모바일 뱅킹을 사용할 줄 모르는 세대는, 스마트폰이 없는 계층
지난 1969년 신세계백화점은 국내에서 처음으로 매장에서만 사용할 수 있는 신용카드를 출시했다.
즉 다시 말하자면 국내 최초 신용카드인 셈인데, 일반적으로 생각하는 범용 신용카드는 1978년 등장했다.
이제 현금 결제도 사라져가는 시대다. 벌써부터 유명 프랜차이즈 매장 중 현금으로 결제를 할 수 없다고 공지하는 업체들이 생겨나고 있다는 것이다.
외환은행이 당시 비자와 제휴를 맺고 해외여행자를 겨냥해 내놓은 상품이다. 그때 당시에는 이 신용카드가 특별한 신분의 상징과도 같았다. 그리고 1997년, IMF 사태 이후로 20여 년 동안 신용카드가 크게 발전하며 사용이 아주 당연한 것처럼 변화했다.
2017년 기준 국내 신용카드 사용률은 57.9%에 이르렀고, 체크나 직불카드 사용률은 18%인데 반해 현금 사용률은 23.3%에 그쳤다. 현금 거래보다 카드 거래가 훨씬 자주 일어나게 됐다는 의미다.
게다가 이제는 플라스틱으로 만들어진 카드가 없어도 결제가 가능한 시대가 됐다. 현대인의 필수품이 된 스마트폰으로 쉽게 결제할 수 있는 서비스가 등장했기 때문이다.
여러 IT 기업들과 카드사에서 스마트폰 결제가 가능한 서비스를 출시하면서 이제 플라스틱 카드도 사라지는 추세에 접어들었다. 하지만 이 같은 진보에는 언제나 그 이면이 있듯, 카드 결제의 뒷편에는 늘 흐름을 따라가지 못하는 소외계층들이 있다.
미국의 애플 CEO는 한 대학 강연에서 “다음 세대 아이들은 돈이 무엇인지 모르게 될 것”이라고 말했는데, 그와 동시에 우리는 이전 세대에 대해서도 생각해 볼 필요가 있다.
‘누군가는 ‘현금’이 유일한 지급수단입니다.’ 한국은행에서 공익 목적으로 광고하는 홍보물의 멘트다. 모바일 뱅킹을 사용할 줄 모르는 세대, 스마트폰이 없는 계층, 키오스크 사용도 어려워 매장에서 발길을 돌리는 사람들은 상대적으로 신용카드사용에서 멀어져 있을 수밖에 없다.
비대면 거래가 활성화되면서 금융 점포와 현금자동입출금기(ATM)도 하나씩 사라져가는 추세인데, 이대로 간다면 현금 결제가 거래의 유일한 수단인 사람들은 경제 사회 활동에서 배제될 수밖에 없다는 문제가 있다.
비현금 결제는 다양한 장점이 있다. 우선 편리성이라는 가장 중요한 요소를 빼놓고서라도 온라인상으로 기록이 남아 투명성이 확보된다는 점, 화폐 발행량이 줄어들어 화폐 제조비가 줄어든다는 점, 코로나19 시대에는 방역 면에서 우수한 점 등이 그것이다.
하지만 단점도 무시할 수는 없다. 금융전산망 해킹이나 오류 등으로 인한 시스템 마비, 그리고 노인과 빈곤층 등 신기술을 접하지 못하는 ‘디지털 약자’들이 경제 활동에서 소외된다는 점을 명심해야 한다.
이미 이들은 우리 사회에서 당연시되어 가고 있는 다양한 서비스들을 이용할 수 없고, 그 존재조차 모르고 있는 경우가 많다. 하나의 서비스를 이용하지 못하는 것은 이제 단순 불편의 문제가 아니라 생존의 문제로 변질되고 있다는 점에서 심각하다.
하루가 다르게 총알 같은 빛의 속도로 빠르게 발전하는 사회도 좋지만 이전 세대들과 취약계층들과 함께 발전할 수 있는 기술, 그리고 이들을 먼저 챙기는 복지 행정이 필요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