비속어 논란이 정치적 점화로 가라앉기는커녕 여야간 정쟁의 한복판.
윤석열 대통령이 지난주 뉴욕 방문 중에 불거진 비속어 논란이 정치적 점화로 가라앉기는커녕 여야간 정쟁의 한복판에 들어서는 모양새다.
윤 대통령은 26일 오전 귀국 후 첫 출근길 용산 대통령실 청사 취재진과 마주한 윤 대통령은 약식 기자회견(도어스테핑)을 통해 "사실과 다른 보도로 동맹을 훼손하는 것은 국민을 굉장히 위험에 빠뜨리는 일"이라고 주장했다.
기자들 문답에서 비속어 논란과 관련해 "사실과 다른 보도로서 동맹을 훼손하는 것은 국민을 위험에 빠뜨리는 일"이라면서 "이 부분에 대한 진상이라는 것들이 더 확실하게 밝혀져야 한다"고 말했다.
윤 대통령은 지난 21일 조 바이든 미국 대통령 주최로 뉴욕에서 열린 글로벌펀드 재정공약회의를 마치고 식장을 떠나면서 "국회에서 이 XX들이 승인 안 해주면 OOO 쪽팔려서 어떡하나"라고 말하는 듯한 장면이 카메라에 포착됐다.
최초 보도한 MBC는 '바이든이 쪽팔려서 어떡하나'라는 자막을 달고 송출했으나, 대통령실은 '바이든'이 아닌 '날리면'이라고 말한 것이고 '국회'는 미국 의회가 아닌 한국 국회를 가리킨 것이라며 유감을 표했다. '이 XX들'에 대해서도 여권에선 '이 사람들'이라며 욕설이 아니라는 반박이 나왔다.
윤 대통령의 이날 출근길 언급은 비속어 논란 자체가 사실에 부합하지 않는다는 판단이 우선적으로 작용한 것으로 보인다. 한미동맹 훼손과 별도의 진상규명을 강조한 대목에선 이번 논란은 국익과 직결되는 문제여서 결코 묵과할 수 없다는 의지를 느낄 수 있다.
대통령실은 오후 출근길 발언에 대한 부연 설명을 통해 "순방외교와 같은 국익을 극대화하기 위한 총성 없는 전쟁에서 허위 보도는 국민의 생명과 안전에 직결되는 악영향"이라며 "그 피해자는 다름 아닌 국민이라는 점을 윤 대통령이 강조하고 싶었던 메시지"라고 강조했다.
이에 때맞춰 국민의힘에선 MBC가 민주당 정권을 다시 세우려는 '제2의 광우병 사태'라며 강경 대응을 촉구하는 목소리가 분출했다. 권성동 전 원내대표는 "MBC가 미끼를 만들고 민주당이 낚시를 한 것으로 정언(政言)유착이라는 말도 아깝다. 정언공범"이라고 규정했다.
윤석열 정부에 비판 내지 적대적인 언론사의 정권 흔들기로 보는 것이다. 윤 대통령이 이번 사태에 '유감 표명' 선에서 털고 넘어갈 것이라는 예상은 빗나갔다. 여권이 이번 논란과 관련해 국익과 연결된 중대 사안으로 여기는 만큼 정치권의 진상규명 작업은 불가피한 현안이 됐다.
민주당 이재명 대표도 "나도 들어보니까 그렇게(날리면) 들릴 수도 있겠더라"라며 "감정적으로 할 부분이 아니고 중요한 사안이다. 책임을 묻겠다는 것이니까 우리 입장에서는 사실 확인을 좀 더 분명하게 할 필요가 있다"고 말했다.
문제는 진상규명이 어떤 식으로 이뤄질지, 어떻게 결론이 도출될지 가늠하기 어렵다는 점이다. 음성 분석 전문가들조차 일치된 의견을 내지 못하고 있다.
이왕 정치권이 진상규명 필요성을 강조하고 나섰으니 논란을 조속히 매듭짓기를 요청한다. 북한이 탄도미사일 발사로 핵 위협을 일삼고 환율, 물가, 금리가 폭등하는 '퍼펙트 스톰'이 한국경제를 강타한 엄중한 상황이다.
정치권은 소모적 정쟁을 자제하고 위기극복에 앞장서기를 바란다
이강문 주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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