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왕부의 여행사진
언제나 행복하고 아름다운 나날만 있었던 것은 아닐 것이다.
언제나 풍요롭고 여유가 있었던 것만도 아닐 것이다.
과거에 어렵고 고달픈 생활, 고난의 세월을 되돌아보며 미래를 향해 나아가는 것도 필요할 것이다. 그것이 곧 교훈이 되고 삶의 지표가 될 것이기 때문이다.
나는 전쟁을 경험한 세대는 아니다. 하지만 자라면서 교육을 통해 부모와 이웃을 통해 전쟁의 참상과 어려움, 생활고 등 많은 이야기를 들으면서 자라온 세대이다. 몸으로 직접 경험하지는 못했지만 교육으로 머릿속으로 정리된 세대이다. 그래서 전쟁은 절대로 일어나면 안 된다고 생각하는 사람 중에 하나이다.
대구 교동일대(교동 4길)에 아직 한국전쟁 당시의 흔적이 있다고 해서 찾아보았다. 이곳은 해방이후 전재민(戰災民)과 피난민들의 수용소로 사용되었다고 한다. 당시에는 번지수가 없어서 권리금만 주고 들어왔다가 최근에 번지수가 생겨 소유관계가 분명해졌다고 한다. 아직도 이곳에 빨랫감을 널려 있는 것을 보니 사람이 살고 있는 것 같았다. 지금 몇 가구가 생활하고 있는지는 모르겠다. 하지만 사람이 살고 있는 것만 분명하다.
이 일대를 둘러보면서 잠시 1950년대로 시간여행을 하듯 그 시간에, 그 곳에 살고 있는 것 같은 착각에 아찔함을 느꼈다. ‘만약 내가 이런 시대에 살았다면 어땠을까?’, ‘삶에 대한 회의와 비관으로 스스로 깊은 수렁 속으로 나를 밀어 넣지는 않았을까?’라고 생각해 보게 된다. 전쟁이 참상 앞에서 삶에 대한 애환과 생활고로 더 이상 희망이 없는 삶에 대한 마지막 끈을 잡기 위한 고뇌에 몸부림 쳤을지도 모르겠다.
1970년대 새마을 운동으로 경제적 부흥이 일어나 이제는 세계 10대 경제대국으로 자리를 잡고 있는 대한민국. 풍요로움과 여유로운 생활을 누리면서 살아가는 지금의 우리와 자손들...
경제적 발전의 한편에서 역사적 고통과 애환을 잊어버린 것은 아닌지 한번쯤 생각해 보아야 할 것 같다.
그리고
아이들에게 이런 현장의 모습을 보여주고 우리의 풍요로움이 쉽게 이루어진 것이 아닌 것을 가르쳐 주어야 할 것 같다. 선조들의 희생과 봉사로 이루어 진 것이라는 것을...
이곳도 언젠가는 없어질지 모르겠다. 하지만 나는 이곳을 국가에서 보존해서 자라나는 아이들에게 보여주었으면 좋겠다는 생각을 해본다. 우리의 선조들이 언제나 풍성하고 여유롭게 살아온 것은 아니라고, 그리고 선조들의 희생과 봉사로 만들어 놓은 대한민국을 잘 보존하며 발전시켜보라고 가르쳤으면 좋겠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