현 상황의 헌혈량으론 매일매일 모자란 혈액 보유량
대한적십자사에서는 국민여러분들께 생명을 나누는 헌혈운동에 우리 모두 다시금 적극 동참해 주시라는 간절한 호소를 하고 나섰다. 전국 적십자 헌혈 관리소에는 혈액 수급에 비상사태를 맞았다.
사실 코로나19 사태 이후로 혈액 수급이 원활했던 적은 손에 꼽지만, 올들어 5일분을 보유한 날은 열흘에 불과할 정도로 특히 심각한 상황이다란 것이다. 코로나19만이 혈액 부족 현상의 원인인 것은 아니다.
지난 5년간 전국적으로 혈액 적정 보유일수는 꾸준히 감소하는 추세였는데, 여기에 코로나19 사태가 더해져 수급이 급격히 악화한 것이다.
국회 보건복지위원회 소속 더불어민주당 김성주 의원이 대한적십자사로부터 제출받은 ‘혈액 보유 일수 현황’을 보면 올해 1월부터 9월까지 273일 중 혈액 보유가 적정 수준을 유지했던 날은 열흘뿐이었던 것으로 나타났다.
이 ‘5일분’은 대한적십자사가 원활한 혈액 수급을 위해 정한 혈액 적정 보유량이다. 그럼 나머지 일수는 어떻게 된 걸까? 나머지(263일)은 위기경보단계였다. 혈액 보유가 ‘5일분 미만’이었던 날이 111일, ‘4일분 미만’이었던 날이 152일에 달할 정도로 심각했던 것이다.
지난 2016년만 해도 혈액 적정 보유 일수는 125일로 34% 수준이었지만 2020년 들어서는 85일(23%) 수준까지 떨어졌다. 올해는 9월까지 적정 보유 일수가 10일(3.7%)에 불과한데, 7월부터는 적정 혈액을 보유했던 날이 단 하루도 없었다.
코로나19 사태가 우선 헌혈자 수를 급격히 줄이는 데에 큰 원인이 됐고, 우리나라의 기이한 헌혈자 구조가 특정 시기마다 혈액 부족 현상을 만들고 있기도 하다. 우리나라의 혈액 보유는 학생들과 군인들이 대부분 채우고 있는 묘한 상황이다.
이렇다보니 학생들이 학교에 나오지 않거나 방학 기간일 경우, 또 민방위 등이 온라인으로 교육을 이수할 경우에는 혈액 보유량이 급격하게 줄어들 수밖에 없는 구조라는 것이다.
한 때 혈액 보유량 부족으로 전국적으로 헌혈운동을 실시해 각 지역의 공무원들이 현혈에 동참하는 등의 노력도 있었지만, 이것도 시간이 지나며 대중의 관심을 잃었다.
헌혈자를 일시적으로 늘리려는 반짝 대책보다는 감염병 유행 상황에 맞춘 혈액 수급과 관리 대책을 정부에서 내놔야 할 필요가 있는 것이다.
또 이전에는 헌혈에 자주 참여했지만 코로나19 사태로 감염 우려가 있어 헌혈을 하지 않게 된 국민들을 위한 대책도 필요하다.
무엇보다 안전이 최우선이 된 상황에서 철저한 방역 수칙을 지키면서도 안전하게 헌혈할 수 있는 환경을 만들고, 이를 제대로 공개 홍보해 사람들이 안심할 수 있어야 한다는 것이다.
장기적으로는 학생과 군인에게 기대고 있는 우리나라의 혈액 수급을 바꿔야 할 필요가 있다. 코로나19 사태가 종식되더라도 혈액 보유량이 항상 안정적이라는 법은 없다. 아직도 헌혈에 대해 불신하는 국민들이 많다는 것은 홍보와 정보 공개가 부족하다는 것이다.
혈액은 아직까지 인간이 만들어낼 수 없지만, 우리에게 꼭 필요한 것 중 하나다. 다른 사람의 생명을 살리는 데에는 헌혈이 필수라는 이야기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아직까지 헌혈에 대해 불신하는 사람이 많은 것은 정부의 정보 공개와 홍보가 부족하다는 의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