작금(昨今)에 지구촌의 모든 인간들은 지구가 우주의 중심이라는 천동설(天動說)을 주장하고 천지창조를 주장하는 종교가 주는 미혹(迷惑)에서 깨어나 광대무변(廣大無邊)한 우주를 통찰하는 우주시대를 살고 있다. 지구는 광대무변한 우주에 현재까지 밝혀지고 있는 1천억개의 태양 중에 우리 태양계의 성주(星主)에 소속된 신하 같은 존재일 뿐이다.
우리 태양계에는 크게는 8개의 행성들이 태양을 윤회하고 있다. 우리 태양은 태양계의 법신불(法身佛)이요, 지구의 생명의 생사를 주관한다는 것을 깨달아야 한다. 지구는 모든 인간이 간절히 염원하는 낙원, 즉 유토피아가 아니다. 지구에 태어난 인간은 영원한 생명과, 영원한 복락이 보장된 유토피아가 아닌 약육강식(弱肉强食)의 고해(苦海)라고 부처님은 정의하였다.
부처님은 팔만대장경 도처에 지구의 인생사는 한바탕 허무한 꿈일 뿐이라는 것을 깨닫게 해주고, 꿈에서 벗어나 우주를 통찰하는 마음공부와 우주에 진짜 유토피아인 극락세계로 왕생하는 마음수행을 해야 한다고 가르치고 있다.
나는 부처님의 제자로써 고해에서 정업(定業) 탓에 고생하며 인생을 사는 중생들에게 한없는 위로를 보내며, 인생이 일장춘몽(一場春夢)이라는 중국 고사의 이야기를 전하여 거듭 우주를 통찰하는 마음공부에 진력하기를 바라며 이 글을 적는다.
이 이야기는 중국 당(唐) 현종(玄宗) 개원(開元) 연간에 있었던 일로서 일명 한단지몽(邯鄲之夢)이라고도 전한다.
도사(道士) 여옹(呂翁)은 8순이 가까운 노인이었다. 그는 한단(邯鄲-중국 화북성에 위치한 태행산)에서 수행하여 득도하여 미혹에 빠져 고통 받는 중생을 구제하고 있었다. 여옹은 어느 날 하산하여 중생을 구제하다가 어느 길가에 주막에서 우연히 마당의 평상에서 노생(盧生)과 같이 쉬고 있었다.
노생은 20대 중반의 가난한 농부였다. 그는 당시 신분제로 귀족이 아니었고, 가난하여 노동일을 하여 근근히 호구지책(糊口之策)을 삼고 있는 데, 혹독한 관리와 지주들에 모욕과 수탈을 당하여 내심 분개하여 출세하여 고관이 되었으면 하는 소원이 있었다.
노생은 여옹에게 자신의 생이 고단하다고 하며 자신은 출장입상(出將入相)하여 부귀영화를 원한다고 울면서 하소연을 하였다.
여옹은 인생자체가 한바탕 꿈이라고 깨우치며, 재상이 되고 명장이 되는 것도 전생에 복을 지어놓은 정업(定業)이 있어야 한다고 깨우쳐 주었다.
노생은 화를 버럭 내며 황제나 장상(將相)의 씨가 따로 있답니까?“
고 고집을 피우고 우겨대면서 부귀공명을 탐하였다.
여옹은 노생의 하소연을 듣다가 한없는 측은지심(惻隱之心)이 들었다. 노생은 부귀영화를 누릴 수 있는 운명이 못되는 천한 신분제로 태어 낳기 때문이었다.
그러나 여옹은 노생이 바라는 부귀영화의 꿈은 제국을 무너뜨리고 장악하는 피가 강물처럼 흘러야 하는 반란과 혁명의 성공이 없는 한 이울 수 없는 꿈이라는 것을 깨우쳐 주려고 말을 하려다가 입을 봉하고, 잠시 노생의 눈을 보고 빙그레 웃었다.
노생은 시야에 빙그레 웃는 여옹의 모습이 갑자기 흐려지고 수면이 몰려왔다. 이 때 여옹은 보따리에서 골돌품 같이 낡은 청자 퇴침을 꺼내주며 벼개 삼아 마리를 쉬고 잠을 자라고 권했다. 그 때 주막집 주인여자는 부엌에서 수수밥을 하려고 준비하고 있었다. 노생은 청자 퇴침에 머리를 쉬자 갑자기 수면이 몰려오고 비몽사몽(非夢似夢)이 되었다.
