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고백김솔 당신과 나의 간극은 캄캄하다 어둠에 박혀 있을 거라 생각하는 시간엔 심장의 두근거림 끌어 모아 빛을 만들기도 하는, 당신이 펼쳐 보이는 우울한 손금마다 빛살무늬 새겨 넣는, 하늘로 향한 기원의 징검다리 놓는 자의 이름, 나는 별이다 어린 별들이 곁에 와서 칭얼대거나 곤히 잠들기도 하는 잠 못 드는 당신의 눈동자 닦아주고 싶은 밤이면, 신성(神性)은 왜 이토록 추운 것들을 먼 바닥으로 보내는 것일까 생각해본다 내게는 어두울수록 빛나는 옷을 주셨다 때론 소매 길이를 가늠할 수 없는 그 속으로 팔을 밀어 넣다가 우수수 흔들려 천
박영민의 숨은 시 읽기
정훈교
2015.06.21 20:3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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장미와의 전쟁정선호장미꽃들 아파트 담장을 에워싸성을 쌓고 감옥을 만들고 있다가시를 키워 보초 세우고향기가 밖에 새어나가지 않도록철조망까지 두른 장미의 제국,제국에서는 오월에 축제를 열어매일 술판을 벌이고감옥엔 제국의 독재에 항거하다붙잡힌 잡초들만 늘어갔다언제나 끝내 진실은 밝혀지는 것,아파트 안에 머물던 봄바람이장미의 독재를 담장 밖에 알려이름 없는 풀꽃들이 담장에 돌 던졌다감옥에 갇혀 있던 잡초들이 탈옥하여장미와 전쟁을 시작했다전쟁은 오월 내내 계속되었으며싸움에 단련된 뜨거워진 바람과무성해진 풀들이 휘두르는 칼날에제국은 마침내 허
박영민의 숨은 시 읽기
정훈교
2015.06.13 13:0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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완전에 가까운 결단전태일이 결단을 두고 얼마나 오랜 시간을 망설이고 괴로워했던가?지금 이 시각 완전에 가까운 결단을 내렸다나는 돌아가야 한다꼭 돌아가야 한다불쌍한 내 형제의 곁으로,내 마음의 고향으로,내 이상의 전부인 평화시장의 어린 동심 곁으로 생을 두고 맹세한 내가,그 많은 시간과 공상 속에서, 내가 돌보지 않으면 아니 될 나약한 생명체들.나를 버리고, 나를 죽이고 가마.조금만 참고 견디어라.너희들의 곁을 떠나지 않기 위하여나약한 나를 다 바치마너희들은 내 마음의 고향이로다...오늘은 토요일. 8월 둘째 토요일.내 마음에 결단을
박영민의 숨은 시 읽기
정훈교
2015.06.07 14:3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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입술송재학 네 입술을 훔치다보면 그게 하나뿐인 게 늘 안타깝다 키스의 접촉면적을 늘리기 위해 너와의 혈연을 부풀리고 싶지만 그 입술이 열이고 천이면 뭐하나 그곳에 닿을 내 입술 흉터는 달랑 하나인데 목젖이 부은 내 입술의 순경음 미음이 도착하기 전에 어여삐 열린 네 입술의 요기妖氣가 문득 붉을 대로 붉어져서 화들짝 놀랐더라시인 송재학1955년 경북 영천 출생.1986년 『세계의 문학』으로 등단. 시집 『얼음시집』 외 다수, 산문집 『풍경의 비밀』, 『삶과 꿈의 길, 실크로드』 등이 있음, 편운문학상, 이상시문학상, 소월시문학상, 김
박영민의 숨은 시 읽기
정훈교
2015.05.31 18:2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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법칙김은령치자꽃나무가 죽었다내가 약간의 풍요와 약간의 오만과약간의 관계들로 이루어진 숲에서간벌 되어단칸방으로 밀려날 때얼렁뚱땅 화분으로 옮겨져따라온 치자꽃나무죽었다!저 나무 화분 속 팽팽하게 뿌리 뻗어눈 오는 날에도빳빳하게 푸른 잎 세우고선살아있다고 대들던 놈이었는데나 또한 저 놈의 눈치 보느라살아있음에서 부동의 자세로 견디어야 했는데이젠 저도 인정한 거다뿌리의 집이었던 화분이 실은뿌리의 감옥이었다는 거,깨트릴 수 없다면, 벗어날 수 없다면결코 대지에 가 닿을 수 없다는 것을시인 김은령1961년 경북 고령 출생.1998년 『불교문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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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훈교
