헌재 재판관들, "헌법상 의무 위반했다고 보기 어렵다”"
헌법재판소가 국회의 이상민 행정안전부장관 탄핵안을 기각했다. 이 장관은 이 같은 헌재 결정에 따라 즉각 업무에 복귀했다.
헌재는 25일 오후 2시 서울 종로구 헌재 대심판정에서 이 장관의 탄핵 심판 사건에서 재판관 전원 일치 의견으로 탄핵 심판 청구를 기각한다고 발표했다.
이날 헌재는 국회의 이 장관 탄핵사유인 ▲사전 재난 예방조치 의무 위반 ▲사후 재난 대응 조치 의무 위반 ▲참사 발생 후 발언 등 주요 쟁점에 대해 심판하면서 이 장관이 헌법상 의무를 위반했다고 보기 어렵다고 판단했다.
이로써 국무위원으로서는 헌정사상 처음으로 탄핵 소추된 이상민 행정안전부 장관은 즉시 업무에 복귀했다.
이날 헌재는 먼저 이 장관 탄핵사유로 제기된 재난안전법과 재난안전통신망법 위반에 대해 “재해를 예방하기 위해 노력해야 할 국가 의무를 규정한 재난안전법과 재난안전통신망법을 위반했다고 보기 어렵다”며 “중앙재난안전대책본부와 중앙사고수습본부 설치·운영에 대한 재난안전법을 위반했다고도 보기 어렵다”고 판단했다.
또한 헌재는 이 장관이 ‘이태원 참사’ 당일 현장에 늦게 도착했다는 지적에 “이미 골든타임이 지난 시각이었다”고 한 발언에 대해 "해당 발언이 부적절하다"고 인정했으나 “표현 상대방과 경위 등을 종합적으로 고려하면 국민의 신뢰가 현저히 실추됐거나 파면을 정당화할 정도로 관련 기능이 훼손됐다고 보기 어렵다”고 언급했다.
아울러 “중대본과 중수본 설치·운영, 피해자 등 용어 사용, 유족 명단에 관한 발언은 기억에 반하거나 책임을 회피하기 위한 발언으로 보기 어렵다”며 “사후 발언에 관해 탄핵 사유가 인정되지 않는다”고 덧붙였다.
더구나 헌재는 ‘이태원 참사’을 두고 "특정 원인이나 인물에 의해 발생한 사고가 아니다"라는 점을 분명히 했다. 그러면서도 "재난안전법상 주최자 없는 축제의 안전관리와 매뉴얼이 명확하지 않았고, 각 정부기관이 대규모 재난에 통합 대응 역량을 기르지 못한 잘못이 있다"고 지적하기는 했다.
하지만 헌재는 이런 잘못에 대해서도 “재난상황에서 행동요령 등에 관한 충분한 홍보나 교육, 안내가 부족했던 점이 총체적으로 작용한 결과이므로 규범적 측면에서 그 책임을 피청구인에게 돌리기는 어렵다”고 설명했다.
탄핵 심판은 헌재 재판관 9명 중 7명 이상이 출석해 6명 이상이 동의하는 것으로 파면 여부를 결정한다. 그런데 이날 헌재는 전원일치로 이 같은 판결을 내렸다.
앞서 국회는 지난 2월 8일 오후 본회의에서 이 장관 탄핵소추안을 무기명 표결을 통해 총투표수 293표 중 찬성 179표, 반대 109표, 무효 5표로 가결해 헌법재판소로 넘겼다. 국무위원에 대한 탄핵소추는 75년 헌정사에서 처음이었다.
이후 네 차례 진행된 변론기일에서 국회 측은 ‘국가는 재해를 예방하고 그 위험으로부터 국민을 보호하기 위해 노력해야 한다’는 헌법 34조 6항과 ‘국가 및 지방자치단체가 행하는 재난 및 안전관리 업무를 총괄·조정한다’고 규정한 재난안전법 6조 등을 근거로 이 장관이 탄핵사유에 해당한다고 주장했다.
이 장관 측은 이태원 참사가 예측하기 어려웠던 만큼 재난예방 의무 위반에 해당하지 않는다고 맞섰다. 참사 직후 중대본을 설치해 대응에 나섰고, 당시 재난 현장에서 긴급구조활동과 관련 지휘·감독권과 개입·관여 권한도 없다고 반박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