체계적으로 문제를 조사하고 해결법은 유관 기관들을 통합 총괄할 수 있어야 한다.
지난달 정부가 발표한 ‘2022년 청소년 통계’에 따르면 2020년 청소년 사망자 중 절반(50.1%)이 스스로 극단적 선택으로 목숨을 끊었다는 것이다.
지난 2011년부터 꾸준하게 청소년 사망원인의 1위는 자살이었다는 사실도 암담한데, 2020년에는 결국 그 비율이 50%를 넘기고야 말았다.
우리나라가 극단적 선택으로 불명예스러운 1위를 지키고 있는 것은 많은 사람들이 알고 있는 사실이다. 하지만 최근에는 더욱 우려스러운 문제가 생겼다. 극단적 선택을 하는 청소년이 급증하고 있는데, 그 이유도 제대로 파악되지 않았다는 것이다.
최근 몇년 사이 스스로 목숨을 끊는 청소년이 급증했다. 정부에서는 이를 코로나19와 학업 스트레스라는 뻔한 이유를 원인으로 ‘추정’하고 있을 뿐, 정확하게 밝혀진 이유는 하나도 없다.
하지만 청소년의 극단적 선택에 관한 자료는 꾸준히 나오고 있으니, 확실한 숫자는 늘어난 희생자들의 수뿐이다. 국립중앙의료원과 경희대병원·서울의료원 연구팀이 23일 전국 400여개 응급의료기관에서 수집된 자료를 분석한 결과도 비슷하다.
지난 2016~2019년 4년간 자살시도로 응급실을 찾은 14~19세 청소년이 2배 이상 증가했다. 2016년부터 매년 35.6%씩 늘어난 결과다. 하지만 정부에서 이런 현상을 제대로 설명하지 못하고 있다.
왜 청소년 자살이 증가하는지 원인 파악조차 안 된 상태라는 것이다. 보건복지부나 교육부, 여성가족부까지 청소년 자살에 관해 따로 원인을 분석한 자료는 없다고 답했을 정도다.
그저 뻔한 이유는 코로나19나 학업 스트레스 등을 원인으로 추정하고 있는 상태다. 실제로 코로나19 사태를 겪으며 청소년뿐만 아니라 전 세대에서 코로나 우울을 겪으며 자살에 부정적인 영향을 끼치기도 했다.
하지만 청소년 자살은 코로나19 전부터 심각한 수준이었다. 2011년부터 30% 초반대를 차지하던 극단선택 비율은 2016년 35.8%로 올라선 뒤 37.1%→41.0%→44.9%→50.1%으로 매년 증가했기 때문이다.
이제 청소년 사망자 중 절반이 극단적 선택으로 어린 나이에 세상을 뜨고 있다. 하지만 이를 예방하고 줄일 수 있는 뾰족한 수가 나오기에는 아직도 지지부진하다. 자살예방 주무부처는 복지부지만, 청소년 자살예방정책은 교육부와 여가부가 나눠 담당하고 있다.
여기에서 학교를 다니는 청소년은 교육부, 학교밖 청소년은 여가부 소관이다. 전체 청소년 사망자 중 절반 가량이 학교밖 청소년인것을 감안하면 그야말로 반반씩 담당하고 있는 셈. 하지만 이 부처들은 서로 협업조차 하지 못하고 있는 상태다.
정부의 유관 부처들이 모여 함께 원인을 분석하고, 예방법과 대처법을 내놔야 하는데 아직 원인 분석이라는 첫발도 떼지 못한 상태라는 것이다. 복지부에서는 오는 7월 발표되는 2021년 심리부검 결과보고서에 원인 분석이 담길 수도 있다고 했다.
이것이 과연 충분한 자료가 될 수 있을지는 의문이다. 또한 진작 이뤄졌어야 할 조사가 이제서야 시작된 수준이니 늦장 대응이 아쉽기만 하다. 체계적으로 문제를 조사하고 해결법을 내놓기 위해서는 유관 기관들을 모아 총괄할 수 있어야 한다.
하지만 이역시 정부에서 관심을 가지고 관련 예산을 배당하지 않으면 얼마나 더 미뤄질지 알 수 없는 일이다. 하루에도 몇 명씩, 성인도 되지 못한 아이들이 스스로 목숨을 끊고 있음에도 뽀쪽한 대책이 없는 것은 씁쓸하고 좀 그렇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