방콕하지 말고 가장 소중한 이와 떠나자
새해가 시작되었다. 뒤를 돌아보니 바쁘게 살아온 것 같은데 나이만 한 살 더 먹은 것 같아 조금은 아쉽다. 그래도 기간은 어김없이 지나가지지 않던가?
내가 건강해야 주변의 모든 이가 행복하기에 올해도 어김없이 맛 기행을 떠나보자. 봉화는 경상북도 최북단에 위치한 곳으로 동쪽으로는 울진, 서쪽으로는 영주, 남쪽으로는 안동·영양, 북쪽으로는 강원도 영월·삼척·태백과 인접해 있다.
봉화군 대부분을 태백산맥과 소백산맥이 차지하고 있어 명승지와 역사적 유물이 상당히 풍부한 곳이다. 특히 청량산도립공원, 명호 래프팅, 오전·다덕약수관광지, 석천·고선·백천계곡 등 봉화군 전역이 여름피서 산림휴양지로 손색이 없다. 그 외에도 KBS 10대 기획 어린이 프로그램으로 제작된 ‘후토스(Hutos)’의 오픈세트장이 있어 가족단위 관광객들에게 볼거리를 제공하고 있다.
늘 맛 기행을 다니지만 지역의 향토음식을 맛 볼 수 있는 건 큰 행복이다. 우선 봉화읍 백송근한정식(673-8987)은 돈을 벌기위한 음식점이 아니다. 자신이 음식을 만들어 누군가에게 돈을 받고 판매하는 것이 아니라 가족을 위한 준비라면 어떨까.
일주일에 한분의 고객을 위해 음식을 준비하는 곳이 있다. 주인장이 음식이 좋아 만드는 곳으로 당연히 하루 전 예약은 필수다.
당연히 한상차림으로 봉화의 로컬재료를 직접 손으로 다듬어 만든 음식이기에 입에 넣는 순간 그 정성이 느껴진다. 함께 차려진 미나리물김치, 산나물무침, 쑥버무리, 당귀장아찌는 혼자 먹기에 너무 아까울 정도의 맛을 자랑한다.
나이 지긋한 주인장은 손님들이 집에서 먹는 들기름, 참기름보다 더 비싼 가격에 구입한 재료를 사용한다며 직접 가져와 보여준다.
가게를 방문하는 손님들은 단순한 돈을 벌기위한 고객이 아니라 가족이라 여기는 것 같다. 우리가 평소 이야기 하는 슬로우푸드, 로컬푸드가 말뿐이 아닌 오감으로 느낄 수 있는 곳이 바로 이곳이다. 산채한정식을 먹고 나니 청량산의 맑은 기운을 모두 몸속에 담은 느낌이다.
느림의 맛을 느낄 수 이곳은 빨리 빨리를 외치는 현대인들에게는 답답할 수도 있겠지만 빠름이 언나 좋은 것만은 아니다. 느림이란 시공간을 초월 할 수 있는 가장 빠른 요소 일수도 있기 때문이다. 도심을 떠나 연인, 가족과 함께 시간을 멈추고 밥 한 그릇 할 수 있는 여유를 선물하고 싶어 한다.
솔봉이(673-1090) 가게 입구에는 ‘어서오이소’란 문구와 함께 송이돌솥밥을 들고 찾아오는 손님들에게 환하게 웃고 있는 주인장의 모습이 걸려있다.
봉화체육공원에 위치한 곳으로 다양한 공연을 가장 가까운 곳에서 볼 수 있는 장점이 있다. 가게를 들어서면 주인장이 송이차를 내어주는데 그 향이 입맛을 돋운다.
‘MBC전국시대’, ‘KBS 1TV 행복발견오늘’, ‘SBS 출발! 모닝와이드’ 등 전국 추천 맛 집에 여러 번 소개될 정도로 봉화지역에서는 입소문이 자자하다. 특이 밑반찬이 열세가지가 넘을 정도로 한상차림으로 보기만 해도 배가 부르다.
모든 손님들이 한 결 같이 그 밑반찬들은 모두 비운다는 것이 신기할 정도다. 송이돌솥밥을 비우고 누룽지와 함께 먹는 낙지젖갈은 이집만의 또 다른 숨은 맛이다. 메뉴는 송이돌솥밥, 송이전골, 송이구이, 송이부침 등이 있다. 주인장 내외분의 넉넉한 미소가 기억에 남는 곳이다.
