원의 45%에 달하는 수신료 수입이 위기에 처하는 것이다.
과거 시민들이 주도한 수신료 거부 운동은 공영방송으로서 제 역할을 다하라는 의미였는데, 대통령실이 주도한 분리 징수 압박은 무엇을 위한 것일까. 1999년, 2008년 통합징수가 합헌이라고 판결한 헌법재판소는 KBS 수신료는 시청의 대가가 아니라 공영방송 사업이라는 공익을 위해 부과되는 특별부담금이라고 했다. 정부가 헌재 판결의 취지마저 거스르며 공영방송을 벼랑 끝으로 밀고 있다.
KBS 공영방송은 여야 모두에게도 무서운 존재, 불편한 존재, 국민을 대신하여 정치, 경제, 사회의 권력을 감시하여 국민의 알권리를 충족시켜주는 존재가 되어야 한다. 그리고 사회적 약자 소수자를 위한 정보, 그들을 위한 여론 형성을 적극적으로 임하는 것이 공영방송이다.
그런데 공영방송이 자신들의 입맛 자신들의 정책에 불편한 내용을 공영방송이 하는 것을 불편하게 여기고, 자신들이 아픈 보도에 대해서 편파 왜곡 보도라고 하는 것은 정치인의 바른 행태가 아닐 것이다.
작금 어느 정권이든 언론은 매우 불편하다. 언론이란 태생부터 정권을 감시하는 존재이니 언론과의 팽팽한 긴장 관계를 갖는 것이 오히려 정상이다. 그런데 그 불편함에 불쾌감을 갖고 언론을 장악하려고 하는 정신 사고를 간직한 정치인들의 사고가 정상이 아니라 판단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