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기의 거장이 남긴 세기의 음악 대격돌!
대구시립교향악단(이하 대구시향) 음악감독 겸 상임지휘자 줄리안 코바체프가 돌아왔다. 지난 5월, 제403회 정기연주회 이후 여름 동안 세계적인 이탈리아 오페라 축제 ‘아레나 디 베로나 오페라 페스티벌’에 초청돼 개막공연을 비롯한 오페라 “카르멘”, 오페라 “아이다”를 성공적으로 이끈 그는 오는 9월 19일(금) 저녁 7시 30분 대구시민회관 그랜드 콘서트홀에서 펼쳐지는 제405회 정기연주회를 시작으로 대구시향의 올 하반기 연주 일정에 들어간다.
이번 정기연주회는 18세기의 모차르트, 19세기 후반의 라벨이 남긴 명작들로만 레퍼토리를 구성해 더욱 눈길을 끈다. 우선 전반부는 세기의 천재작곡가 볼프강 아마데우스 모차르트가 주인공이다 모차르트의 3대 오페라 중 하나인 “피가로의 결혼, K.492” 중 서곡으로 첫 무대를 연다. 이 오페라는 상류사회에 대한 모차르트 특유의 통렬한 풍자와 그의 장난스럽고 유쾌한 성격이 그대로 녹아 있다. “피가로의 결혼” 서곡은 소나타 형식으로 현악기의 속삭이듯 질주하는 빠른 흐름이 앞으로의 전개방향을 연상시킨다. 또 서곡 전체는 오페라의 전반적인 분위기를 매력적으로 그리고 있다.
이어서 모차르트가 협주곡 장르에서 남긴 최후의 작품이자 클라리넷을 위한 유일한 협주곡인 “클라리넷 협주곡 A 장조, K.622”를 세계적인 클라리넷티스트 지암피에로 소브리노의 협연으로 선보인다. 모차르트는 빈 궁정악단에 몸담고 있던 당대 최고의 클라리넷티스트 안톤 슈타틀러를 위해 이 곡을 썼다. 사실 이 곡은 바셋 호른(클라리넷족 관악기)을 위한 기존의 협주곡에서 일부 수정과 새롭게 작곡한 제2, 제3악장을 더해 지금의 곡으로 완성된 것이다. 모차르트는 당시 오케스트라에서도 잘 활용되지 않았던 이 새로운 악기를 이용해 최저음과 고음역과의 대조효과를 잘 살리곤 했다.
이 곡의 또 다른 특징으로는 빛나는 클라리넷 독주파트 못지않게 오케스트라 반주도 ‘신포니아 콘체르탄테’처럼 작품 전체의 예술적 구축에 중요한 역할을 담당하고 있고, 때로는 독주 클라리넷이 반주 역할을 하기도 한다는 점이다. 작품 전반에 걸쳐 맑고 투명한 선율과 클라리넷의 풍부하고 따뜻한 음색이 절묘한 조화를 이뤄 아름답고 우아하다. 가볍게 날아오르는 것 같은 제1악장 알레그로와 감미로운 서정성이 돋보이는 제2악장 아다지오, 장난스럽고 경쾌한 한편 우수에 찬 제3악장 론도까지 총 3악장으로 구성돼 있다. 특히 이 곡의 제2악장은 1985년 개봉한 영화 ‘아웃 오브 아프리카’에 삽입되어 더욱 유명해 졌다.
이 명곡의 연주를 맡은 이탈리아 출신 클라리넷 연주자 지암피에로 소브리노는 이탈리아 알렉산드리아 국립 음악원을 졸업, 이탈리아 제노바, 로마, 스위스 마티니, 프랑스 파리 등 주요 국제 콩쿠르에서 입상하며 그 실력을 인정받았다. 탁월한 연주력을 바탕으로 게오르그 솔티, 레너드 번스타인, 제임스 레빈, 로린 마젤, 리카르도 무티, 주빈 메타 등 이 시대 최고의 지휘자들과 함께 활발히 활동을 이어오고 있으며, 베니스 비엔날레, 프라하 모차르트 페스티벌, 뉴욕 국제 예술제 등과 같은 세계 유수의 음악축제에 초청 받아 연주한 바 있다.
