폭력, 혐오, 차별 등을 아주 자연스럽고 희화화해 노출하는 콘텐츠들이 수도 없이 많다.
우리나라 아동 10명 중 8명이 유튜브를 이용하는 시대다. 특히 아동과 청소년 시청자들에게는 게임 기반 유튜브 영상물이 인기가 좋다. 게임 플레이는 물론 플레이어가 자유롭게 캐릭터를 설정해 건축이나 모험, 일상생활을 즐기는 모습을 보여주는 것이다.
이용자 자작 음란물이 자유롭게 유통되는 해외 플랫폼 '온리팬스(Onlyfans)' 국내 이용자가 빠르게 늘고 있다. 국내법이 적용되지 않는 해외 플랫폼에서 국산 불법 음란물 공급과 소비가 활발하게 진행 중이다. 가입과 성인인증 절차가 허술해 미성년자가 음란물에 무방비로 노출돼 유해성이 크다. 당국의 대응 방안 마련이 시급하다.
이런 게임들은 자유도가 높아, 그만큼 폭력이나 성적인 콘텐츠를 만들어내기에도 쉬워 문제가 된다. 만 3~9세 아동의 78.7%가 동영상 플랫폼을 이용하며, 이 중 유튜브가 94.8%를 차지한다는 조사 결과가 나왔다.
이처럼 많은 아동과 청소년들은 온라인 영상을 시청하는 것이 아주 익숙하고 일상적인 일이 됐다. 그러나 영상 제작자들과 영상 플랫폼은 이같은 아동 청소년 시청자들을 전혀 고려하지 않고 있는 모양새다. 이런 플랫폼에는 각종 폭력, 혐오, 차별 등을 아주 자연스럽고 희화화해 노출하는 콘텐츠들이 수도 없이 많다.
게임을 이용해 상황극을 하는 유튜브 영상은 단연 인기다. 하지만 관련기관의 분석에 따르면 이런 상황극 영상에서 차별과 혐오, 폭력적 표현은 아주 다양하고 복합적으로 나타나고 있었다.
캐릭터가 무성을 기본으로 설정돼 있더라도, 영상 제작자들은 분홍색으로 꾸민 캐릭터가 애교를 부리는 등의 설정으로 이를 정형화된 여성으로 만든다. 이런 캐릭터들은 육아와 집안일을 도맡아하거나, 다른 캐릭터들에게 성희롱이나 성폭력을 당한다.
여성 캐릭터에 대한 외모를 평가하거나 비난을 하는 장면들은 맥락없이, 아주 자연스럽게 등장하고 있다. 심지어는 최음제, 데이트 강간, 성폭력과 관련된 발언이나 상황극 역시 특별한 제재 없이 마구잡이로 노출되고 있다.
성차별적 내용은 차치하더라도 아동과 청소년이 보기에 부적절한 콘텐츠들이 영상 플랫폼에 산재돼 있는 것이다. 하지만 유튜브는 해외 플랫폼이다. 해당 국가에서 불법으로 명시된 내용이 유통되지 않도록 조치하고는 있으나, 현재 금지할 근거가 없어 차단되지 않고 있다.
유해한 영상을 신고하더라도 삭제 또는 제재 조치가 쉽게 내려지지 않기도 한다. 우리나라에서도 역시 관련 법이 전무하다보니 이런 유해한 영상물들이 그대로 노출되고 있는데도 딱히 막을 방법이 없다는 것도 문제다.
이렇게 성장기에 유해한 영상을 보고 성장한 아동 및 청소년들은 잘못된 성 관념과 뒤떨어진 젠더 감수성을 가진 채 성인이 된다. 성희롱과 성폭력은 하나의 농담이나 놀이에 불과하게 되고, 여성은 남성에게 종속되거나 비난받아도 문제 없는 존재로 인식된다.
뿐만아니라 마약, 폭력과 같은 각종 범죄에 있어서도 가볍게 여기게 되는 문제까지 있다. 마약 거래에 대한 은유나 아예 직접적인 묘사는 물론 동물과 NPC 캐릭터, 다른 플레이어를 잔인하고 무자비하게 죽이는 장면들까지 가감없니 묘사되는 영상들은 아동과 청소년에게 잘못된 범죄 인식을 심어준다.
국내에서도 N번방 사건의 발단이 된 일탈계(일탈 행위를 하는 계정) 중심으로 온리팬스 계정 연동이 늘고 있어 미성년자 연루 가능성이 커진 상황이다. N번방 개설자들은 일탈계를 이용, 청소년에게 접근 및 협박해 성 착취 음란물을 제작해 유포했다.
미성년자의 음란물 이용을 막는 절차도 유명무실한 것으로 확인됐다. 한국 계정의 경우 카드등록 과정에서 성인임을 동의하는 체크박스는 있으나 실질적인 확인 절차는 없다.
정부의 규제는 사후에 나타날 수밖에 없어 대응이 더딜 수밖에 없다. 방송통신위원회 관계자는 “방송통신심의위원회 심의 결과 해당 사이트의 유해성이 심각하다고 판단될 경우 전체 사이트의 국내 접속을 막는 방안을 고려할 수 있다”고 말했다.
우리나라의 통신심의에 차별, 혐오, 폭력과 성폭력에 관한 법적 근거를 마련해야 한다는 주장은 예전부터 꾸준히 나오고 있다. 하지만 아직까지 진전이 없는 가운데, 지금 이 순간에도 유해한 영상은 끊임없이 제작되고 아동과 청소년들에게 그대로 노출되고 있다.
콘첸츠 플랫폼의 성인지 감수성을 높이려는 노력과 함께, 하루빨리 관련 법과 처벌의 마련으로 이같은 문제를 차단할 수 있도록 해야 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