노생이 잠이 몰려오는 순간에 갑자기 주막집 앞이 시끄러워졌다. 귀한 신분의 의복과 모자를 쓴 사내들이 떼지어 나타났다. 그들의 수장(首長)인듯 한 사내가 소리 높여 노생의 이름을 불렀다. 노생은 깜짝 놀라 자리에서 일어나 찾는 사람에게 나섰다.
그들이 황급히 노생을 찾는 목적은 청하(淸河)의 명문인 최(崔)부잣집에서 무남독녀요, 절세미인인 딸의 사위감을 찾는데 딸의 주장인즉 영웅호걸의 인재가 아니면 시집을 가지 않겠다는 것이었다. 따라서 최부자는 딸의 소원을 들어주기 위해 요즘 같으면 여론조사를 널리 시행했는바, 사위감으론 노생이 적임자로 선출되었다는 것이다.
꿈같은 일에 노생은 너무 기뻐 입이 딱 벌어졌다. 노생은 언급 결에 인도하는 사람들에게 밀고 당겨서 최부자집을 찾으니 과연 궁궐 부럽지 않은 대부호였다. 마침내 노생의 품안에 절세미녀가 안겨오면서 “내가 찾는 그분이군요. 결혼해주세요”라고 했다.
노생에게 있어서 세상의 행운이라는 ‘대박’이 연속 터지는 것 같았다. 공부를 잘한 것도 없어서 시험장에 가서 겨우 몇 자 글자만 적어 제출했는데, 시험관이 노생에게 윙크를 보냈다. 속사정은 대부호이면서 절세미인인 아내가 돈다발의 치마바람을 일으킨 것이다. 노생은 진사시험에 장원합격을 하고 그 다음에 대과(大科)에 장원급제를 했다. 그 때도 시험관이 윙크를 보내었다.
드디어 노생은 처음 협서(陜西) 땅의 현위(縣尉)로서 관계에 진출했다. 이때도 절세미인인 아내가 돈을 물쓰듯 해준 내조의 공이었다. 곧이어 노생은 감찰어사로 파격승진하고, 연이어 황제를 가까이 모시는 귀하신 몸이 되었다.
3년 후에 노생은 협서의 자사(刺史)직에 임명되어 백성을 다스렸고, 곧이어 하남 협주(陜洲)의 자사를 역임했다. 노생은 토목공사에 능하여 협주의 서쪽에 80리에 달하는 운하를 파서 새로운 교통길을 열었다. 백성들은 기뻐하면서 노생을 천추만대에 기리는 공덕비를 세워주었다. 그 후 노생은 하남도채방사(河南道採訪使)로 승진되었다가 다시 서울의 경조윤(京兆尹)의 대임을 맡았다.
그 해에 서북의 변경에 토번(吐藩)의 난이 일어났다. 토번의 군대가 대거 칩입하여 절도사를 죽이고, 그 땅을 차지한 사건이 발생한 것이다. 조정에서는 노생을 하서절도사(河西節度使)를 삼아 반격을 가하게 했다. 노생은 토번의 군대를 크게 격파하고, 7천여의 적의 목을 베고, 9백리 밖까지 영토를 넓히는 대승을 거두었다.
노생은 3개의 견고한 성을 축성하여 변방의 방비를 튼튼히 했다. 지방 백성들은 노생을 ‘천하명장’이라고 호칭하며 거연산(居延山)에 큰 공덕비를 세워 주며 입안에 침이 마르도록 칭송해 마지않았다.
개선장군으로 서울로 입성한 노생은 논공행상의 결과 이부시랑(吏部侍郞)의 벼슬을 얻고, 곧이어 호부상서(戶部尙書) 겸 어사대부(御使大夫)로 승진했다.
그러나, 노생의 공적과 인망이 높아짐에 따라서 자신의 지위에 위협을 느낀 당시의 재상과 일당들의 시기와 경원을 받아 광동(廣東) 고장의 자사로 좌천되는 비운을 맞았다.
노생은 불운을 탄식하고 울적한 나날을 보내는데, 3년 뒤, 노생을 좌천시킨 재상이 실각하자. 황제로부터 소환을 받아 동중서문평장사(同中書門平章事)라는 고위직을 맡았다. 곧이어 오매불망하던 재상의 자리에 오르게 되었다. 그로부터 꿈결 같은 10년이 흘렀다.