오스트리아 빈 쇤베르크 센터, 이탈리아 로마 라테란 궁전, 크로아티아 자그레브 리신스키홀 등에서 이탈리아 방송교향악단, 캐나다 국립 오케스트라, 국립 에미타쥐 오케스트라 등과 협연했으며, 연주 작품으로는 모차르트, 살리에리, 도니체티, 베르디, 베버, 로시니, 슈트라우스, 스트라빈스키, 브루흐, 드뷔시, 부조니 등의 곡이다. 최근에는 아비뇽, 이스탄불, 슈투트가르트, 프라하, 파리, 부다페스트 등 세계 각국의 주요 도시와 국제 페스티벌, 음악회 등에서 연주하고 있으며, 뉴욕 링컨센터를 비롯해 취리히, 마드리드, 앙카라, 베를린 등에서 공연 예정이다. 이탈리아 방송교향악단 클라리넷 수석, 아레나 디 베로나 재단의 오케스트라 단원, 사무총장, 예술관 대표 등을 역임했고, 현재 아레나 디 베로나 재단 예술 부감독 겸 전문연주자로 활동 중이다.
공연 후반부는 관현악의 마술사로 불리는 프랑스 작곡가 모리스 라벨이 꾸민다. 라벨의 발레곡 중 두 번째 작품이자 그의 여러 작품 가운데서도 하나의 절정을 이룬 곡으로 평가 받고 있는 “다프니스와 클로에 : 모음곡 제2번”이 먼저 연주된다. 발레 뤼스(러시아 발레단)의 단장 ‘디아길레프’의 의뢰로 1912년에 작곡되어 ‘포킨’의 안무, 다프니스 역에는 불세출의 무용수 ‘니진스키’, ‘몽퇴’의 지휘로 초연된 이 작품은 양치기 소년 다프니스와 소녀 클로에의 사랑을 아름다운 선율로 그리고 있다. 근대 프랑스 최고의 발레곡으로 손꼽히며, 라벨은 같은 제목으로 두 개의 연주회용 모음곡을 만들었는데 그 중에서도 이번 정기연주회에서 감상하게 될 모음곡 제2번이 더 유명하다.
끝으로 피날레 무대는 라벨의 대표작이자 가장 독특한 곡 “볼레로”로 장식한다. 원래 ‘볼레로’는 경쾌한 3박자 리듬이 특징인 18세기 스페인 무곡이다. 하지만 라벨은 이 곡을 매우 특이한 관현악곡으로 재창조하였다. 13분 남짓한 연주시간동안 하나의 리듬은 169회나 나오고 스페인과 아라비아풍 주제 선율도 악기만 바뀔 뿐 계속 반복된다. 작은북과 팀파니가 새기는 반복적인 리듬 위에 관악기들이 차례로 선율을 연주하고, 현악기가 가세해 점차 강렬해 지다가 곡은 클라이맥스에서 갑작스럽게 끝난다.
이 실험적인 곡에 대해 라벨은 그의 자서전에서 “이것은 한결 같은 중용의 속도로 된 무곡이며, 선율, 화성, 그리고 작은북이 끊임없이 새기는 리듬 그 어느 것에도 변함이 없다. 변화하는 단 하나의 요소는 관현악의 세기뿐이다.”고 술회한 바 있다. 하지만 라벨의 치밀하고 극적인 구성과 현란한 관현악법 덕분에 이 곡은 무한 반복되는 리듬과 선율 속에서도 지루할 틈이 없다. 오히려 끝까지 묘한 긴장감을 자아낸다. 현재는 연주회용으로 주로 사용되고 있지만, 원래는 전위적인 무용가인 이다 루빈스타인으로부터 스페인풍 무용에 쓸 음악을 위촉받고, 1928년 10월에 완성했다. 같은 해 11월 28일, 프랑스 국립 오페라 극장에서 루빈스타인 발레단에 의해 초연된 이 곡은 대성공을 거뒀고 오늘날까지 세계 곳곳에서 연주되고 있다.
대구시향 음악감독 겸 상임지휘자 줄리안 코바체프는 “모차르트와 라벨, 두 거장의 많은 작품들 중에서도 관객들에게 친근한 동시에 두 거장의 특색이 잘 살아있는 곡들로 레퍼토리를 구성했다”며, “특히 이번 공연을 위해 이탈리아에서 오는 클라리넷 연주자 지암피에로 소브리노와의 협연 무대는 기대하셔도 좋다”고 자신감을 드러냈다.
대구시향 “제405회 정기연주회”는 일반 A석 1만 6천원, B석 1만원이며, 국가유공자, 장애인(1~6급) 및 장애인 보호자(1~3급), 만 65세 이상 경로, 학생(초․중․고․대학생)은 확인증 지참 시 50% 할인 된다. 공연일 오후 5시까지 전화(1544-1555) 또는 인터넷(http://ticket.interpark.com)으로 예매 가능하고, 대구시민회관 홈페이지(www.daegucitizenhall.org)와 중구 동성로에 위치한 dg티켓츠(053-422-1255, 월요일 휴무)에서 구입 시 10% 할인 혜택이 제공된다. 단, 모든 할인의 중복적용은 불가하며, 초등학생(8세) 이상 관람 가능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