차분히 조용히 유세 차량에서 흘러나오는 음악 볼륨도 낮추어라.
-총선 앞두고 '막말 금지령' 본격.
-점점 거칠어지는 여야 입 “한방에 간다”
-과거 노인폄하 선거 운명 갈라.
-황교안 n번방 가해자 두둔 발언 정치권 일파만파.
-통합당 내부에서도 비판 목소리 흘러 나오고 있다.
-여야 지도부 말실수에 총선판도 뒤집힐라...'막말금지령" 발동
2020년 어제 4월 2일 부터 제21대 공식 총선거운동이 시작됐다. 2일을 시작으로 4.15총선 선거운동이 개시됐다. 역대 선거는 시작 첫날부터 떠들썩한 유세 운동이 한창이었지만 올해는 어느 선거 때보다 조용한 분위기다.
코로나19 사태로 지난 총선에 비해 거창한 출정식 등이 축소된 모습이다. 출마 후보자들은 악수 대신 주먹을 맞대고 마스크를 낀 채 안부를 물었다. 마스크와 장갑을 착용한 후보들은 큰 소리로 이름을 외치거나 유권자들에게 일일이 명함을 건네지 않았다.
일부 정당은 이곳저곳을 방문하며 홍보 운동을 하는 대신 마을을 돌며 쓰레기 줍기, 방역 등의 봉사활동을 선택하기도 했다. 아예 소독 방역봉사단 발대식을 열고 방역 활동에 나선 곳도 있다.
상가와 다중이용시설을 방문해 한 명 한 명에게 인사를 나누는 운동 역시 사라지지는 않았다. 하지만 여느 때보다 조심스럽게 접촉을 피하는 모습이다. ‘조용한 선거’로 차분하게 표밭을 일구기 시작한 것이다.
2일 0시부터 선거일 전날인 14일까지 누구나 위법이 아닌 선에서 자유로운 선거운동이 가능하다. 후보자의 명함 배부와 현수막 게재, 휴대용 확성장치를 이용한 공개 장소의 연설도 가능해졌다.
공식 선거 이전부터 국회의원 예비후보들과 후보들이 곤란을 겪었다. 사회적 거리두기로 예전처럼 시민들과 악수하고 이야기를 나누며, 단체 행사 등을 열기가 어려웠던 탓이다. 특히나 새로 정치권에 나서 얼굴을 알려야 하는 신인 후보들은 더욱 울상이었다.
명함을 들고 거리로, 도로로 나가 홍보를 하더라도 얼굴 반을 덮은 마스크가 후보들의 얼굴을 가렸다. 이에 정당과 후보자들은 일찍이 인터넷과 SNS를 이용한 홍보로 눈을 돌렸다.
보도자료와 SNS홍보, 유튜브 방송 등을 이용한 홍보가 주가 되자, 선거운동의 방향이 바뀌었다. 이번 코로나19 사태가 지나간 후에도 이 같은 온라인 홍보의 중요성은 더욱 커질 것으로 보인다.
이런 가운데 ‘눈치 없이’ 떠들썩한 유세를 택할 후보는 많지 않다. 대면 접촉을 최소화하는 방향으로 홍보를 시작하되, 시민들의 눈총을 받지 않으려 노력해야 한다. 유세 차량에서 흘러나오는 음악은 볼륨을 낮췄다.
거리에서 사라진 율동 대신 가벼운 인사와 정중하게 고개를 숙이는 인사가 늘었다. 선거운동원 규모도 기존 총선보다 줄었고, 이들도 서로 떨어진 채 차분하게 유세를 시작했다.
이는 지극히 올바른 선택이다. 이미 많은 단체와 대부분의 시민들이 사회적 거리두기에 동참하며 그 불편과 고통을 분담하고 있다. 그 날만을 기다려왔을 지역의 축제도 줄줄이 취소되고, 지역 경제의 핵심인 관광 마케팅과 농산물 판매도 심각하게 축소됐다.
