4월 10일 총선을 앞두고 여야 집행부와 대변인들의 입으로 펼치는 정쟁이 난무하다. 집권 국민의힘이 아직도 미몽에서 깨어나지 못하고 있다. 국민은 안중에 없고 계파와 개개 의원들의 이익만 있을 뿐이다.

국민의힘 한동훈 위원장이 전국에서 공천 후보자 선거 지원을 펼치는 모습을 보면서 드는 소감이다. 지난해 재보선 참패 후 민의를 겸허히 받든다고 했으나 이는 말뿐이다. 대승적 차원에서 문제를 풀 생각을 하지 않고 계파 이익에 골몰하고 있다. 큰 계파는 대선만 생각하고 소수 모임들은 총선에서 각자도생(圖生)을 모색하고 있다.

정치권의 국정 주도권 다툼으로 국민들 불안감이 고조되는 가운데 그동안 국민의 삶을 뒤로한 채 기득권 싸움에 혈안이 됐던 여의도 시궁창 쓰레기 모사 정치꾼들이 얼마나 물갈이가 될지에 관심이 모아지는 상황에서 이념과 진영을 초월해 우리 미래를 말할 수 있는 새로운 국회의원을 뽑는 선거의 날은 코앞으로 다가왔다.

제22대 국회의원선거에서는 유권자와 국민들을 고객처럼 받들고 국민이 주는 세비를 받을 때마다 국민의 땀과 희생에 보답할 줄 알고, 큰 틀에서 국가 발전을 위한 정책 제시와 민생문제 해법에 대한 해박한 지식으로 국민들의 신뢰와 신의를 얻을 수 있는 후보에게 투표해 살기 좋은 나라에서 살아가도록 유권자들이 깨어나야 한다.

국회의원은 국가 차원의 정책이 우선이지만 지역 정책도 소홀히 해서는 안 된다. 후보자 저마다 국민 눈높이에 맞는 공약을 내놓지만, 국민들이 믿고 공감할 공약인지 또는 실현가능한 공약인지 신중을기해 정책을 발표해야 유권자들의 신뢰를 얻을 것이다.

정책과 법안이 총선을 겨냥한 당리당략 도구로 전락하면 피해를 입는 건 국민들이다. 국론을 분열하고 세금만 낭비하는 제로섬 게임에 불과할 뿐이다. 지금은 포퓰리즘 남발이 아닌 가장 낙후된 정치를 개혁할 사람이 국회의원이 돼야 하고, 그런 사람을 선택해 국회로 보내야 한다.

후보자들의 공약을 자세히 살펴보면 당장 표를 얻기 위해 해묵은 공약을 남발하는 모습을 볼 수 있다. 한마디로 선거철마다 단골 공약들이 되풀이된다. 특히 국민들이 원하는 민생 현안 논의보다 정쟁으로 정책은 사라지고, 정치 싸움으로 상대 후보 헐뜯기에 열을 올리는 모습만 보게 된다.

특히 도덕적으로 문제가 있거나 거짓말로 국민들을 속이는 후보 또는 흉악범 전과자나 각종 범죄 의혹으로 재판 중인 후보, 입에 담지 못할 막말로 물의를 일으키고도 뻔뻔하게 정치를 하겠다는 후보, 노인 폄하 발언으로 문제를 일으킨 사람들을 공천한 정당이나 문제 후보들에게 금배지를 달아주는 일이 있어서는 나라다운 나라를 만들 수 없다.

이 나라를 어떤 나라로 만들 것인가? 국민들은 어떤 나라를 원하는가? 유권자들이 판단할 날이 다가왔다. 이번 선거에서는 함량 미달 후보들을 솎아 내야 한다. 국민을 위한 정책보다는 자기가 속한 정당의 이해관계나 개인을 위한 방탄 국회뿐 아니라 법을 우습게 여기는 사람들이 국회의원이 되는 일은 철저히 막아야 한다.

여당은 지난 2년간 야당이 국회의원 다수 의석을 내세워 현 정권의 국정 운영에 사사건건 발목을 잡아 국론이 분열된 채 혼돈의 정치가 이뤄졌다며 이번 총선에서 국회 과반을 확보해 정부가 나라를 이끌어 갈 동력을 갖도록 여당 후보에게 표를 몰아 달라고 한다. 반면 야당은 국회의원 180석을 확보해 정권을 심판하자며 정권 교체를 내걸고 선거운동을 한다.

이번 선거는 현 정권에 대한 국민들의 신뢰를 확인할 수 있다는 점에서 국가의 명운이 걸린 중요한 선거다. 작게는 민생경제 재건을, 크게는 국제 정세와 국가 전략 수립을 위한 변곡점에서 이념과 진영을 초월해 우리 미래를 책임질 국회의원을 뽑는 선거에 유권자들의 현명한 판단을 기대한다.

혼미를 거듭하는 정치권의 국정 주도권 다툼으로 국민들이 느끼는 불안감은 클 수밖에 없다. 문제는 법을 만들고 지켜야 할 국회의원으로 법을 지키지 않는 사람을 뽑는 사회라면 그것이 온전한 나라인가?

정치판 정당 내 계파 싸움에 끼어들어 콩 놔라 팥 놔라 하려는 건 아니지만 국민이 선택해 정권을 맡겼고 혈세로 운영되는 정당이기에 집권당의 잘못은 힐책 받아야 마땅하다. 국민은 지난 2년 동안 집권당으로서 국민의힘의 부족한 역량을 보았고 무엇보다 계파 싸움에 넌더리가 났다. 오죽하면 재보선에서 전통적 지지층과 보수 성향 지역이 국민의힘에 등을 돌렸을까.

유권자들이 국민의힘에 국민의 바람이 무엇인가를 더 겸허히 헤아려 보라는 경고음을 보냈음에도 우미(愚迷)함을 떨쳐내지 못하고 있다. 지난 대선과 총선에서 보수를 선택한 다수 국민은 한나라당 내 계파 간 소모적 정쟁을 혐오하고 있다는 점을 깨닫기 바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