자유한국당 일각에서 '사회주의식 계획경제'라 비판의 목소리.
문재인 정부 첫 추경 재원은 초과 세수로 마련된다. 이번 국회가 통과시킨 추경안은 정부안(11조1869억원)에서 예산결산특별위원회 논의를 거쳐 1536억원 가량 감액한 11조333억원 규모다.
문재인 정부가 처음으로 제출한 추가경정예산안이 국회 본회의를 통과했다. 핵심 쟁점이었던 '중앙직 공무원 증원'의 경우 추경안에 포함됐던 예산 80억원을 삭감하는 대신 예비비로 지출하기로 했다.
증원 규모 역시 애초 정부가 제시한 4500명에서 줄여 2575명으로 확정했다. 文 정부가 금주로 예정된 올해 '경제정책 방향' 발표에서 경제성장률 전망치를 3.0%(작년 말 2.6% 전망)로 올려 잡아 성장 결과도 주목된다.
또 일자리창출에 구체적으로 ▲ 대도시 파출소·지구대 순찰인력 1104명 ▲ 군부사관 652명 ▲ 인천공항 2단계 개항 인력 조기채용 537명 ▲ 근로감독관 200명 ▲ 동절기 조류 인플루엔자(AI) 관리·예방 인원 82명 등이다.
국회는 공무원 추가채용과 관련한 경비와 관련해 퇴직후 연금부담까지 포함한 중장기 재원소요 계획을 해당 상임위와 예결위에 보고하도록 했다. 이번 추경심사는 하반기 공무원 채용 예산으로 추경에 들어간 '80억원'을 놓고 여야가 막판까지 기 싸움을 벌였다.
전체 추경예산과 비교하면 '80억원'은 별것 아닐 수 있지만 이를 바라보는 여야의 시각차는 매우 컸다. 우원식 민주당 원내대표는 최근 최고위원회의에서 "일자리 추경은 문재인 정부의 존재 이유나 다름없다"며 "야 3당이 여소야대의 힘으로 집권여당을 굴복시키려 하지만 일자리가 빠진 추경 합의는 있을 수 없다"고 잘라 말했다.
또 올해 본예산 심의 시 일반 행정직 공무원과 기타 공무원의 정원 증감현황을 비롯해 인력운영 효율화 및 재배치 계획을 정부에 국회에 보고할 것 등을 요구했다. 추경 편성요건에 대한 논란을 방지하기 위해 국가재정법 관련 규정 개정을 검토키로 했다.
한편 예결위는 예산 심사를 통해 정부안에서 1조2816억원을 감액하는 한편 1조1280억원을 증액했다. 감액한 사업은 공무원 증원을 위한 예산 80억원을 비롯해 ▲ 중소기업 모태펀드 출자 6000억원 ▲ 중소기업진흥기금 융자 2000억원 ▲ 정보통신기술(ICT)융합스마트공장보급 300억원 ▲ 취업성공패키지 244억원 ▲ 초등학교 미세먼지 측정기 90억원 등이다.
반면 ▲ 가뭄대책 1027억원 ▲ 평창올림픽 지원 532억원 ▲ 노후공공임대 시설 개선 300억원 ▲ 장애인 활동지원 204억원 ▲ 초등학교 공기정화장치 설치 90억원 ▲ 조선업체 지원(선박건조) 68억2000만원 ▲ 세월호 인양 피해지역 지원 30억원 등은 정부안보다 증액됐다.
추경안 심사에 임하는 더불어민주당 분위기를 짐작할 수 있다. 반면 야당은 세금으로 공무원 숫자를 늘리는 것은 불가하다는 입장을 완강히 고수했다. 자유한국당 일각에서는 '사회주의식 계획경제'라고 비판하는 목소리도 나왔다.
결국 80억 원은 추경 대신 예비비에서 쓰고, 공무원 채용 및 인력구조 계획을 국회에 보고하는 것으로 결론이 났다. 이런 결과가 과거 양당 체제에 비춰보면 낯설 수 있다. 하지만 다당 구도에서는 자연스러운 이견 절충방식일지도 모른다.
추경재원을 조달하는 시간은 따로 필요하지 않다. 이낙연 국무총리는 국무회의에서 "이번 추경은 일자리 창출과 서민 생활 보호에 중점을 두고 편성됐다"며 "기획재정부 등 관계 부처는 조기 배정계획에 따라 추경이 제때 집행되고 본래의 취지에 맞게 효과를 나타낼 수 있도록 계속 점검해 달라"고 당부했다고 전했다.
무엇보다 추경 예산이 풀리면 최악의 상황으로 여겨지는 고용시장에 다소나마 숨통이 트일 것으로 기대된다. 지난달 청년층(15∼29세) 실업률은 1년 전보다 0.2%포인트 높은 10.5%까지 치솟아 6월 기준으로는 1999년 이후 최고치를 기록했다.
기업이 일자리창출로 고용 사정이 나아지면 서민 소득이 개선되면서 내수 회복에 자극을 줄 수도 있다. 이른바 소득주도 성장 선순환의 '마중물 효과'이다. 정부는 이번 추경 집행으로 이런 선순환 사이클이 완전히 돌아가면 올해와 내년 국내총생산(GDP) 성장률이 각각 0.2%포인트 상승하는 효과를 낼 것이라고 말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