시민들은 찬란한 봄꽃이 피어도 마음 놓고 꽃구경을 나갈 수가 없고, 새학기를 맞은 아이들은 아직도 새 책가방을 써보지 못했다. 이런 가운데 ‘욕심’에 눈이 멀어 떠들썩한 유세를 선택하면 오히려 역효과가 날 것이 불을 보듯 뻔하다.
바깥 활동을 줄이려 답답한 마스크를 쓴 채 서둘러 거리를 지나가는 시민들의 눈에 선거운동원들이 바글바글 모여 큰 소리로 떠들어대고 있는 모습이 좋게 보일 리 없다. 솔선수범이라는 말이 어울린다.
유권자들의 표심을 얻기 위해서도 맞지만, 국민들을 위해 일할 사람의 후보라는 점만으로도 누구보다 사회적 거리두기에 앞장서야 할 사람들이다. 모두가 같은 상황이고, 같이 어렵다.
출마 후보자들 역시 코로나19 사태라는 똑같은 선상에서 출발했다. 후보자들의 ‘조용한 유세’를 환영하며, 앞으로도 대선, 지선 총선, 보궐 등 일정들이 이 같은 분위기가 이어지기를 기대하고 바란다.
■ 생각없이 쏟아지는 ‘말실수’에 여야 긴장
일부 후보자들의 '입'이 거칠어지고 있다. 여야 당 지도부와 후보들의 발언이 연일 위험 수위를 넘나들고 있다. 막말정치는 사회관계망서비스(SNS)의 활성화로 오프라인을 넘어 온라인에까지 진입했다.
말 한마디, 글 한소절로 선거에서 ‘한방에 갈’수 있다는 우려에 공식 선거운동이 시작된 2일, 여야는 ‘막말 금지령’을 발동했다.
지난 달 31일 인천 연수갑에 출마한 미래통합당 정승연 후보는 ‘인천 촌구석’ 발언으로 지역을 비하했다는 비판을 받았다.
같은 날 통합당 공식 유튜브 ‘오른소리’ 진행자는 문재인 대통령을 향해 “임기가 끝나면 교도소에서 무상급식을 먹이면 된다”고 말해 논란을 자초했다.
박형준 통합당 공동선대위원장은 사과하며 “당원과 지지자들은 말 한 마디가 선거 판세를 좌우할 수 있음을 숙지해야 한다”고 '경계령'을 발동했다.
조수진 미래한국당 수석대변인도 논평에서 “대변인의 논평이 막말을 가열시킨다는 비난을 받지 않기 위해 노력하겠다. 비판과 비난은 다른 것”이라는 말을 덧붙였다.
‘말실수’는 당 지도부도 피해갈 수 없다. 당 대표는 상대적으로 많은 발언권이 있고 주목을 더 받는 만큼 조금의 실수도 용납되지 않는다.
황교안 미래통합당 대표가 n번방 가해자를 두둔하는 듯한 발언을 하면서 정치권에서 일파만파 번지고 있다.
황 대표는 지난 1일 방송기자클럽 토론회에서 n번방에 대해 “호기심으로 방에 들어왔다 그만둔 사람들에 대해서 (법적) 판단이 다를 수 있다”고 언급했다. 이 발언이 나가면서 n번방 가해자를 두둔하는 듯한 발언을 했다면서 논란이 일어났다.
그러자 황 대표는 이날 오후 황급히 “법리적 차원의 일반적인 얘기”라며 “가해자 및 참여자 모두 무관용 원칙으로 철저한 수사와 단호한 처벌이 필요하다는 확고한 입장이다”라고 해명했다.
황교안 통합당 대표는 “‘호기심에 ‘n번방’ 입장한 사람은 처벌 달리할 수 있다” “교회 내 코로나19 감염 거의 없다” 등의 발언으로, 이해찬 더불어민주당 대표는 “선천적 장애인은 의지가 약하다” “제 딸 경력단절 뒤 열심히 안 한다” 등으로 물의를 일으켰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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