노생에게는 아들이 다섯 있었는데, 재상인 아버지의 음덕을 입어 모두가 고위관직에 오르고, 하나같이 명문의 며느리를 맞이하여 손자가 열을 넘었고, 가문은 크게 번성했다.
예쁜 여자들은 노소를 막론하고 노생의 첩이되기를 다투었다. 노생은 천자를 보필하여 선정을 베플고, 명재상으로서 그의 이름을 천하에 떨쳤다. 그의 집앞은 봉물을 바치는 문객들로 장사진(長蛇陣)을 이루었다.
그러나, 지구에 흥망성쇠(興亡盛衰)는 영원한 불변의 진리이다. 노생에게도 쇠망(衰亡)의 때가 도래하고 말았다. 어느 날 노생이 술에 대취하여 문객들에게 호언하기를 “자신은 천고에 없는 유일한 명재상이요, 황제를 능가하는 공로가 있다”고 말실수를 한 것이 화근이 되었다.
누군가, 황제에게 익명소(匿名疎)를 올렸다.
“…노생이 황제의 위에 오르려고 변방의 장군과 내통하여 모반을 꾀하고 있습니다.…”
노생에게 그토록 정을 베풀었던 황제는 노생이 자신의 자리를 탐내어 모반을 꾀했다는 익명소를 대하자 급변하였다. 평소 황제는 노생의 이름이 높아가는 것을 내심 두려워하고 있었던 것이다.
황제는 익명소를 접하자 노생의 역모사실에 대해 사실여부를 명확히 가리려고 하지 않고, 우선 대노하여 이렇게 외쳤다.
"여봐라, 아니 땐 굴둑에 연기가 날 수 있겠느냐?”
황제는 심복장수들을 은밀히 내전에 불러 엄명했다.
"짐은 노재상을 충신으로 믿었다. 그런데 짐을 배신하고 황제의 지위를 넘보다니 대역부도한 자로다. 즉각 노생을 체포하여 국문하고, 재산은 몰수하고, 처자들은 모두 노비로 만들어버려라."
노생은 황제에게 자신의 무고를 설명하고자 하였으나 황제는 만날 수 없었고, 서신조차 전할 수가 없었다.
노생이 졸지에 역적으로 몰리자 평소 친분이 있는 친지들조차 외면해버렸다. 오히려 노생이 포박당하여 목에 칼을 쓴 채 함거(檻車)에 실려 참수대의 형장으로 끌려가자 그동안 공손이 허리굽혀 인사하고 아첨 떨던 사람들은 다투워 노생의 얼굴에 침을 뱉고 욕설을 퍼부으며 흙과 돌멩이를 던졌다.
노생의 이마에는 날아오는 돌멩이에 맞아 피투성이가 되었다.
노생은 함께 형장에서 목에 망나니의 칼을 맞게 된 아내에게 울면서 이렇게 말했다.
“나는… 길을 잘못 들었소. 나에게는 산동(山東)에 부모님이 물려주신 집과 다섯 마지기의 밭이 있고, 분수를 지켜 열심히 일하는 노동자로 살면 허기를 면하고 행복하게 살 수 있었소. 행복은 마음에 있지 부귀에 있지 않다는 것을 이제사 깨달았소. 쓸데없이 부귀를 탐하다가 졸지에 형장에서 망나니의 칼에 의해 비명횡사를 하게 되었으니 후회해본들 무슨 소용이 있겠소. 한스러운 마음 금할 길이 없소..아아, 누더기를 입고서도 농사를 지으면서 부모에 효도하며 처자와 함께 백년해로 하는 것이 얼마나 행복한 일이었을까. 아아, 이제 후회해본들 부질없는 일이요. 부인을 이렇게 죽게 해서 정말 미안하오….”
왕년에 절세미인이었던 아내는 두 눈에 시퍼런 불을 켜고 노생에게 사납게 욕설을 퍼붓고 이렇게 말했다. "이 날건달 같은 자식아, 너를 만나 돈 들여 출세시켜 놓으니 네놈이 처신 잘못하여 나는 물론 집안이 모두 죽는구나. 에이, 더럽고 못난 놈아! 내가 너룰 만난 것이 천추의 통한이다."
