윤석열 대통령, “전 정권에서 이렇게 훌륭한 장관 본 적 있나?”
박순애 부총리 겸 교육부장관 사퇴 형식으로 경질.
-尹, 교육장관 임명과 만5세 초등입학 외고 폐지 정책 모두 실패(?)
-사실상 만5세 초등입학 졸속 정책은 윤석열의 의지'
-박순애 “(尹이 초등 만5세 입학) 빨리 스타트하라 했다”
-대통령실 "尹이 취학연령을 1년 앞당기는 방안을 신속히 강구하라 지시"
만 5살 초등학교 입학과 외고 폐지 등으로 논란을 빚은 박순애 사회부총리 겸 교육부 장관이 오늘(8일) 오후 자진 장관직을 사퇴했다.
윤 대통령의 지지율 하락으로 고심하고 있는 윤석열 정부로부터의 사실상 경질 아니냐는 목소리도 나오고 있다.
윤석열 정부에서 국회 인사청문회도 없이 임명된 박순애 사회부총리 겸 교육부장관이 8일 오후 장관 사퇴는 지난달 4일 임명 재가 후 34일 만이다.
이날 박 부총리는 기자회견을 열고 교육부장관직 사퇴를 밝혔다. 그 이유는 “학제개편 등 모든 책임은 제게 있으며 제 불찰”이다고 고개를 숙였다.
박 부총리는 만취 음주운전 전력, 논문 중복게재 의혹, 자녀 학교생활기록부 첨삭 의혹 등을 안고도 사회부총리 겸 교육부 장관 후보자로 전격 발탁됐다. 논란이 야당으로부터 거세졌지만 인사청문회 없이 지난달 4일, 지명 39일 만에 임명이 재가됐다.
이런 논란을 해결하지 못했기에 이같은 사퇴가 예견돼 있었던 것은 아닐지 우려스럽다. 박 부총리는 임명 이후에 반도체 관련 인재양성 방안을 내놨지만 수도권 대학 정원 규제 완화로 인한 지방대학 위기 심화를 고려하지 못해 비판을 받았다.
지난달 29일 발표한 새 정부 업무계획에서는 초등학교 입학 연령 1년 단축을 밝혔다가 여론의 반발을 받았다. 이 거센 반발은 아직까지도 이어져 대통령의 부정평가 여론조사에도 반영되고 있을 정도다.
이런 논란들에 박 부총리와 정부의 대응은 아쉬웠다. 그 어느 단체나 여론과 일절 합의 없이 우선 계획을 발표해놓고, 논란이나 반대 여론이 강해지면 ‘아니면 말고’식으로 물러서는 식의 대응을 해왔기 때문이다.
이번 초등학교 입학 연령 단축 문제만 해도 비난 여론이 거세지자 ‘사회적 논의 결과에 따라 철회하겠다’는 두루뭉실한 입장을 뒤늦게 내놓았다.
지난 4일 대국민 기자회견에서는 학제개편 관련 질문에 아예 답하지 않아 소통을 중시하는 새 정부의 방향과는 전혀 다른 방향을 보여줘 ‘불통 논란’까지 추가로 만들어냈다.
게다가 급하게 여론과 소통한다며 만들어낸 단체와의 초등학교 취학연령 하향 정책 관련 간담회에서는 학부모단체 대표가 발언하는 중 억지로 대표의 손을 잡고 위로하는 모습을 ‘보여주려는’ 행태까지 들키고 말았다.
당시 참석한 학부모들은 교육부의 정책을 비판하며 철회를 요구했는데, 이 과정에서 정지현 공동대표가 감정이 격해진 듯 눈시울을 붉히자 옆에 앉아있던 박 장관이 손을 억지로 잡아당겨 다독이려고 한 것.
이에 정 대표는 “제가 위로받으려고 하는 게 아니다”며 손을 뿌리쳐 어색해진 박 장관의 모습이 그대로 언론을 통해 사회에 알려졌다.
박 부총리의 이같은 정치 행태를 보고 “낡았다”는 비판이 잇따른 이유다. 언론에 ‘좋은 모습’을 노출시키면 그만이라는, 마치 선거운동 때에만 재래시장을 찾아 상인들의 손을 잡고 서민 음식을 먹는 사진을 찍는 정치인들의 모습과 다를 것이 없기 때문이다.
국민들의 눈은 높아졌고 이전과는 다르게 정치 상황과 사회경제를 바라보는 시선이 달라졌다. 모든 것을 숨길 수도 없고, 이미지 메이킹을 통해 여론을 움직이기도 힘든 일이 됐다.
하지만 박 부총리가 사퇴까지 걸린 34일, 여기에 후보자 발탁부터 임명 재가까지의 39일을 더해 70여 일 동안 보인 행보는 공정과 상식, 국민들과의 소통을 약속한 새 정부의 방향과는 너무나도 엇나가고 있었다.
국민들이 실망한 데에 정부의 사과는 일절 없었으며, 아직까지 인사 실패에 대한 정부의 입장도 없다. 그저 박 부총리가 총대를 매고 ‘모든 것이 제 불찰’이라며 사퇴를 밝히는 동안, ‘정부와 대통령의 지시다’라며 추진하려 했던 초등학교 취학연령 하향 정책 등은 모두 박 부총리의 잘못인 것처럼 포장됐다.
정책은 실패할 수 있으며, 어떤 정책이든 모든 국민의 공감을 받을 수는 없다. 그러나 문제가 생겼을 때 수습하고 대응하는 올바른 방법은 분명히 있을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