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역 화폐에 대한 국비 지원 대폭 축소로 자영업자나 소상공인들의 피해로 위기
장기불황의 고물가 상황에서 더욱 아쉬운 점 중 하나는 지역 화폐의 축소다. 지난해 대비 올해 지역 화폐 발행 지원 예산은 77%나 줄었다.
지난해에는 1조2522억 원이었는데 여기서 1조119억 원이나 줄어든 2403억 원에 그친 것이다.
올해 지역 화폐에 대한 국비 지원이 올해 대폭 축소되었는데, 이 때문에 발행 자체가 크게 줄었기 때문이다.
할인율로 따지면 정부가 보조해주는 할인율이 지난해 6~8%에서 올해 4%로 주저앉았다.
이에 따라 지자체들의 지역 화폐 발행 규모도 20조2천억 원에서 올해 6조원 대로 대폭 줄어들었다. 대구시만 해도 1조원이던 것이 올해 2900억 원에 그쳤다.
지역 화폐는 최저임금 인상이나 코로나19 사태와 같은 요소들 사이에서 자영업자나 소상공인들의 피해를 줄이기 위해 발행이 장려돼 왔다.
지역 화폐 사용액의 10%를 정부와 광역, 기초단체가 분담해 인센티브로 제공하니 지역 화폐 이용률도 높았다. 지자체들도 이에 맞춰 꾸준히 발행액을 늘려오니 자연스럽게 활성화되며 지역 경기에 한몫해 오기도 했다.
간단하게 설명하면 지자체가 일정 비율의 할인율이나 캐시백 등의 혜택을 제공하자 소비자들은 조금 더 저렴한 소비를 할 수 있었다. 또한 지역 화폐 특성상 지역 내에서만 사용되므로, 지역 자금의 유출도 일정 부분 막을 수 있다.
지역 화폐가 지역 내 거래와 생산, 소비라는 순환구조를 단단히 하는 데에도 큰 도움이 됐다. 말하자면 소비자와 소상공인 모두에게 긍정적인 역할을 해주고 있었던 셈이다.
하지만 갑자기 예산 지원이 80% 가까이 줄어드니 지자체들은 난감할 따름이다. 같은 수준으로 지역 화폐를 발행하려니, 줄어든 국비 지원만큼의 지방비를 추가로 투입해야 하는데 어림 반푼치도 없는 소리다.
이렇다 보니 인센티브를 하향 조정하거나 아예 사업 자체를 종료하는 방향으로 가는 지역도 생겼다. 경북 경주시는 최근 지역 화폐인 경주페이의 10% 캐시백 혜택을 잠정 중단했다.
올해 들어서 이용자가 4만 3천명이나 늘고 사용액이 급증한 탓에 상반기에 벌써 캐시백 예산이 모두 소진됐기 때문이다. 비슷한 결정을 내린 지역들도 하반기에 추경을 편성해 지역 화폐 발행을 재개하겠다는 입장을밝혔지만, 할인 비율이 낮아지는 방안도 검토되고 있는 것이 일반적이다.
인천이나 경기도의 몇몇 지역들, 강원도 등도 지역 화폐 카드의 월 충전 한도를 낮추거나 캐시백 비율을 반 정도 줄이는 방향으로 가고 있다. 울산시를 포함한 몇몇 지역은 가까스로 캐시백 비율을 유지하겠다는 방안이다.
정부가 긴축 재정을 예고한 만큼 지역 화폐에 대한 지원 규모는 더 줄어들 수 있다는 전망으로 어둡다. 내년에는 지역 화폐가 올해보다도 더 위축될 수도 있다는 것이다. 이에따라 긍정적인 의견과 부정적인 의견이 갈리고는 있다.
지역 화폐가 지금처럼 지역 경기 회복이 절실한 상황에서 큰 도움이 된다는 사실은 변함이 없다. 고물가 시대에서 시민들의 지역 내 소비를 장려하고 소상공인과 자영업자들에게 힘이 되어 줄 수 있는 검증된 방법이기 때문이다.
이를 두고 마냥 ‘현금 퍼주기’라는 시각으로 볼 것이 아니라 고물가 사태 속에서의 긴급처방전이라고 생각할 때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