군주가 여러 사람의 의견을 두루 듣고 널리 받아들이면, 귀족과 대신이 감히 속이지 못할 것.
겸청즉명(兼聽則明): 두루 들으면 밝아진다.
명군으로 칭송받는 당 태종에게는 직언을 아끼지 않는 훌륭한 신하가 많았지만, 그 중에서도 위징(魏徵)은 가히 독보적인 존재였다.
태종이 대단히 신뢰했던 위징이 죽자, 대성통곡하며 신하들에게 다음과 같이 말하였다. "나에게는 거울이 셋 있었소. 銅으로 만든 거울로는 내 의관을 바로 잡았고, 옛 역사로된 거울로는 고금의 흥폐(興廢)를 보았으며, 사람으로 된 거울로는 내 과실을 알아냈소.
이제 위징이 죽었으니, 나는 거울 하나를 잃었소!" 태종은 위징을 종종 궁궐로 불러들여, 고금의 흥망성쇠를 함께 論했다. 어느 날 태종이 위징에게 물었다. "군주가 어찌하면 훌륭한 名君이 되고, 어찌하면 어리석은 혼군(昏君)이 되는 것이오?"
위징의 대답은 간결하였다. "겸청즉명(兼聽則明)이요, 편신즉암(偏信則暗)이라. 두루 들으면 명군이 되고, 한쪽 말만 믿으면 혼군이 됩니다. 옛날 요임금과 순임금은 사람들의 의견을 두루 청취하여 백성의 상황을 잘 알았기에, 간신들이 자신을 숨길 수 없었습니다.
어리석은 진나라 2대 황제 호해(胡亥)는 환관 조고만 신임하는 바람에 피살되었고, 수나라 양제 역시 간신 우세기의 말만 믿은 탓에 피살되었습니다.
군주가 여러 사람의 의견을 두루 듣고 널리 받아들이면, 귀족과 대신이 감히 속이지 못할 것이요, 아래 백성의 사정이 위로 황제까지 잘 전달될 것입니다."
위징의 말에 크게 감동 받은 태종은 그의 충고대로 많은 신하의 의견을 널리 받아들여 국정에 활용함으로써 정관(貞觀)의 치세를 이룩하고, 중국 역사상 최고 名君의 자리에 올랐다.
'겸청즉명 편신즉암'을 行하기란 참으로 어렵다. 권력을 잡은 者가 일이 잘 풀리고 많은 성과를 내고 있을 때, 천하가 내 손안에 있다는 생각이 들면 더더욱 남의 말이 귀에 들어오지 않는다.
바로 항우가 그랬다. 진나라가 망한 뒤, 항우는 천하를 놓고 유방과 쟁패를 겨루었다. 객관적으로는 항우의 전력이 훨씬 우세했다.
유방은 항우와의 싸움에서 자주 패해 도망 다니기 바빴으니, 천하는 이미 항우의 손아귀에 들어가 있는 듯했다. 그런데 나중에 항우는 해하성에서 유방의 군대에 포위되어 사면초가에 놓였다.
가까스로 탈출해 오강으로 도망쳤지만, 마지막까지 그의 뒤를 따르는 부하는 28명의 기병뿐이었다.
유방의 군대가 추격해오자, 항우는 하늘을 향해 "하늘이 나를 버렸도다!" 라고 울부짖으며 자결하고 만다.
한나라의 유명한 문장가인 양웅(揚雄)은 《法言》에서 이렇게 쓰고 있다. 유방은 여러 사람들의 책략을 잘 받아들였다. 많은 사람의 책략으로 유방의 군대는 갈수록 힘이 강해졌다.
반면 항우는 달랐다. 남의 의견을 받아들이지 않고, 오직 자신의 용맹만 믿고 어리석게 행동했다. 여러 사람의 책략이 모이면 바로 승리하지만, 자기 자신의 용맹만 믿으면 바로 실패하고 만다.
항우가 이렇게 된 것은 天命과는 아무런 관계가 없다. 그가 하늘을 원망한 것은 그릇된 것이다.
* 편신즉암(偏信則暗): 즉 한쪽만 믿으면 어두워진다.
항우에게 그 한쪽은 자신의 용맹함이었다. 항우는 자기보다 현명한 신하, 자기보다 능력 있는 사람을 질투해 그들의 말을 듣지 않았다. 그래서 능력 있는 신하들이 모두 그를 떠나갔다.
그 대표적인 인물이 나중에 유방 휘하에서 혁혁한 功을 세운 명장 한신이다. 비록 유방은 항우보다 열세였지만, 널리 많은 사람의 책략을 받아들여 지속적으로 힘을 기른 덕분에, 마침내 항우를 물리치고 천하를 차지했다.
당 태종 같은 훌륭한 리더가 되고 싶은가? 한 고조처럼 천하를 얻고자 하는가? 겸청즉명(兼聽則明)에 그 答이 있다.
** 방민지구, 심어방천(防民之口, 甚於防川): 백성의 입을 막는 것은 물길을 막는 것보다 더 위험하다. 물길이 막혔다가 터지면 사람을 많이 해치게 되나니, 백성도 마찬가지다.
그러므로 물길을 관리하는 자는 그것을 터서 잘 흘러가게 해야 하고, 백성을 다스리는 者 역시 그들이 소통하게 하여 말할 수 있도록 해야 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