버스정류장 맞은편 봉화시장내에 위치한 삼성숯불식당(673-7155)은 어떤 음식이야기를 담고 있는지 궁금해진다. 이곳 또한 봉화한우전문점으로 지정된 곳으로 한우구이를 비롯해 송이불고기, 송이전골, 송이국밥을 맛볼 수 있다.
고기 집은 누가 뭐래도 고기가 맛있어야한다. 봉화지역은 일교차가 큰 청정한 지역이라 그 맛이 남다르다. 배부르게 식사를 하고 주위를 둘러보면 봉화 농·특산물 전시판매장이 있다. 식당 뒷마당에는 직접 재배하시는 채소들이 작은 텃밭을 매우고 있다. 식당 한 쪽에는 아직 꿈을 위해 달려가는 딸아이의 태권도 활동이력들이 작은 액자에 걸려있다. 이런 게 부모의 마음이 아닐까.
인하원(672-8289)은 지난 30여년 동안 하루도 빠짐없이 손님상에 송이돌솥밥을 내는 곳으로 유명하다. 한약우 사골국물에 백미와 찹쌀 등 잡곡과 은행, 밤, 대추, 인삼 등을 돌솥에 넣고 뜸이 들 무렵 송이를 넣은 송이돌솥밥과 여러 가지 나물이 함께 나온다.
돌나물, 참나물, 냉이, 시래기, 작은 느타리버섯, 배추, 도라지 등 나물 종류만 20여 가지로 고추장에 비벼먹어도 제 맛이다. 주인장의 환한 웃음은 음식을 먹는 이에게 재료 특유의 신선한 풍미를 느끼게 해준다.
전국의 맛 객들에게 소문난 이 집은 1층과 2층 룸으로 구분되어 있으며 100여명 이상 단체 예약이 가능하다. 부대시설로는 황토찜질방, 방갈로, 노래방, 낚시터, 폭포 등 넓은 정원이 있어 주말을 이용해 가족단위의 여행이 가능하다. 식당 입구 주변에는 승마연습장이 있어 여유로운 주말을 보내기에 충분하다. 메뉴는 송이돌솥밥, 송이구이, 송이전골, 송이불고기 등이 주 메뉴다.
봉화군민회관 옆에 자리 잡은 자갈마당(672-5505)은 첫 느낌은 소박한 자연을 담은 민물고기 매운탕 집이다. 건물 뒤에는 가게 상호에서 느껴지듯이 작은 화단과 마루에는 딱딱한 껍질속의 푸른보약인 은행이 태양아래 아지랑이를 피우며 하얗게 말려져 있다.
옥상에는 장독에서 익어가는 고추장 된장이 숨 쉬는 소리가 들린다. 이곳은 민물매운탕이 맛있는 집으로 얼마 전 새롭게 건물을 지어 손님을 맞이하고 있다. 전국의 관광차량이 찾아 그 맛이 인근지역은 물론 전국 마니아들에게 알려진 집이다.
주문한 메기매운탕은 15년 주부의 손맛이 그대로 느껴진다. 민물매운탕 특유의 비린 맛은 세월로 잡았고 얼큰 담백함은 숙련된 주부의 손맛을 느낄 수 있다. 하나하나 준비한 반찬들은 입맛을 돋우기에 충분했다. 밥을 먹으면서 지나온 세월을 잠시 이야기해보니 주인장의 친절이 몸에 배어있어 시간이 지날수록 편안해 진다.
냄비 두껑을 여는 순간 구수한 냄새와 시원한 입맛이 코와 입을 자극해 침을 돌게 한다. 파, 마늘, 특제양념 등을 듬뿍 넣고 진하게 끓여내어 봉화지역만의 토속적인 깊은 맛을 느낄 수 있었다.
손님들은 자신들이 먹고 싶은 음식을 주문해 먹을 수도 있다. 하루 전 예약을 통해 먹고 싶은 음식을 이야기하면 주인장이 장을 봐서 맞춤형 음식을 제공한다. 음식에 대한 자신이 없으면 흉내 낼 수 없다.
복잡한 도심에서 벗어나
조금은 여유롭고·품격 있게 놀자!
읍내에서 나와 명호면으로 가면 산들내(672-1444)식당이 보인다. KBS-TV ‘한국인의 밥상’에 방영된 곳으로 사시사철 분주하다. 바로 옆에는 봉화레포스센터가 있는 곳으로 여름철이면 레프팅 인파로 온 동네가 분주하다. 동네주민들에게는 외식의 공간으로 여행객들에게는 봉화의 향토 음식을 맛 볼 수 있는 곳으로 유명하다.