노생은 사랑하는 부인의 저주를 듣고 깜짝 놀랐다. 그는 그 누구도 동정하는 사람이 없는 철저히 혼자라는 것을 깨닫고 소리 내어 더욱 울었다. 망나니는 시퍼런 큰칼에 술을 입에 머금고 뿌리고는 칼춤을 추는 듯 싶더니 망나니의 기합소리와 함께 큰칼은 노생의 목을 내리쳤다. “으악!” 노생은 단말마의 비명을 내질렀다. 그 순간 노생은 화들짝 잠에서 깨어났다. 한바탕 꿈이었다.
꿈속에서 칼을 맞은 목이 어찌나 목이 아프던지 손으로 목을 만져보았다. 목에는 큰 개미 한 마리가 노생의 목살을 한 입 힘껏 물어뜯고 있었다.
노생은 놀라서 말했다.
“아니, 꿈이었지 않나!”
부엌에서는 주모가 마악 수수밥을 해서 내놓고 있었다.
그 때, 여옹이 빙그레 웃으며 말했다.
“젊은이, 어떠한가. 아직도 장군이 되고, 재상이 되는 꿈이 좋은가? ”
노생이 깜짝 놀라서 물었다.
"그것을 어찌 아시었습니까?"
여옹은 빙그레 웃으며 대꾸했다.
"나의 청자 퇴침에 머리를 놓고 잠이 들면 평소 소원대로 꿈이 이루어진다네."
노생은 잠시 멍 하고 앉아 있다가 일어나 평상 위에 단정히 앉은 여옹에게 큰절을 하고 말했다. “감사합니다. 명예와 치욕, 곤궁과 영달, 성공과 실패, 죽음과 삶, 그것들의 모두 일장춘몽(一場春夢)이라는 도리를 깨우쳤습니다. 행복은 분수를 지키는 마음속에 있다는 교훈을 주셨어요. 교훈을 뼈에 새기면서 열심히 살아가겠습니다.”
여옹은 노생의 깨달음에 만족해하며 고개를 끄덕였다. 청자 퇴침을 다시 괴나리 봇짐속에 넣고 여옹이 일어섰다. 노생은 절하며 간곡히 말했다.
"어느곳에 계시는지요. 찾아뵙고 싶습니다."
"허허허, 구름처럼, 물처럼 흘러 다닌다네. 인연이 있으면 또 만날 수도 있겠지.“
여옹은 노생에게 이렇게 예언했다.
“석달 후면, 가난하지만 착한 처녀가 자네를 찾아올걸세. 전생의 아내이지. 서로 사랑하며 분수를 지키고, 부모에 효도하면서 열심히 사시게나."
여옹은 연신 껄껄 웃으면서 괴나리 봇짐을 등에 지고 죽장(竹杖)을 짚고 사라져갔다. 노생은 여옹이 사라져 모습이 보이지 않아도 그 쪽을 향해 연신 거듭거듭 합장하여 반배의 절을 올렸다
아아, 한바탕 꿈같은 짧은 인생에 있어 진실한 깨달음을 주는 스승과 해후한다는 것은 얼마나 큰 복인가!*
끝으로, 나는 강조한다. 지구는 우리 인간이 영원히 살고 복락을 누리며 사는 유토피아가 아니다. 지구는 마치 태양을 섬기듯, 명령을 따르듯, 태양을 중심하여 총알 같은 속도로 윤회하는 행성(行星)일 뿐이다. 지구는 우리 태양계의 8개의 행성 가운데 태양과 가장 적당한 거리에서 윤회하기 때문에 모든 생명은 살고 있을 뿐이다. 지구를 단적으로 표현하면, 음양의 번식계(繁殖界)요, 생사윤회를 하는 생노병사에서 벗어날 수 없는 약육강식의 고해이다.
따라서 우리 인간은 서로 사랑하는 자비를 실천해야 하고, 육신이 살아있는 동안 먹고사는 호구지책에도 우주를 통찰하는 마음공부를 하여 영혼은 다시 지구에 윤회하지 않고, 우주에 진정한 유토피아인 극락세계로 왕생해서 영원한 생명과 영원한 복락을 누릴 수 있어야 한다고 나는 거듭 강조하는 하는 바이다.
李法徹(이법철의 논단 대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