달러화 강세는 무역, 물가, 외채, 자본시장 등 여러 부문에서 신흥국에 악재로 작용
코로나19 대유행에 이어 우크라이나-러시아 전쟁 여파로 전 세계가 고물가•고금리•고환율•고유가의 위기 상황 속에서 국가채무가 심각한 신흥국들의 디폴트(채무불이행) 사태에 대한 우려의 목소리가 높아지고 있다.
블룸버그 이코노믹스에 따르면 지난 5월 국가부도를 선언한 스리랑카와 최근 6월 제재의 거미줄에 걸린 러시아에 이어 엘살바도르와 가나, 이집트, 튀니지, 파키스탄 등 이들 국가들은 부채 위험과 위기에 직면해 있다고 지적했다.
블룸버그는 미국의 가파른 금리 인상에 따른 달러화 강세로 이들 신흥국들의 채권상환 부담이 커진 데다 장기화되고 있는 우크라이나-러시아 전쟁으로 국제유가 및 원자재가격 급등과 인플레이션까지 겹쳐 이들 국가들의 재정난은 급속하게 악화되고 있다고 분석했다.
크리스탈리나 게오르기에바 IMF 총재는 "신흥시장 국가의 30%, 저소득국의 60%가 채무 곤경에 빠졌거나 빠질 위험이 있다"고 경고하며 일부 신흥국은 도미노 국가부도 사태가 제기됐다.
최근 미국 달러화 초강세는 신흥국 경제와 금융시장의 주요 불안 요인으로 대두되고 있다.
국제금융센터에 따르면 달러화 강세 여파로 지난 6월 말 기준 대다수 신흥국 통화가치가 연초보다 5% 이상 감소했다. 라오스(-25.5%), 터키(-21.4%), 아르헨티나(-17.7%), 이집트(-16.4%) 등 일부 국가는 15% 이상 하락한 것으로 조사됐다.
달러화 강세는 무역, 물가, 외채, 자본시장 등 여러 부문에서 신흥국에 악재로 작용한다. 수입 비용이 증가해 생산자·소비자 물가 상승을 압박하는 한편, 수입 수요를 억제하는 효과를 갖고 있기 때문이다.
한편 전문가들은 IMF의 구제금융 조치를 받는 국가도 증가할 것으로 예상하고 있다.
실제 파키스탄은 대외부채 급증 및 물가 폭등, 외환보유액 감소 등으로 경제 위기에 맞닥뜨리면서 지난 5월 말 외화 절약을 위해 자동차 등 비필수 사치품 수입을 금지하고 실무협상을 통해 IMF에서 11억7000만달러를 추가로 지원받기로 합의했다.
네팔의 경우 외화 부족이 심각해지면서 자동차와 술, 담배, 다이아몬드 등 비필수품 수입을 금지했다. 방글라데시는 외환보유액 부족으로 IMF와 40억~45억달러 규모 구제금융 협상에 돌입했다.
이처럼 신흥국을 중심으로 자국 통화가치가 큰 폭으로 하락하는 것을 막기 위해 달러를 파는 방식으로 외환시장에 개입하면서 중앙은행의 외환보유액이 상당수 감소한 것으로 추정된다.
이에 국제금융센터는 경기 부양보다 물가 안정에 초점을 맞춰 자국 통화 약세를 제한하려는 경쟁인 ‘역환율’을 우려하며 외환 보유액이 적어지면 대외 지급 여력이 떨어지고, 그 같은 상황이 계속 이어지면서 환율 불안이 커질 수 있다고 지적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