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용실을 운영하던 40대 여성이 입출금을 반복해 실적을 쌓은 후 대출을 받아주겠다는 보이스피싱 범죄자에게 통장을 대여하고 입금된 돈을 인출해 백화점 상품권을 구매해 건네 주었다가 100만원의 벌금형에 처해진 후 이에 불복해 정식재판을 청구했지만 10배에 달하는 벌금 1,000만원을 선고받았다.
대구지방법원(형사5단독, 김형한 부장판사)은 12월 19일 금융실명거래및비밀보장에관한법률위반방조죄로 기소된 한 아무개(46 여)에게 벌금 1,000만원을 선고했다.
김형한 부장판사는 “피고인이 성명불상자로부터 설명들은 내용은 ‘성명불상자의 자금을 이용하여 피고인의 계좌에 입출금을 반복하여 거래실적을 올려 대출을 받아주겠다’는 것으로, 달리 표현하면, 가장된 허위의 계좌입출금 거래내역을 만들고, 이를 진실한 거래내역인 것처럼 금융기관에 제출하여 이에 속은 금융기관으로부터 대출을 받겠다는 것인데, 이러한 행위는 사기죄에 해당하는 것이므로, 피고인이 탈법행위를 목적으로 피고인의 계좌가 이용되는 것을 몰랐다고 주장하는 것은 이유 없다”고 판단했다.
이어 “보이스피싱 피해자 13명을 속여 피고인의 계좌에 2억 원이 넘는 금원을 송금하였으며, 피고인은 이 돈으로 성명불상자가 지시하는 대로 백화점 상품권을 구매한 다음 성명불상자가 지시하는 사람을 만나 상품권을 넘겨주었다”면서 “결국, 피고인은 성명불상자의 사기범행제안에 동의하여 성명불상자에게 자신의 계좌 정보를 알려 준 것뿐만 아니라 그 계좌에 입금된 보이스피싱 피해금을 인출하여 사기범에게 넘겨준 셈이다. 피해자 수가 많고, 피해금액이 거액인 점에 비추어 피고인의 죄책이 결코 가볍다고 볼 수 없다”고 지적했다.
계속해서 “피고인은 미용실을 운영하는 46세 가량의 여성으로서, 일반적으로 피고인과 같은 경력과 연령의 사람이 성명불상자의 위와 같은 설명을 듣고 이에 따른 것이 아무런 문제가 없다고 생각했다는 것은 믿기 어려운 일”이라고 지적했다.
김 부장판사는 이 같이 지적한 후 “또한, 통장거래내역을 조작하여 거래실적을 만들어 대출을 받는다는 말의 의미도 조금만 생각해 보면 타인을 속여 금품을 편취하는 일이라는 점을 모를 수가 없다”면서 “그럼에도 피고인은 아무런 의문을 가지지 못했다며 자신의 억울함만을 하소연할 뿐, 자신의 행동으로 발생한 피해자들의 피해에 대하여는 책임을 느끼지 못하는 듯하다. 이와 같은 사정들을 고려하면, 피고인에 대한 약식명령의 벌금은 지나치게 가벼운 것으로 판단된다”면서 이 같이 선고했다.
앞서 한 씨는 보이스피싱 사기혐의로도 조사를 받았으나 그 부분은 무혐의 처리되고, 금융실명법위반의 방조죄로 구약식 100만 원에 처해졌다. 법원은 당초 검사의 구형에 따라 벌금 100만 원의 약식명령을 발령하였으나, 한 씨는 이에 불복하며 정식재판을 청구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