2015.05.17 18:4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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꽃오민석 꽃은 우주다꽃 속엔먼 궤도에서 날아온 별빛과유성처럼 빛나는 섹스가 있다폭풍의 바다와 죽음 같은 쾌락푸르른 인광(燐光)의 시간꽃은 잎 벌려 세상을 받아들이고팽팽하게 부푼 꽃잎들 위에서세상은 비로소 적멸(寂滅)의 기쁨을 완성한다그리하여 꽃 속에 저무는 세상은얼마나 적막한가이제 반쯤 걸어왔으니문 닫히기 전 천천히 가자온통 꽃길이다시인 오민석1958년 충남 공주 출생.1990년 『한길문학』으로 시인 등단, 1993년 《동아일보》 신춘문예로 평론 등단. 현재 단국대학교 영어영문학과 교수로 재직 중이며, 시집 『그리운 명륜여인숙』 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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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훈교
2015.05.17 18:2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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꽃에 대하여권선희 칠칠에 사십구여자 나이 마흔 아홉이믄 말이요길바닥에 내뻔져놔도 아무도 안 줍어 갈 나인기라요팔팔에 육십 사남자 나이 예순 넷캉 같은 기지요무신소리 하노내 아는 찬모는 올개 예순 셋인데 애인이 예순 다섯인기라그란데 마 이틀만 연애로 안하믄온몸띠에 좀이 쑤시고 열이 화득화득 난다카드라아고 그기 귀신들이재 사램잉교뭐시 볼끼 있겠능교택또 읎는 소리 마소이보게 동상삭신이 옥신옥신 한다카믄 하마 오십이요새북에 비실비실 한다카믄 그기 육십 줄 넘는기고마눌이 불쌍해지믄 그기 칠십인기라니가 우예 세월이라카는 기를 알겠
박영민의 숨은 시 읽기
정훈교
2015.05.10 22:2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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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주의 신발손세실리아 등산화 다섯 켤레째다길 위의 시간을 대변해주는 물증인 셈이다밑창 닳고 헐거워져 버릴 때마다한 짝씩 차례로 손바닥에 올려놓고고양이 등 쓰다듬듯 어루만지곤 하는데별 뜻 있어서라기보다는길 떠도는 동안 몸 사린 적 없는 충복이자어디든 군말 없이 따라나서 준 도반이었으니작별의 예를 갖춤이 도리일 것 같아서다신문지에 싸서 버리고 새 신을 고르다 생각한다내 몸도 어쩌면 우주의 얼음 발에 신겨진한 켤레 신발일지도 모른다고주야로 끌고 다녀 뒤축 꺾이고 실밥 터졌으나생을 마감 짓는 날까지 벗어던질 수도새 것으로 교체할 수도 없는
박영민의 숨은 시 읽기
정훈교
2015.05.03 21:3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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뒷덜미 한보경세상의 모든 뒷덜미들은제각각 기울어진 각도를 가지고 있다나의 각도는늘 전전긍긍이고깃털에 싸인 새의 뒷덜미는촘촘하게 박힌 슬픔의 엇각이 맞물고 있다찬밥을 삼키는 뒷덜미에서밥풀처럼 엉겨 붙은 외로움이 끈끈한 각도를 기운다끈끈해진 뒷덜미를 들키지 않기 위해몰래 빠져나간 기울기의 정체는 모른 척한다누군가의 뒷덜미를 쓰다듬고누군가의 뒷덜미를 후리고누군가의 뒷덜미를 닦아주던, 낡고허름한 타월처럼뒷덜미의 유전자 속에는태생의 쓸쓸함 같은 것이 푸른곰팡이처럼 자란다뒷덜미를 가지고 태어난 것들은 끝내 제 뒷덜미를 볼 수 없다웃고 있는뒷덜
박영민의 숨은 시 읽기
정훈교
2015.04.27 00:1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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주소 박소란내 집은 왜 종점에 있나늘안간힘으로바퀴를 굴려야 겨우 가닿는 꼭대기그러니 모두내게서 서둘러 하차하고 만 게 아닌가시인 박소란1981년 서울 출생, 동국대학교 문예창작학과 졸업.2009년 『문학수첩』으로 등단, 시집 『심장에 가까운 말』이 있음.● ‘내 집은 왜 종점에 있나’ 이 짧은 문장을 읽고 한참 먹먹하였다. 종점까지 가기 위해 수많은 신호등과 정류장을 거쳤을 테고, 마침내 ‘종점’에 이르렀을 터. 누구나 한번 쯤 ‘종점’에 가닿아 본 적이 있을 것이다. 종점은 대개 설레는 곳이다. 휴식을 위한 가족, 여행의 목적지
박영민의 숨은 시 읽기
정훈교
