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훈교의 숨은 시 읽기】
<34>
한 줄의 현악기
김준현
귀를 최초의 관악기라고 하자
어둠과 녹음기를 돌리자 바람 감기는 소리를 믿고
치사량의 기침과 젖은 눈썹과
더 날카로운 것들이 이어폰과 혈관을 통과한다
내가 하는 모든 말들은 위반이니
묵언수행은 입속에 새를 기르는 일, 몇 마리의 새를 죽였는지
방문을 잠그는 천성, 겨울이면
나의 입술에는 바느질의 흔적이 남아 있어
오늘은 새를 묻어주자
비닐봉지를 묶은 자리에 두 개의 구멍이 나고
나의 손가락은 그곳을 통과하는
소리라고 믿겠다
가로등이 식물의 자세와 같고
유리잔이 물의 자세와 같듯
천장으로부터 내려온 한 줄의 현악기와
목의 힘줄과
배추를 팔기 위해 목소리를 사랑한 그와
혀처럼
몸부림치는 나에게
뿌리와 발버둥의 차이는 없고
내 눈은
가장 먼 곳을 바라보기 위해
눈동자만한 어둠을 지우기 위해
단추와 구멍의 관계처럼
사라진
구멍이다
김준현
1987년 경북 포항 출생.
2013년 《서울신문》 신춘문예로 등단, 영남대학교 국어국문학과 졸업, 동 대학원 국문학과 재학 중이다.
● 관악기(管樂器)는 관에 입으로 공기를 불어넣어서 소리를 내는 악기를 말한다. ‘관악기’로 명명되어지는 ‘귀’는 온갖 소리를 받아, ‘현악기’처럼 튕겨서 뇌에 소리를 전달한다. 달팽이관을 통해 비로소 소리는 완전한 존재가 되고, 그 소리는 다시 ‘이어폰과 혈관’을 통해 몸 곳곳에 들러 ‘묵언수행’하는 ‘말’이 된다. 이미 한바탕 ‘어둠’을 통과한 터라 소리에는 통점(痛點)이 박혀 있다. 또 여러 대상들과 뒤섞인 나머지 ‘몸부림’치고, ‘발버둥’치는 난삽(難澁)함으로 가득하다. 그 와중에 ‘바느질의 흔적이 남아 있’는 굳게 다문 입술은 ‘묵언수행’을 핑계로, 소리의 생명력을 빼앗는다.
그렇다면 이런 소리의 발화(
* 【정훈교의 숨은 시 읽기】 26회 연재부터 35회까지는 등단과 관계없이, 대구경북지역 젊은 작가 중심으로 살펴보고자 합니다. 많은 관심 바랍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