박정훈 전 해병대 수사단장을 군검찰이 항명 혐의로 구속영장을 청구했으나 군사법원이 기각됐다. 이 사건은 대통령이 직접 개입한 흔적이 역력하면서 정국을 뒤 흔드는 폭풍급으로 그 위력을 더해 간다.

이런 가운데 진보당 홍성규 대변인은 서면 브리핑을 통해 군검사도 우려한 "너무 무서운 일", 현실이 되어서는 안된다고 주장했다. 홍 대변인은 이날 브리핑을 통해 ‘사본을 떠놓고 잘 보관해 세상에서 없어지지 않게 해달라’고 발언한 군검사의 우려를 전하면서 “군인권센터에서 채상병 순직 사망사건을 수사하던 군검사의 당부가 담긴 녹음파일을 공개했다.

전 해병대 수사단장인 박정훈 대령이 수사 결과를 경북경찰청에 이첩한 당일과 다음날에 통화했던 기록들”이라고 지적했다. 이어 “군검사의 입에서도 ‘너무 무서운 일’이라는 말이 나왔다”면서 “지극히 상식적이고 정당한 목소리들이, 불의한 권력에 의해 내리눌리고 입이 막혀버리는 '너무 무서운 일'이 지금 우리 국민들의 눈앞에서 생생히 펼쳐지고 있다.

수사 기록에는 국방부와 대통령실은 물론 VIP까지 직접 거론된 마당”이라고 강조했다. 계속해서 “상황이 여기까지 왔는데도, '축소 은폐 외압'이 의혹의 수준을 넘어 확신의 단계까지 왔는데도, 윤석열 대통령과 대통령실, 국방부만 모르쇠로 입을 꾹 다물고 있다”면서 “손바닥으로 하늘을 가릴 수는 없는 일이다.

이에 야당 의원들은 대통령이 직접 개입했다면 이는 명백한 직권남용”이라고 지적하고 나섰다. 정의당 홍 대변인은 “대통령이 직접 수사외압에 나선 그야말로 사상 초유의 심각한 이번 사건은, 이제 그 누구도 어떻게도 '세상에서 없어지게 할 수 없는 상황'까지 왔다”면서 “특검과 국정조사만이 유일한 해법이다. 국회가 당장 움직여야 한다”고 촉구했다.

한편 중앙지역 군사법원은 이날 항명과 이종섭 국방부 장관에 대한 ‘상관 명예훼손’ 혐의로 국방부 검찰단이 박 전 단장에 대해 청구한 사전 구속영장을 증거 인멸과 도주 우려가 적다는 이유로 기각했다.

구속영장이 기각된 뒤 군사법원 밖으로 나온 박정훈 전 단장은 “감사하다. 많은 성원에 힘입어 조사와 재판에 성실히 잘 임해서 꼭 저의 억울함을 규명하고, 특히 고 채 상병의 억울함이 없도록 수사가 잘됐으면 좋겠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