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쟁교육 속 학업 스트레스의 주 원인은 자신감 상실과 실망이다.
우리 학생들은 경쟁교육 속 학업 스트레스의 주 원인은 자신감 상실과 실망이다. 설문조사에서 1위를 차지한 원인이 ‘나 자신에 대한 실망과 자신감 상실’로, 모든 학교급에서 70% 이상을 기록했다.
이외에도 ‘상급학교 입시의 부담’, ‘대학의 서열화’가 뒤를 이었다. 교육 시민단체 사교육걱정없는세상(사교육걱정)과 유기홍 더불어민주당 의원이 지난달 6월13일부터 2주간 전국 학생 5176명과 학부모 1859명을 설문조사한 결과, 학생 응답자 25.9%가 “학업성적으로 인한 불안과 우울감으로 자해·자살을 생각해봤다”고 답한 것으로 나타났다고 한다.
학업과 성적은 청소년들의 자아 존중감의 기준이 되어서는 안 된다. 그러나 경쟁이 익숙하고 성적 순 줄세우기가 당연한 우리나라에서는 연령과 상관없이 학생들이 학업 성적 때문에 자신감을 잃기 쉽다. 말하자면 성적이 자기 자신을 판단하는 잣대로 삼는 일이 빈번하게 일어나고 있다는 것.
학업 스트레스가 청소년들의 우울증과 극단적 선택 등에 큰 영향을 준다면, 이를 어떻게 줄이고 학생들의 우울감을 완화시킬 수 있을지 고민하는 것이 국가와 어른들의 일이다.
설문조사 중 2.8%는 “구체적인 방법을 찾아보고 치밀하게 생각했다”고 밝혔으며, 1.6%에 해당하는 학생은 “계획한대로 시도해봤다”고 답하기도 했다. 학업 스트레스가 실제로 높은 청소년 극단적 선택률에 영향을 끼치고 있음을 암시하는 부분이다.
학업이나 성적에 스트레스는 받는 청소년도 53.3%로 과반을 넘겼을 만큼, 많은 학생들이 학업에 큰 부담을 느끼고 있는 것으로 조사됐다. 학교급별로 초6 27.4%, 중3 50.4%, 일반고3 63% 순으로 학업 스트레스가 높게 나타나는 것으로 보아, 학년이 높아질수록 이런 부담감은 더욱 커지고 있었다.
이렇게 학업 스트레스에 시달리는 학생들 중 많은 학생들이 수면 부족 등의 증상을 겪고 있었다. 이 역시 학년이 올라갈수록 수면량 부족이 심각해졌다. 학부모들도 만만치 않았다. 학생들의 과반수 이상이 경쟁교육과 대학입시로 고통받고 있다고 답했다.
학부모들 역시 같은 항목에 대해 오히려 더 높은 64.8%가 스트레스를 받고 있었다. 여기에는 자녀 성적에 따른 스트레스와 사교육비 지출 부담 등이 주 원인으로 꼽혔다. 하지만 학부모들의 스트레스 역시 자녀의 입시 성적이 부모 성적으로 인식되고 있는 서열주의 입시 경쟁이 원인이다.
학부모들이 경쟁교육의 당사자임에도 불구하고 스트레스를 받고 있고, 이런 부담이 자녀들에게 더욱 큰 고통이 될 수 있을 것이라는 생각은 미처 하고 있지 못한 것이 문제다. 이런 가운데 학생과 학부모 모두 학업으로 인한 고통을 국가적 차원에서 해결해야 한다고 보는 것으로 나타났다.
사교육의 과도한 활성화로 ‘경쟁교육 및 입시로 인한 고통이 국가의 해결 과제라고 보는지’ 문항에 학생 81%, 학부모 80.9%가 “그렇다”고 응답했다. 경쟁 구도와 교육 제도, 사교육의 과도한 활성화와 같은 문제들은 정부에서 직접 나서 다뤄야 할 만큼 심각한 문제다.
국내 청소년 극단적 선택이 높다는 사실은 국가 단위로 보더라도 심각한 문제다. 근본적인 원인인 대학서열화와 입시제도를 개선하기 위해서 정부에서 주도하는 단계적이고 체계적인 대응 방안이 필요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