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코로나로 집콕이 늘어나면서 층간소음으로 순간적 칼부림까지
-대구 상담 신청 작년보다 35%↑…처벌 없이 중재만
-주민 거부하면 그마저도 불발
-전문가 "공동주택 내 층간소음관리위원회 구성해 내부 중재해야“
최근 여수에서 이웃 간 살인사건이 발생해 충격을 주고 있다. 이유는 다름 아닌 층간 소음이다. 경찰은 지난 26일 소음으로 갈등을 빚던 위층 이웃에게 흉기를 휘둘러 위층에 사는 40대 부부를 숨지게 하고, 부부의 부모에 중상을 입힌 혐의로 30대 남성 A씨를 붙잡아 조사 중이라고 밝혔다.
코로나19로 집에서 생활하는 시간이 늘어나니 그만큼 층간소음 문제도 더 많아지고 격화됐는데, 이러다 결국 살인사건까지 발생한 것처럼 보여 안타깝다. 아무리 비싼 아파트에 들어가도, 새로 이사를 가도 피하기 힘든 것 중 하나가 층간소음이다.
이웃에 따라 결정되는 문제다보니 ‘랜덤’이라는 말까지 나온다. 사실상 소음을 아예 내지 않고 생활하는 사람은 없기에 이웃 간 배려와 서로의 배려가 무엇보다 중요하지만, 팍팍한 사회 속에서 코로나19까지 겹쳐 예민해진 입주민들이 모두 다 참고 살기도 어려운 일이다.
층간소음이란 문제는 사실 아파트 생활이 익숙한 한국인들이 오래 전부터 겪어 오던 흔한 분쟁이다. 전 국민의 아파트 거주 비율이 50%가 넘는데, 아파트 생활을 아무리 오래 하더라도 누구나 겪을 수 있는 문제다.
이는 단순히 윗집의 아이들이 특정 시간대에 시끄럽게 군다던지, 뛰어다닌다던지 하는 문제로 싸움이 일어나는 가벼운 경우도 있지만 이것이 심화되면 보복 소음이나 몸싸움으로 번지는 일도 허다하다.
이렇게 문제가 심각해지니 보복 소음 등으로 다른 이웃까지 피해를 보거나, 윗집에서 나는 소음이 아닌데도 밖에서 나는 소음이 전부 층간소음이라고 여기게 돼 감정이 격해지는 일도 있다. 실제로 소음이 미치는 영향과 피해는 상상 이상이어서 이때문에 정신적 문제는 물론 신체적 타격을 입는 사람도 있다.
또 구조상 층간 소음이 쉽게 일어나는 건축물도 문제다. 건축 시공상 가벼운 시공 조건을 충족하면 층간 소음 기준을 통과하고 건축물을 지을 수 있는데, 국토부가 도입하려고 준비 중인 아파트 준공 후 층간 소음 차단 성능의 실측 확인 제도도 아직 시행되지 않아 사실상 관련 규제가 실효성이 없다는 지적이 나온다.
이웃 간 분쟁이 일어났을 때에 이를 중재할 기관이 따로 없는 것도 문제다. 주민들이 층간소음뿐만 아니라 여러 가지 이유로 이웃과 다툼이 일어나게 되면 가장 먼저 찾게 되는 곳이 경비실인지라 중재에 한계가 있다.
한국환경공단이 위탁해 운영중인 층간소음 이웃사이센터라는 기관도 있지만, 이 존재를 알고 있는 사람도 적을 뿐더라 서비스도 제한적이라 실제로는 큰 도움이 되지 않는다는 말도 나온다.
이 기관은 전화와 방문을 통한 상담과 소음 측정 서비스를 제공하고 있는데, 이에서 그치니 강제적인 행정이 불가능해 갈등을 해결하기는 어렵다는 것이다.
층간소음으로 칼부림까지 일어난다는 말도 오래 전부터 나왔을 만큼, 이번 살인 사건은 충격적이지만 낯설지는 않다. 윗집에서 소음이 들리더라도 배려할 수 있는 마음, 서로가 이해하고 먼저 사과할 수 있는 자세가 무엇보다 중요하다고는 하지만 현대 사회에서 모두가 이처럼 여유로운 상황에 놓여 있기는 더욱 힘들다.
정부와 지자체가 제도 보완과 개선, 관련 기관과 서비스 검토로 층간 소음 민원에 대해 더 신경쓸 필요가 생겼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