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은행(총재 이창용)이 기준금리를 3.5%로 다시 동결했다. 지난 2·4·5·7·8월에 이어 오늘(19일)까지 6연속 동결이다. 이에 대해 한은은 가계부채 증가 등으로 긴축기조를 유지할 필요가 있다는 점을 특히 강조했다.
이는 원/달러 환율이 11개월 만에 최고 수준에 이르는 등 금리 인상 요인이 분명히 있음에도 최근 소비 부진과 중국 등 주요국의 성장 둔화로 뚜렷한 경기 회복을 장담할 수 없는 만큼 일단 동결한 뒤 상황을 지켜보자고 금통위가 해석한 것으로 보인다.
한국은행은 19일 오전 9시부터 이창용 총재 주재로 금융통화위원회를 열고 통화정책방향을 논의함 끝에 현재 기준금리(연 3.50%)를 조정 없이 동결했다.
이날 금통위는 통화정책방향 회의 의결문에서 "물가상승률이 기조적 둔화 흐름을 이어갈 것으로 전망되지만, 주요국 통화 긴축 기조 장기화, 지정학적 리스크 증대 등으로 물가와 성장 전망 경로의 불확실성이 커졌다"며 "물가상승률 둔화 속도가 예상보다 완만해질 것으로 전망되고, 가계부채의 증가 흐름도 지켜볼 필요가 있는 만큼 현재의 긴축 기조를 유지하는 것이 적절하다고 봤다"고 동결 이유를 설명했다.
이어 소비자물가에 대해 "물가상승률이 올해 말 3%대 초반으로 낮아지고 내년에도 완만한 둔화 흐름을 이어갈 것"으로 예측했다.
그러면서도 "다만 높아진 국제 유가와 환율의 파급 영향, 이스라엘·하마스 사태 등에 따른 물가 상방(상승방향) 리스크 등으로 소비자물가 상승률이 목표 수준(2%대)에 수렴하는 시기는 당초 예상보다 늦춰질 가능성이 커진 것으로 판단된다"고 밝혔다.
그리고 국내 경기 전망에 대해서는 "앞으로 수출 부진 완화로 성장세가 점차 개선되면서 올해 성장률도 8월 전망치(1.4%)에 대체로 부합할 것"이라며 "다만 지정학적 리스크 증대, 주요국 통화 긴축 기조 장기화 등의 영향으로 향후 성장 경로의 불확실성이 높아졌다"고 진단했다.
한편 이날 관련 보도를 낸 연합뉴스의 전망에 따르면 이 같은 한은의 결정에 대해 지난달 20일(현지시간) 미국 연방공개시장위원회(FOMC) 정례회의 직후 고조된 미국의 추가 통화 긴축 압력이 최근 다소 줄어든 점도 한은의 통화정책 결정에 여유를 줬을 것으로 보고 있다.
앞서 2020년 3월 16일 금통위는 코로나19 충격으로 경기 침체가 예상되자 기준금리를 한 번에 0.50%p 낮추는 이른바 '빅컷'(1.25→0.75%)에 나섰고, 같은 해 5월 28일 추가 인하(0.75→0.50%)를 통해 2개월 만에 0.75%p나 금리를 빠르게 내렸다.
이후 무려 아홉 번의 동결을 거쳐 2021년 8월 26일 마침내 15개월 만에 0.25%p 올리면서 이른바 '통화정책 정상화'에 나섰다.
그 뒤로 기준금리는 같은 해 11월, 지난해 1·4·5·7·8·10·11월과 올해 1월까지 0.25%p씩 여덟 차례, 0.50%p 두 차례 등 모두 3.00%p 높아졌다.
하지만 금리 인상 기조는 사실상 지난 2월 동결로 깨졌고, 3.5% 기준금리가 이날까지 약 9개월째 유지되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