2015.04.19 18:0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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슬픔을 말리다박승민 이 체제下에서는 모두가 난민이다. 진도 수심에 거꾸로 박힌 무덤들을 보면 영해領海조차 거대한 장지葬地같다. 숲속에다가 슬픔을 말릴 1인용 건초창고라도 지어야한다. 갈참나무나 노간주 사이에 통성기도라도 할 나무예배당을 찾아봐야겠다. 神마저도 무한기도는 허락하지만 인간에게 두 발만을 주셨다. 한발씩만 걸어오라고, 그렇게 천천히 걸어오는 동안 싸움을 말리듯 자신을 말리라고 눈물을 말리라고 두 걸음 이상은 허락하지 않으셨다. “말린다”와 “말리다” 사이에서 “혼자 울어도 외롭지 않을 방”을 한 평쯤 넓혀야한다. 神은 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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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훈교
2015.04.12 18:5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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깨진 항아리이은봉 당신은 깨진 항아리, 처음부터 깨지지는 않았지 오래전병원에 입원해 수술을 받으며 깨졌지 그렇지 이 집으로 시집와 살면서 깨졌지 당신은 철 테 두른 깨진 항아리 남들은 모르지만 당신만 알지 마음까지 금 가 볼품이 없다는 것을 그래도 당신이 있어 부뚜막이 있지 부엌이 있지 이 집이 있지 음음, 내가 있지 세상이 있지 오늘이 있고, 내일이 있지.시인 이은봉1953년 충남 공주 출생.1984년 신작시집 『마침내 시인이여』(창작과비평) 등단. 시집 『걸레옷을 입은 구름』외. 현재 광주대학교 문예창작학과 교수● 따순 봄날이다
박영민의 숨은 시 읽기
정훈교
2015.04.05 21:3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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구즉 묵집에서는최광임나의 애인이혼신의 힘으로 묵 한 점 들어 올린다떡갈나무숲 상머리에서도톨밤, 아슴한 기억을 떠올리자젓가락 사이 전생과 현생이 두 동강 날 태세다떼굴떼굴이 아닌 낭창낭창아마 나도 그에게 그렇게 굴러갔을 것이다우리는 지금 서로에게 겸허하다상수리나무숲 밖으로 새옹지마의 도토리였으나이곳은 순연의 도토리세상이다기고만장한 자세로도 먹을 수 있는 묵은 묵이 아니어서선사의 멧돼지처럼 주둥이 디밀고 묵사발 한 그릇 비우다보면얼마나 우리가 울울창창 상수리나무숲으로 가고 싶었는지묻힌 기억을 되살려내는 것이다그와 내가 떡갈나무숲으로 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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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훈교
2015.03.30 10:3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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요즘 너의 기분을 간추려 보자면박영민기압골의 영향을 받겠다남해상을 중심으로 한동안 서운함이 다소 강하게 불겠다오전부터 차차 흐려져 먹구름 낀 신경전이 계속되겠고한때 천둥과 번개 치는 말다툼도 동반되겠다오늘 밤부터는 기온이 크게 하강하면서좋았던 감정까지 추워지겠으니 모든 외출 삼가고옥상에 널어 둔 이불 빨래가 아직 덜 말랐어도서둘러 내리는 것이 좋겠다지극히 주관적인 너의 주간 날씨를 간추려 보자면요새 들어 까칠해진 입맛에 간 맞추기가 쉽지 않아서나는 가스렌즈 위 여러 번 재탕한김치찌개처럼 타들어 가며 쫄고 있겠다그 큰 기복을 각별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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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훈교
2015.03.22 21:5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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비밀사이토우 마리코 불 끈 다음에눈이 어둠에 익숙해지기까지의 짧은 시간그것만 모아서한 세기를 뜨고그래야 간신히여자에게 닿는다불은 불에서 태어나불을 알고 싶으며엑스터시와 마찬가지로껍질 벗기는데 어찔하는 과일이네- 시집『입국』(민음사, 1993) 중시인 사이토우 마리코1960년 일본 니가타 출생. 연세대학교 및 이화여자대학교에서 언어교육원을 다녔다.1993년 『세계의 문학』에 시 발표. 시집 『울림 날개침 눈보라』, 『입국』등이 있음.● 이 시는 번역된 게 아니라 시인이 직접 우리말로 쓴 것이다. 이 시는 시간과 공간을 초월한 공감각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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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훈교
