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부와 사회는 복지사각지대의 위기가정이 무너지는 동안 무엇을 했나?
지난해 8월 대구 서구 비산동에서 10대 형제가 친할머니를 흉기로 수십 차례 찔러 잔혹하게 살해한 형제의 할머니 살해사건 선고가 실형으로 내려졌다.
대구지역 시민단체들은 행정당국에 비판과 대책마련에 대한 목소리를 높였다. 이들 형제는 지난해 함께 살던 친할머니를 흉기로 수차례 찔러 살해한 혐의로 재판에 넘겨졌다.
동생 B군은 할머니의 비명이 밖으로 새어나가지 않도록 창문을 닫는 등 범행을 방조한 혐의로 기소됐다 이는 우리사회가 낳은 범죄자다.
지난 20일 대구지법 서부지원 형사1부는 친할머니를 살해한 혐의(존속살해 등)로 구속 기소된 A군(19)에게 장기 12년, 단기 7년형을 선고하고 이를 방조한 동생 B(17)군에게는 징역 2년 6월에 집행유예 3년을 선고했다.
이날 시민단체는 성명서를 통해 “대구시와 교육청, 서구청은 유사사건이 재발되지 않도록 총체적인 위기가구 지원대책을 종합적으로 마련하고 무관심과 무대응, 무책임으로 일관한 것에 대해서도 사과해야 한다”고 밝혔다.
단체는 정부와 대구시, 교육청 등은 위기가정을 발굴해 지원하겠다고 수차례 강조한 바 있지만 이번 사건에 대한 사후 대응은 보이지 않을 정도로 무책임했다. 특히 대구시는 담당하는 부서조차 없다는 사실이 최근 드러났다.
정부와 사회는 복지사각지대의 위기가정이 무너지는 동안 무엇을 했나?
이번 사건의 10대 형제 가정은 청소년과 노인, 장애인이 모두 포함된 수급자 가구였다. 때문에 주거 빈곤과 의료 빈곤 등으로 심리적 불안을 겪는 학교 밖 청소년들이 가해자가 되고 말았다. 단체는 이를 두고 복합적이고 다층적인 위기가구였음에도 불구하고, 제도와 복지전달체계를 만들었으나 작동하지 않으면 무용지물이라고 비판했다.
사건이 알려졌을 당시 겨우 10대인 아이들이 잔혹한 범죄를 저지른 것을 보고 온 국민이 경악했지만, 사실상 이런 끔찍한 사건이 일어난 배경에 대해서는 제대로 다뤄지지 않아 잘 모르는 사람이 훨씬 많았다.
상황이 이렇다보니 이번 사건을 두고 재판부에서도 고민이 많았던 것으로 알려지기도 했다. 선고를 마친 부장판사는 “동생의 경우에는 집행유예를 선고하기 때문에 석방을 한다.
보호관찰 명령이 같이 나가기 때문에 판결이 확정되면 보호관찰소에 바로 신고해서 지시에 잘 따라야 한다”며 “그리고 할아버지를 찾아뵙고 사죄를 꼭 하기 바란다”고 했다.
그러며 박완서 작가의 동화책인 ‘자전거 도둑’을 건네며 본인의 행동을 되돌아 볼 것을 권하기도 했다. 청소년기는 불안정하고 실시간으로 변화를 겪는 시기다.
가정과 사회가 함께 이런 불안을 지탱하고 올바른 길로 걸어 성장할 수 있도록 도와야 하지만, 모든 가정이 이 같은 기능을 수행하기 어려운 경우가 존재한다.
이들 형제와 같이 위기가정이 그 예시인데, 이 경우에는 사회가 먼저 나서 발굴하고 우선적으로 지원할 능력이 있어야 한다. 이번 사건을 두고 반성해야 할 대상은 이들 형제뿐만 아니라 정부와 대구시도 포함된다.
위기에 빠져 극단적인 사건이 일어나고 있는데도 눈치체지 못한 사회, 그리고 미리 예방하지 못한 정부와 사회의 책임은 우리사회가 낳은 범죄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