주인장의 타이틀이 우선 거창하다. 약선요리, 전통요리, 아동요리지도자로 활동 중이며 장류·장아찌제조사로도 활동 중이다. 음식은 인공조미료를 전혀 사용하지 않는다. ‘참다운먹거리’를 만들기 위해 노력하다보니 자연스럽게 많은 고객들이 가게를 찾는 다고 한다.
모든 식재료는 당연히 국산만을 고집하고 있다. 최근에는 청정 봉화의 먹거리를 주제로 자연을 닮은 산들내로 당절임과 액상차로 블루베리, 오미자 복분자, 매실 등 국내산을 이용해 판매하고 있다. 곡류 가공품으로 옥수수차, 수수차, 현미차, 메밀차 등 다양한 1차 가공식품들을 판매한다. 그 맛에 반하고 고마움에 반해 진심으로 감사의 인사를 드렸다.
청량산 도립공원내 쉼터민물매운탕(673-2694)은 등산객들과 관광객들에게 맛과 볼거리로 입소문이 자자한 곳이다. 인심 좋은 주인 내외가 늘 따뜻하게 반겨주는 이곳은 테라푸드 지정점, 착한가격업소, 모범음식점, 토속음식점(49호)지정되어 그 맛은 이미 검증이 되었다.
이곳을 한 번 방문한 손님은 반드시 가족을 데리고 다시 방문한다고 한다. 꼬리에 꼬리를 물고 이어지는 입소문에 주말이면 식당 안은 손님들로 가득 찬다. 약선을 활용한 민물매운탕은 태백준형의 정기와 낙동강 최상류 청정지역의 지류, 봉화에서 잡은 자연산 민물고기로 끓여 그 맛이 담백하다.
봉화에 민물매운탕집들이 많은 이유로 백천계곡, 석천계곡, 매호유원지, 사미정계곡, 구마계곡, 석문동·참새골 등 많은 계곡들이 있어 민물고기들이 서식하기에 좋은 환경을 갖추고 있다. 특히 백천계곡은 청정수역에서만 산다는 열목어 서식지로 알려져 있다.
특히 약선 산체비빔밥은 봉화에서 절기마다 채취되는 산나물과 들나물로 오장을 보하며 기를 충 만만 할 수 있는 건강음식이다. 관광객들을 위해 민박을 운영 중이다.
봉화의 산자락을 돌아 숲속 깊은 곳에는 통나무집가든(672-5505)이 있다. 봉화에는 유명한 약수터 두 곳이 있다. 그중 물야면에 있는 것이 오전약수터다. 조선시대 전국 약수대회에서 1등약수로 선정될 정도로 그 맛이 유명하다.
여름철에는 맑은 계곡과 무료야영장이 있어 피서객들로 떠들썩하다. 가게는 온통 나무들과 휴식공간으로 남녀노소 모두를 만족시키기에 충분하다.
하루의 여유와 몇 일간의 여행을 통해 휴식을 찾기에도 부족함이 없어 보인다. 이곳은 봉화 시내와 달리 평균 기온이 낮다. 벌써 입김이 나올 정도다. 주인장 내외는 이곳에 들어 온지 20년이 다되어 간다고 하니 그 세월이 느껴진다.
아기자기한 멋으로 인해 사진을 찍으면 그냥 한마디로 작품이다. 이곳을 방문한 손님들은 3대에 걸쳐 오는 것이 특징이다. 연인들의 데이트 장소로 그들이 결혼해 아이를 낳고 가족과 함께하는 곳으로 부모님을 모시고 1박2일 여행지로 선택 되는 곳이다.
손님들은 밑반찬이 모자라면 주인장을 부르는 것이 아니라 집에서 먹는 것처럼 직접 가져와 부담 없이 먹는 모습을 보면서 이곳이 바로 고향 집이구나란 생각이 들었다. 이곳에서 맛 본 음식은 토종 닭백숙으로 십전대보탕에 들어가는 한약재를 이용한다. 함께한 동료는 ‘시래기 옛날불고기’를 주문해 맛보았다. 동료의 첫마디가 옛날 할머니께서 해주시던 맛이라고 거든다.
이번 맛 기행 일정 중 기대되는 식당으로 춘양시장 내에 위치한 동궁회관(672-2702)을 저녁 시간이 다되어 찾았다. 봉화는 송이와 은어로 유명한 곳이다. 그러나 그에 못지않게 유명한 ‘엄나무돌솥밥’이 있다. 엄나무순의 쌉싸래 한 맛을 중화시켜 송이돌솥밥에 버금가는 메뉴로 재탄생 시켰다.
