법무부가 가석방 없는 무기징역 형 도입을 골자로 하는 법안이 30일 국무회의를 통과했다. 따라서 이 법안이 국회를 통과하고 효력을 발생하면 한국형 종신형이 될 것으로 보인다.
30일 법무부는 "법원이 가석방 없는 무기형을 선고할 수 있도록 하는 형법 개정안이 이날 오전 국무회의를 통과해 국회에 제출될 예정"이라고 밝혔다.
해당 내용의 법조문은 징역 또는 금고기간과 가석방 요건을 규정한 형법 42조와 72조에 신설되는데, 구체적으로는 법원 판결을 가석방이 허용되는 무기징역 또는 금고 형과 허용되지 않는 무기징역 및 금고 형을 구분해 선고하도록 하는 내용을 담고 있다.
현행 형법 제42조(징역 또는 금고의 기간)는 "징역 또는 금고는 무기 또는 유기로 하고 유기는 1개월 이상 30년 이하로 한다. 단, 유기징역 또는 유기금고에 대하여 형을 가중하는 때에는 50년까지로 한다"로 되어 있다.
그리고 제72조(가석방의 요건)는 ①항에서 "징역이나 금고의 집행 중에 있는 사람이 행상(行狀)이 양호하여 뉘우침이 뚜렷한 때에는 무기형은 20년, 유기형은 형기의 3분의 1이 지난 후 행정처분으로 가석방을 할 수 있다"고 명기하고 있다.
결국 현행법 하에서는 무기징역 또는 무기 금고형을 선고받았더라도 20년이 지나면 가석방 대상이 될 수 있는 것이다. 따라서 이에 대한 논란이 있었던 것도 사실이다.
실제로 살인 등 흉악범 재판 과정에서, 피해자의 유족들은 무기수에 대해서도 석방이 가능한 현행 제도의 문제점을 호소하였고, 법원 역시 같은 취지의 판시를 한 바 있다.
가깝게는 지난 10월 12일 ‘신당역 살인 피의자’ 전 모 씨가 무기징역이 대법원에서 확정되자 법정을 직접 찾은 유족측은 변호인을 통해 "피해자의 생전 모습을 생각하면 어떤 형벌도 부족하겠지만 무기징역형에 가석방은 절대 있으면 안 된다고 생각한다"는 ㄸ끗을 밝혔다.
또 2022. 1월 25일 대전고등법원에서 선고된 강도살인 등 사건 피의자 판결문에는 “피해자들의 부친은 항소심 법정에서 증인으로서 ‘사형을 선고해 주시면 감사하겠습니다. 사형을 해야만 사회에 나올 수 없습니다. 제가, 피고인 죽이라는 소리 아니에요.… 무기징역을 받는다고 해도, 피고인이 무슨 수를 써서라도 나오려고 아마 성실하게 생활할 겁니다. 살인자는 살인자일 뿐입니다.’라고 하면서 피고인에게 사형을 선고해달라고 호소했다고 기록되어 있다.
그 외에도 2022. 1월 19일 세모녀 살해 사건 피의자 김 모씨 항소심에서 무기징역을 선고한 재판부는 이례적으로 "일부 학계의 비판을 무릅쓰고서라도 가석방 없는 절대적 종신형으로 집행돼야 마땅하다는 의견을 밝힌다"라고 했음을 당시 중앙일보가 보도했다.
이는 우리나라가 1997년 12.월 김영삼 정부 말기에 사형이 집행된 이후 현재까지 사형을 집행하지 않고 있어 사실상 사형이 폐지된 국가로 분류되고 있기 때문이기도 하다.
이에 법무부는 흉기 난동, 대낮 성폭행 등 흉악범죄가 잇따르자 지난 8월 가석방 없는 무기형 도입 추진 의사를 표한 바 있다.
당시 한동훈 법무부 장관은 "흉악 범죄로 인생 전부를 잃은 피해자와 평생을 고통받아야 하는 유족분들의 아픔을 생각하고 선량한 국민을 보호하기 위해 꼭 필요한 제도"라며 "법률 통과를 위해 최선을 다하겠다"고 말했다.
하지만 가석방 없는 종신형이 인간 존엄을 해칠 우려가 있고 교화 가능성을 박탈하는 반면 범죄 예방 효과는 불분명하다는 비판도 적지 않다.
대법원 법원행정처는 지난 8월 "가석방 없는 종신형이 사형제에 비해 기본권 침해가 덜하다고 볼 수 없다는 견해도 있고, 선진국에서는 위헌성이 있다는 판단하에 폐지하는 추세"라며 "범죄 예방적 효과를 단정할 수 없고 교도행정에 큰 부담이 되는 측면이 있다"는 의견을 국회에 제출한 바 있다.
민주사회를 위한 변호사모임(민변)도 당시 "가석방 없는 종신형은 헌법상 인간 존엄의 가치를 침해하고 형사정책적으로도 정당화될 수 없는 형벌 제도"라며 반대 논평을 냈다. 이에 이 법안이 국회를 통과할 수 있을 것인지 주목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