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극단적 선택’ 등 비극 되풀이되지 않았으면
인기리에 방영되던 드라마 ‘이상한 변호사 우영우’가 마지막까지 큰 인기를 끌며 성공적으로 종영됐다.
드라마 자체에서 보여주는 다양한 상황들과 ‘자폐’라는 생소한 키워드를 담은 주인공, 법과 재판 내용을 구체적으로 묘사하는 이야기 등은 드라마 인기의 큰 몫을 했다.
지난 15일 수원역 지하 1층에 마련된 발달·중증장애인 참사 분향소를 경기도에 의하여 설치되었다.
지난해 말 기준 우리나라 전체 발달장애인은 25만5207명으로 전체 등록 장애인의 9.6%였다. 그 가운데 경기도 내 발달장애인 수는 우리나라 발달장애인의 21.9%에 달한다는 것이다.
가족 중에 발달장애인이 있으면 그들의 삶은 무너진다. 우리나라 발달장애인 가족들은 한계에 처해 있지만 제도 밖의 문제여서 절망 속에서 살아가고 있다. 그 절망을 견디다 못해 급기야는 소중한 목숨까지도 포기하는 안타까운 일이 최근 잇따라 발생하고 있다.
이 드라마에서 주인공 우영우는 자폐 스펙트럼 장애를 가지고 있다. 서울대를 수석 졸업하고 변호사 시험에서 만점을 받았지만, 이 장애 때문에 동기들보다 늦게 취업한 인물이다. 이는 아무리 능력이 뛰어나더라도 장애가 있으면 취업이 힘든 현실을 반영한 것으로 보인다.
그렇다면 실제 우리나라에서 발달장애인들의 취업 현황은 어떨까? 고용노동부 산하 한국장애인고용공단이 지난 4월 발행한 ‘2021년 발달장애인 일과 삶 실태조사’에서도 이같은 발달장애인의 고용 형태가 엿보인다.
실태조사에 따르면 2021년 6월15일 주간 기준 우리나라 만 15세 이상 발달장애인 20만9497명(추정 수) 가운데 29.3%인 6만1388명만 취업한 것으로 나타났기 때문이다. 게다가 취업자 가운데 5만4879명(89.4%)은 임금 근로자로 일했고, 3.3%는 자영업자, 7.3%는 무급 가족종사자였다.
이들이 취업한 직장도 민간사업체(37.1%), 장애인 직업재활시설(26.3%), 정부재정지원 일자리(12.4%)가 대부분을 차지했고, 이 외에 소속없음(9.9%), 장애인표준사업장·자회사형 표준사업장(7.4%)순으로 장애인 전용 일자리나 정부의 지원이 없는 곳이면 비장애인보다 훨씬 취업에 어려움을 겪고 있는 것으로 분류됐다.
이들이 취업한 직업의 종류는 77.6%가 단순노무 종사자. 서비스 종사자(8.1%), 농림어업 숙련종사자(5.4%), 사무 종사자(3.6%)들은 소수였으며, 기능원 및 관련기능 종사자는 1.9%에 그쳤다. 근로 시간 역시 법정근로 시간(8시간) 미만으로 일하는 경우가 63.2%로 비장애인보다 뒤떨어졌다.
중요한 요소인 임금은 어떨까. 이 역시 전체 노동자 평균에 비해 낮았다. 발달장애인 취업자 월 평균 임금은 100만 8000원으로 2020년 말 기준 우리나라 임금근로자의 월평균 세전 소득(320만원)의 3분의 1정도밖에 되지 않는 수준이었다.
이중에서도 100만원 미만이라는 답변이 54.9%에 달해, 사실상 생계 유지에는 크게 못 미치는 수준이다. 취업을 희망하는 발달장애인들은 입을 모아 발달장애인을 채용하려는 일자리 자체가 없거나 부족하다고 말했다.
이들은 취업정보를 접하기 어렵거나, 애초에 노동과 관련된 능력이나 기술, 경력 등을 쌓을 수 있는 기회가 적기도 했다고 답변했다.
‘이상한 변호사 우영우’는 큰 인기를 끌었지만, 이를 보며 답답함이나 씁쓸함을 느꼈다는 후기도 종종 있었다. 이들은 자신이 발달장애인이거나 가족 등 가까운 사람 중에 발달장애인이 있는 사람들이었다.
자신이 겪은 발달장애인의 현실과 드라마에서 비춰지는 발달장애인의 삶은 너무나 큰 격차가 있었고, 이때문에 사람들이 발달장애인에 대한 또다른 잘못된 인식을 가지진 않을까 하는 걱정도 남았다.
일자리는 발달장애인들에게도 비장애인과 똑같은 기회를 줄 수 있어야 한다. 정책적으로 이를 제공하는 것은 물론, 이같은 정보를 접하고 관련 능력을 키울 수 있는 기회도 충분히 제공해야 하는 이유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