먹는 방법이 남다르다. 주문한 엄나무돌솥밥과 같이 나온 양푼이에 식당에서 만든 특제 간장에 비벼 먹는 게 특징이다. 일하시는 사장님께 여쭤보니 봉화에서 생산되는 송이와 엄나무순을 넣고 달여 그 맛이 은근하면서도 깔끔한 맛이 일품이란다.
당연히 돌솥밥의 백미는 남은 누룽지에 물을 부어 누룽지탕으로 입가심을 하고나면 그 포만감은 고기먹은 그이상이다. 이곳에서만 맛볼 수 있는 특유의 향과 맛이 있는 엄나무순 장아찌는 밥반찬으로 그만이다. 지역을 대표하는 음식점으로 지역의 특산물을 이용하는 것은 기본이다.
자신만의 아이디어와 고객을 위한 배려를 바탕으로 만들어낸 메뉴가 한 지역을 대표하는 것이 얼마나 대단한 것인지 보여주는 좋은 사례다. 건강한 맛은 자연의 무명초와 산약채들이 하모니를 이룰 때 자연의 요리로 재탄생된다.
마지막으로 울진의 경계에 있는 석포면에는 맛사랑식육식당(672-5929)이 있다. 봉화와 태백의 경계에 있는 석포를 마지막 종착지로 정하고 아침 일찍 길을 나섰다. 봉화읍에서 왕복 130km 거리에 있을 정도로 먼 곳이다. 가는 여정에 그냥 갈수는 없지 않은가. 석천계곡-다덕약수관광지-천주교성지-고선계곡-광비천계곡-홍제사-청옥산자연휴양림을 경유 할 수 있다.
시골집 식당이라 정돈된 모습은 아니지만 봉화군에서 인증한 한우전문음식점과 봉화토속음식점으로 인근 지역민과 여행객들에게 소문난 맛 집이다. 한우인증업소를 알리듯 고기의 원산지표시를 하고 있었다.
봉화의 끝자락에 있는 시골의 작은 음식점 이지만 그 상차림은 도심의 식당 못지않다. 매일 상차림을 하면서 주인장은 “아무리 바빠도 반찬 하나까지 직접 만들고 직접 상차림하고 즐겁게 일하는 것을 원칙으로 한다며 손님들이 찾아와 줘서 고맙고, 맛있게 먹어줘서 고마울 따름”이라고 말했다.
주인장이 나름 음식을 만드는 고집이 있어 보여 몇 가지 더 여쭤 보았다. 계절 반찬을 내기위해 지역의 대학과 농업기술센터에서 진행하는 여러 교육과정들을 들으러 다니신다고 한다. 그 노력과 진심이 손님들에게 전해진 걸까. 내일도 이곳은 손님들이 찾아와 행복한 것이 아니라 음식을 만들 수 있는 것에 감사하는 주인장이 있기에 행복하다.
이번 ‘향토음식 10味’ 기행을 통해 청정지역의 민물매운탕, 봉화의 또 다른 대표음식인 엄나무돌솥밥, 건강담은 민물매운탕, 봉화의 자연을 담은 산채한정식 등 다양 경험을 했다. 평소에 먹어본 음식과 처음 접해본 음식을 먹으면서 느낀 점은 한가지다.
많은 기교가 필요한 것이 아니라
자연 그대로 먹었을 때
‘아~ 이 맛이다’란 탄성이
절로 나온다는 것을 알았다.
봉화는 매년 9월~10월 4일간 봉화읍체육공원과 관내 송이산일원에서 송이의 생태를 직접 관찰하고 채취할 수 있어 체험축제가 열린다. 영덕, 울진, 청송 등 인근지역에서도 많은 송이가 생산되지만 그래도 여전히 봉화송이를 최고로 친다. 봉화는 깨끗한 물과 공기, 오염되지 않은 자연이 보존되어 있는 곳으로 전국 생산량의 15%정도를 차지한다.
여름철 대표 축제로는 일주일간 내성천 일원에서 열리는 은어축제가 전국의 관광객들을 불러들인다. 공연행사, 전시, 체험, 참여행사 등 문화체육관광부로부터 4년 연속 유망축제로 선정될 만큼 모두가 즐기는 축제다.
이번 겨울 가족, 동료, 연인과 함께 지역의 향토음식을 찾아가는 맛 기행은 어떨까. 계획된 여행도 좋지만 이유 없이 떠나는 여행 또한 나름의 행복이다. 복잡한 도심에서 벗어나 조금은 여유롭고 조금은 품격 있는 행복을 나에게 찾아주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