산불의 원인을 철저히 밝혀내는 것 역시 예방 등에 있어 중요한 일.
오늘 13일 오전 9시. 드디어 울진·삼척의 산불 재난사태가 해제됐다. 산불이 발생한지 무려 213시간만이다.
이번 재난사태 선포는 역대 네 번째였다.
재난사태는 극심한 인명·재산 피해가 발생하거나 발생할 것으로 예상돼 시·도지사의 건의 또는 중대본 본부장이 피해 경감을 위해 긴급조치가 필요하다고 인정하는 재난이 대상이다.
2005년 4월 강원 양양 산불과 2007년 12월 허베이스피리트호 유류 유출사고, 2019년 4월 강원 일원 산불 당시 재난사태가 선포됐었다.
소방 당국에서는 지난 4일 동원령 1호를 4차 발령한 데 이어, 5일 동원령을 2호로 격상해 총력을 기울였고, 지난 4일부터 13일까지 경북 지역 산불에는 총 연인원 6972명, 장비 2599대가, 강원 지역 산불에는 연인원 3158명, 장비 851대가 배치됐다.
특히 이번 산불은 주불 진화까지 213시간이 걸리며 역대 최장 산불로 기록됐다. 213시간동안 화마가 숲과 산을 태우고, 갖은 시설과 집을 삼키며 끊임없는 피해를 냈다. 또 주불이 잡혔음에도 불구하고 피해 구역이 워낙 넓다보니, 남은 불씨를 모두 제거하는 데에는 또 수일이 필요할 것으로 보인다.
아쉬운 것은 산불을 미리 예방하지 못한 것과 비 한 방울 없었던 지난겨울 날씨, 또 부족한 관심이다. 현재 산불 발생 원인으로는 주변을 지나던 차량에서 버린 담배꽁초가 유력한 것으로 보고 있다.
순간의 부주의가 이토록 대형 피해를 만들어낼 것이라고는 생각지 못한, 아주 사소한 일이기 때문에 더더욱 아쉽게 느껴진다.
또 최악의 가뭄을 겪었던 지난겨울 탓에 바싹 말라있던 산이 순식간에 타들어간 것 역시 마음 아프다. 불이 발생했을 때에도 건조한 강풍이 연일 불어 불이 더 빠르게 번졌던 것 역시 대형 산불이 일어난 원인으로 꼽힌다.
이번에는 다행히 인명피해는 없었지만, 산불로 집이 불에 타면서 337명의 이재민이 발생했다. 이들은 삶의 터전을 잃고, 오래 전부터 가꿔오던 집과 밭, 농장을 잃었다. 이외에도 한울 원전이나 삼척 LNG 가스기지, 문화재를 다량 보유한 불영사, 울진의 자랑인 금강송 군락지들도 모두 화재 피해를 입을 뻔 했던 심각한 상황이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인근 지역 외에는 산불에 큰 관심을 갖지 못했던 여러 상황들이 안타깝게 느껴진다. 아직도 수도권에서는 울진 산불에 대한 피해와 심각성을 잘 인지하지 못하고 있는 것 같다.
수도권의 상황에 맞춰진 기사들은 이번 산불의 피해 규모를 보도하면서도 ‘여의도의 몇 배 면적’, ‘서울의 몇 배 면적’ 등의 표현을 사용한다. 실제 피해지역은 물론 지방에 거주하는 국민들 중 이 같은 표현을 보고 규모를 제대로 가늠할 수 있는 사람은 몇 명이나 될지 궁금하다.
남은 것은 이재민들을 포함해 화재로 피해를 입은 지역민들을 제대로 지원하는 것, 그리고 같은 일이 또다시 일어나지 않도록 산불 예방에 만전을 기하는 것이다. 또 산불의 원인을 철저히 밝혀내는 것 역시 예방 등에 있어 중요한 일이 된다.
오늘 13일, 약한 비가 내렸다지만 여전히 강수량이 부족하다. 올겨울 대구경북은 너무나도 많이 불탔다. 이제부터라도 산불이 가장 많이 일어나는 봄을 맞아 앞으로 일어날 산불들을 미리 예방하는 데에 주력해, 더 이상의 화재 피해가 발생하지 않도록 해야 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