2015.03.15 20:2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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無名문성록 무당이었을까 중이었을까 아니면 장수(將帥)였을까 밥은 굶지 않았을까 엄동설한에 무명 홑겹 걸쳐 입고 떨지는 않았을까 고래 등 같은 집안 곳곳에 첩을 들여놓고 살진 않았을까 소금 지고 이 마을 저 마을 떠돌아다니진 않았을까 가다 해지면 무덤 사이에 몸 누이고 귀신의 얘기 엿듣진 않았을까 귀신이 일러준 대로 아랫마을 배롱나무집을 찾아가 아궁이 앞에 넘어져 얼굴 데인 딸아이가 있느냐 물어보고는 뒷산 참나무 숲 붉은 진흙을 구해다 바르면 낫는다는 말을 전해주고 오진 않았을까 소금 지고 가다 도랑에서 쌀 씻어 솥을 걸어 밥 안치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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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훈교
2015.03.08 21:4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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빨래집게박호민옆집 할매네 마당가 빨랫줄붉은 집게 두엇이 버선발 하나를 물고 있다그래 겨울에는 일감도 없지하, 작은 밥줄에 매어달린제 잇몸 시린 입술들.시인 박호민1958년 전남 고흥 출생.1989년 『민족문학』 등단. 시집 『들개와 솔개』가 있음.● 여러 번 읽고 마지막으로 한 번 더, 눈을 감고 읽기를 권한다. 그러고 나면 당신은 말랑하고도 ‘시린’ 풍경을 마주할 것이다. 작게는 사라진 풍경에 대한 노래고, 좀 더 크게는 도회지 삶을 극명하게 보여주는 작품이다. 혹한 겨울에 ‘일감도 없’는 수많은 비정규직 ‘장그래’의 단면이기도
박영민의 숨은 시 읽기
정훈교
2015.03.01 21:1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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글씨배옥주 막내삼촌이 십 년 만에 보낸 편지를읽어 달라 두 귀 모으던 할머니잘 개켜진 공책에글, 씨를 심어 놓았다언제부터 뿌려놓았던 씨앗일까?꾹꾹 눌러 심은 글밭에서쓰고 지우며 갈아엎었던 문장들삐뚤빼뚤 촉을 틔우고 있다호미 같은 손가락으로모종에 매달린 답장을 솎을 때면당신을 맴돌았을 말의 떡잎들악아, 보고십따공책 칸칸마다흙을 털고 일어서는 글의 씨앗지금쯤 어느 이랑에서 꽃을 피울까무덤 같은 반닫이를 닫으면청상으로 늙은 할머니가끙!한 권의 압화로 눕는다가갸거겨 떨어져나온 글씨들이내 안의 텃밭에서 굴러다닌다시인 배옥주1962년 부산 출
박영민의 숨은 시 읽기
정훈교
2015.02.22 14:5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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킥킥, 유채꽃고영 열여덟 이른 나이에 사내를 알아버린 누이는 툭하면 집을 나가기 일쑤였다. 바람난 딸년을 집구석에 들여앉히기 위해 아버지는 누이의 머리끄덩이에 석유를 붓고 불을 싸질렀다. 머리에 꽃불을 이고, 미친년처럼 온 들판을 뛰어다니던누이를 누렁개들이 좋아라 쫓아다녔다. 그 몰골에 차마 울지도 웃지도 못하고 나는 그만 킥킥, 봄날이 가기 전에 누이는 결국 시집을 갔지만 배부른 신부를 보고 나는 또 그만 킥킥, 누이가 떠난 후 들판에 핀 유채꽃에서 진한 석유냄새가 났다.시인 고영1966년 경기 안양 출생.2003년 『현대시』 등
박영민의 숨은 시 읽기
정훈교
2015.02.14 15:2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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혀조진리 마지막에는혀만 남았다 한다깊은 곳만 차가워진혀만 말을 굴리고 굴려던져서 목구멍에서 올라온작은 방울들, 동그라미 안에내 몸을 집어넣어 어지럽고, 슥넝쿨에서 몸을 숨긴 뱀이 혀 내민목구멍을 넘겨서야 터져 나오는 침음아비가 아무 소리 못하고 산산히 조각난딸을 바라보다 겨우 내뱉은 한마디가 밤이되어서 얕은 신음소리로 사랑하는 딸들아내 숨겨놓은 방울뱀을 내가 누운 침대로데려올 수 있겠니 물어 보지만 아무도당신을 사랑하지 않으니 모든 당신들구멍 난 양말을 들고 손 흔들지만의자에 앉아있던 노파가 모자를주우려 허리를 굽히지만 그 등위로
박영민의 숨은 시 읽기
양파티브이뉴스
2015.02.09 23:22