평지풍파 자중지란의 충격 휩싸인 여당, 권성동 원내대표 사표로 '사즉생' 변화 자세 보이길
지난 26일 오전 법원이 국민의힘 비상대책위원장 주호영 위원장의 직무 집행을 정지해야 한다는 결정을 내렸다.
애숭이 이준석이 신청한 비대위 설치 가처분 무효소송을 법원이 인용했다. 사실상 이준석이 완승을 거둔 것이다. 이에 연찬회까지 진행하며 당정이 하나가 되자고 약속한 국민의힘과 윤석열 대통령은 다시 한번 망신을 샀다.
취임이후 걸핏하면 “사법부의 판단을 존중하라”며 충고하던 국민의힘은 정작 이준석이 신청한 가처분 무효소송 법원의 판결이 내려지자 “사법부가 정당 일에 지나치게 과도한 간섭한다.”며 성토했다. 또 “요즘 법원은 정치적 판단을 한다.”며 이번 주심 판사가 민주사회를 위한 변호사 모임 출신이란 걸 부각했다
서울남부지법 민사51부(황정수 수석부장판사)는 이준석 국민의힘 전 대표가 국민의힘 비상대책위원회 전환의 효력을 정지해달라며 낸 가처분 신청과 관련, 주호영 국민의힘 비대위원장의 직무 집행을 본안판결 확정 때까지 정지해야 한다고 결정해 이 전 대표의 신청을 일부 인용했다.
지난 9일 국민의힘 전국위가 인선을 의결한 주 비대위원장을 중심으로 한 국민의힘이 때마침 25일부터 이틀간 연찬회를 갖고 당정 결속을 도모했으나 연찬회가 종료되는 이날 이런 법원 결정으로 당 지도부가 중대 위기를 맞게 됐다.
국민의힘은 주말인 27일 긴급 의원총회를 열어 대책을 논의하기로 했으나, 여당 일부에선 이미 이 사태가 발생하게 된 데 대한 책임론을 제기하는 등 당이 소용돌이에 휩싸일 전망이다.
대선 승리에 따른 집권 초기부터 극심한 내분을 겪어온 국민의힘이 비대위 체제를 통해 내부 갈등을 수습하려 했으나 이날 법원의 결정에 따라 '엎친 데 덮친 격'으로 당 내홍이 더욱 격화하는 양상을 띨 것이라는 관측이 나온다.
다만 국민의힘 비대위는 "정당 의사결정에 대한 과도한 침해"라며 반발하고 이날 가처분 결정에 대한 이의신청을 제기했으며, 이의신청이 받아들여지지 않으면 서울고법에 항고하겠다고 밝혔다.
이날 결정을 내린 법원 재판부는 먼저 국민의힘에 당 대표를 자동 해임하는 비대위를 둘 정도의 '비상 상황'이 발생하지 않아 '실체적 하자'가 있다고 판단했다. 특히 국민의힘 비대위 전환 조건을 규정한 당헌 96조 1항 '당 대표가 궐위되거나 최고위 기능이 상실되는 등 당에 비상상황이 발생한 경우'에 모두 해당하지 않는다고 봤다.
이 전 대표의 당원권 6개월 정지 징계는 '당 대표 궐위'가 아닌 '사고'라고 당에서 결론을 냈고, 최고위원들이 8월 2일 비대위 체제 전환을 위한 상임전국위·전국위 소집 안건을 의결한 것 등에 비춰보면 기능이 상실되지도 않았다는 게 법원의 판단이라는 것이다.
하지만 국민의힘은 이날 법원의 가처분 인용 결정이 정당 내부의 자율적 의사결정에 대한 과도한 침해라며 반발했다. 주호영 비대위원장은 입장문을 통해 "정당의 내부 결정을 사법부가 부정하고 규정하는 것은 정당자치라는 헌법정신을 훼손하는 것"이라고 주장했다.
박형수 원내대변인은 서면 논평을 내고 "국민의힘은 상임전국위원회를 열어 당 대표의 당원권이 정지되고 최고위원의 과반수가 궐위된 당시 상황을 '비상상황'으로 유권해석했다"면서 "이러한 상임전국위의 정당한 유권해석을 법원이 임의로 뒤집은 것은 정당의 자율권을 침해하는 비상식적인 결정으로 납득하기 어렵다"고 했다.
국민의힘은 이날 이틀 동안의 의원 연찬회를 마무리하고 그동안의 당내 갈등에 대해 사과하고 '민생 정당'으로 거듭나겠다고 다짐했다. 하지만 공교롭게도 법원 결정이 나오면서 당이 발칵 뒤집힌 분위기다.
당초 가처분 결정이 이번 주를 넘길 것으로 알려진 가운데, 더욱이 여권이 윤석열 정부 출범 후 처음 열린 연찬회에서 윤 대통령과 대통령실 및 각료, 소속 의원들이 '당정 원팀'을 외친 바로 다음날 법원발 초대형 악재가 터지면서 충격파를 더 했다는 것이다.
국민의힘이 법원 결정에 곧바로 이의신청을 제기하고 받아들여지지 않으면 항고하겠다는 강경 방침을 정한 것도 이런 맥락과 무관하지 않은 것으로 보인다. 하지만 이준석 전 대표와의 분란 등 당내 갈등이 여전한 가운데 집권당이 이날 법원 결정에 곧바로 불복하는 모습을 보이는 게 과연 국민의 눈에 어떻게 비칠지 좀 더 신중하게 생각하기 바란다.
이와 함께 여당 비대위원장의 공석이 당분간 불가피한 상황에서 권성동 원내대표가 재차 비대위원장 직무대행을 맡을 개연성도 커졌다는 관측이 나온다. 당초 당대표 직무대행을 맡았던 권 원내대표가 주 비대위원장 체제 출범 후에도 원내대표를 유지하다가 다시 비대위원장 직무대행을 맡게 되는 모양새가 벌어질 판이다.
그 경우 과연 국민이 이를 어떻게 바라볼지 국민의힘은 직시해야 할 것이다. '생즉사 사즉생'이라고 했다. 국민의힘이 연찬회 결의문의 정신을 되새기면서 난국에 대처하기를 기대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