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북울진 산불 다시 남하 초비상…이틀간 진화 사투에도 불길 못 잡아
전국적으로 산불이 꺼지질 않는다. 크고 작은 산불들이 전국에서 마치 비 한 방울 없던 올겨울의 가뭄을 비웃듯 계속해서 확산해서 번지고 있다.
특히 울진에서 일어난 불은 올겨울 발생한 산불 중 가장 심각한 수준이다.
지난 4일 오전 울진군 북면의 한 야산에서 시작한 산불은 강풍을 타고 동해안을 따라 번지며 강원 삼척과 동해의 산과 들을 태우고 있다.
경북 울진에서 지난 4일 오전 발생한 산불이 강한 바람을 타고 강원 삼척으로 북상했다가 5일 다시 무서운 기세로 남하해 울진읍까지 위협하면서 진화에 어려움을 겪고 있는 가운데 당국이 산불 경계령 '심각' 단계를 선포했다. 산불경계령 심각단계는 가장 높은 단계로서 모든 행정력을 동원하는 것이다.
현재 울진군은 군 전체가 잿빛 하늘이란 표현이 과언이 아니며 강풍에 진화 어려움을 겪고 있는 가운데 현제 피해지역만 축구장 1만4천208개 면적으로 잿더미가 되었다.
오늘(6일) 오전 11시 기준만 해도 1만4222ha 규모의 산림이 소실된 것으로 추정되고, 주택을 포함한 시설물 463개소가 소실됐다. 집을 떠나서 대피한 주민도 4664세대 7374명에 이르는 초대형 산불이다. 20년 정도 내에서는 제일 큰 규모의 화재라고 할 법하다.
다행히 아직까지는 울진 소재 한울원전과 강원 삼척 소재 LNG 생산기지는 시설 피해가 없는 것으로 보이지만, 불길이 아직도 거세고 연일 강풍이 불고 있는 상태라 어디까지 피해가 확산될지 아직 예측조차 쉽지 않은 상태다.
상황이 이렇다보니 6일 오후 2시 50분께에서는 울진과 삼척 일원이 특별재난지역으로 선포됐다. 강원의 강릉과 동해 지역 등도 산불 진화 후 피해 상황 등을 종합적으로 고려해 추가 선포가 추진될 예정이다.
이에 따라 산불 피해를 입은 주택이나 사유시설, 공공시설 피해에 대한 복구비 일부가 국비로 지원되며, 피해 주민들도 생활안정 지원금 지원을 비롯한 지방세 납부 유예, 공공요금 감면 혜택과 같은 간접지원을 받을 수 있게 됐다.
또 전국에서 울진과 인근 지역들을 향한 봉사와 기부 등 온정의 손길이 이어지고 있다. 전국적인 움직임과 특별재난지역 선포 등은 고무적인 일이지만, 이렇게 크게 발생한 산불을 예방하지 못한 것에 대해서는 아쉬움이 크다.
지금까지 추정된 산림 피해는 축구장 면적 대비 1만9918배에 달하는 엄청난 규모다. 피해를 복구하는 데에는 금전적으로는 따질 수 없는 시간과 노력이 필요할 것이다.
울진의 자랑인 금강송들과 천연기념물들, 문화재들도 아직까지는 다행히 화마를 피하고 있다고 하지만, 이 같은 곳에서 피해가 일어나면 역시 다시는 되돌려 받을 수 없고 그 가치로 따지기 힘든 손실이 일어날 것이다.
올해 대구경북 지역의 가뭄은 심각했다. 50여 년만의 가장 심각한 가뭄이라고 했을 정도로, 눈이 내리기는커녕 겨울비가 한 방울도 내리지 않은 기이한 겨울이었다.
산불이 일어나기 전부터 각종 기관에서 강원 영동지역과 영남지역 등을 중심으로 대형 산불위험에 대해 경고한 것도 여기에 있다.
대형 산불 위험예보는 30㏊이상의 소나무 숲을 대상으로 건조 상태를 나타내는 실효습도와 풍속조건 등 기상여건을 분석해 대형 산불이 발생할 가능성이 높은 지역에 발령된다.
기상청과 산림청 등에서는 이미 지난 4일과 5일 사이가 강풍이 예상되는 등 대형 산불 위험예보를 발령한 바 있다.
지난달 16일에 발생한 영덕의 산불 역시 마찬가지였다. 당시 평균풍속 약 4㎧, 순간최대풍속 6.6㎧ 조건에서 100㏊ 이상의 산림피해가 발생하기까지 1시간밖에 소요되지 않았을 정도로 불씨가 대형 산불로 번지기는 순식간이었다.
지역별로 산불예방을 위해 갖은 노력을 기울였지만 막지 못한 피해는 뼈아프다. 현재 진행 중인 산불이 한시라도 빨리 잡힐 수 있길 바라는 동시에, 또 같은 일이 일어나지 않도록 사후 대처를 어떻게 할 것인지에도 신경을 써야 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