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민의힘은 총선을 불과 4개월여 앞둔 상황에서 여권이 격랑.
김기현 국민의힘 대표가 13일 오후 5시경 대표직을 전격 사퇴했다.
김 대표는 12일 장제원 의원의 차기 총선 불출마 선언이 나온 뒤 예정됐던 일정을 취소하고 잠행에 들어갔다. 그리고 13일 이준석 전 대표와 모처에서 회동한 뒤 자신의 페이스북에 "오늘부로 국민의힘 당대표직을 내려놓습니다"라는 사퇴선언문을 올렸다. 이에 국민의힘은 총선을 불과 4개월여 앞둔 상황에서 여권이 격랑에 휘말리게 됐다.
이날 김 대표는 자신의 페이스북에 올린 사퇴선언문에서 국민과 당원들을 향해 "지난 9개월 동안 켜켜이 쌓여온 신(新)적폐를 청산하고 대한민국의 정상화와 국민의힘, 나아가 윤석열 정부의 성공이라는 막중한 사명감을 안고 진심을 다해 일했지만, 그 사명을 완수하지 못하고 소임을 내려놓게 되어 송구한 마음뿐"이라는 심경을 밝혔다.
그는 이날 "많은 분들께서 만류하셨지만, 윤석열 정부의 성공과 국민의힘의 총선승리는 너무나 절박한 역사와 시대의 명령이기에 ‘행유부득 반구저기’(行有不得反求諸己: 어떤 일의 결과를 자신에게서 찾아야 한다는 고사성어)의 심정으로 책임을 다하고자 한다"고 적어, 현재의 국민의힘 상황이 자신 때문이란 점을 인정했다.
이에 그는 "우리 당이 지금 처한 모든 상황에 대한 책임은 당대표인 저의 몫이며, 그에 따른 어떤 비판도 오롯이 저의 몫이다"라며 "더이상 저의 거취 문제로 당이 분열되어서는 안 된다. 우리 당 구성원 모두가 통합과 포용의 마음으로 자중자애하며 국민들의 마음을 얻기 위해 힘을 더 모았으면 좋겠다"고 답합을 호소했다.
그리고는 "이제 총선이 불과 119일 밖에 남지 않았다"며 "윤재옥 원내대표를 중심으로 당을 빠르게 안정시켜, 후안무치한 민주당이 다시 의회 권력을 잡는 비극이 재연되지 않도록 저의 견마지로를 다하겠다.당원의 한사람으로서 우리 당의 안정과 총선승리를 위해 이바지하고자 한다"고 덧붙였다.
이틀간 잠행했던 김 대표는 유일하게 이준석 전 대표와 이날 오전 비공개로 한 시간가량 회동한 것으로 알려졌다. 하지만 이 자리에서 김 대표가 이 전 대표의 탈당과 신당창당에 대해 만류했는지에 대해서는 알려지지 않았다.
다만 양측은 서로의 거취 문제를 논의한 것으로 보이며 이날 회동과 김 대표의 대표직 사퇴가 오는 27일 탈당할 것으로 알려진 이 전 대표의 행보에 영향을 미칠 것인지는 확실하지 않다.
하지만 이날 만남을 한 유튜브 방송을 통해 공개한 이 전 대표는 "당을 떠나기 전에 만나기로 이미 약속이 돼 있는 상태에서 (그의) 거취 파동이 난 것"이라며 "긴급 회동이 아니고 만나기로 한 것을 만난 것"이라고 선을 그었다.
그러면서 이 전 대표는 "원래는 제 거취에 대해 얘기하려고 했는데 어쩌다 보니 김 대표 거취 이야기를 많이 했다"고 덧붙였다.
이어 "지금 선거에 지는 게 김기현 책임이 진짜 크다고 생각하는 거냐"며 "전투에 졌는데 사실 지휘관은 멀쩡히 네덜란드에 있고, 군단장을 원흉으로 모는데 왜 당내에서 올바른 이야기 하는 사람이 없냐는 게 내 생각"이라고 주장했다.
이 전 대표는 특히 "김 대표는 명예를 중요하게 생각한다"면서 "본인이 자리에 집착하는 사람처럼 비치면 화가 난다는 입장이다. 저도 기시감이 드는 장면"이라고 했다.
한편 김 대표가 사퇴한 국민의힘은 일단 윤재옥 원내대표 체제로 운영되면서 비대위로 넘어갈 것 같다. 김 대표 잔여 임기가 15개월이나 남았으므로 당헌상 전당대회를 통해 새 대표를 뽑아야 하지만 총선까지 4개월이 채 남지 않아 물리적으로 어렵기 때문이다.
당 안팎에서는 비대위원장 후보로 한동훈 법무부 장관과 원희룡 국토교통부 장관, 김한길 대통령 직속 국민통합위원장 등이 거론되지만 '한동훈 비대위'가 '필승 카드'가 될 수 없다는 평가도 많다. 즉 총선에서 야당이 정권심판론으로 나올 것이 분명한 상황에서 또다시 대통령 최측근 인사를 전면에 내세우는 건 어렵다는 관측이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