美 브루킹스연구소 “해결보다 관리에 방점” “북한과 전쟁하면 최대 1억명 사망" 우려
미북 비핵화 협상의 교착국면에 여전히 돌파구가 보이지 않고 있는 가운데, 중국이 북한의 영구적인 핵 보유를 받아들일 수 있다는 미국 브루킹스연구소의 분석이 나왔다고 자유아시아방송이 27일 전했다.
미국 워싱턴의 민간 연구기관인 브루킹스연구소는 최근 북중관계의 틀 안에서 북한 핵문제를 집중 조명한 ‘순망치한: 북중관계 재건’(Lips and Teeth: Repairing China-North Korea Relations)이란 제목의 보고서를 내놨다.
보고서는 북한이 영구적으로 핵을 보유한 현실에 중국이 순응하는 모습을 보이고 있다며, 미중 협력을 견인했던 북한 비핵화라는 공동의 목표가 사라지고 있다고 우려했다.
중국은 북한 비핵화라는 ‘허구적 목표’를 유지하면서 북한의 핵 보유를 용인할 준비가 됐다는 것이다.
보고서를 작성한 에반스 리비어 전 국무부 동아태 담당 수석부차관보는 대다수의 한반도 전문가들은 북한의 핵 포기 가능성이 희박한 것으로 보고 있다며, 중국이 새로운 현실에 대한 대안적 접근을 취하고 있다고 설명했다.
이어 중국의 이러한 태도는 북핵 문제 ‘해결’보다는 ‘관리’에 방점을 둔다는 뜻으로, 중국이 대북압박 강화를 위한 대미 협력을 꺼리면서 오히려 미국의 대북제재 이행 노력을 저지하려 할 것이라고 우려했다.
보고서는 또 앞으로 추가적인 대북제재를 부과하기 위해서는 북한 핵무기가 중국의 안보를 위태롭게 하고 대북압박 강화만이 군사적 긴장이 고조됐던 지난 2017년으로의 회귀를 막을 수 있는 유일한 방법임을 중국 측에 설득해야 하지만, 이 마저도 쉽지 않을 것이라고 지적했다.
또 미국의 역내 영향력이 쇠퇴하고 한미동맹에 마찰이 불거지면서 이와 동시에 한미일 3자 안보협력마저 흔들리고 있는 상황에서, 지난해 봄부터 급증된 북중 고위급 교류 등 중국의 적극적인 대북관계 개선 행보가 한층 거세질 것으로 보고서는 내다봤다.
이런 가운데, 리비어 전 수석부차관보는 또 새로운 현실에 순응한 중국과 마찬가지로 미국도 향후 수 개월 안으로 북핵 협상과 관련해 중국과 같은 길을 택할 수 있다고 말했다.
그는 미국이 북한의 최종적이고 완전하게 검증된 비핵화(FFVD) 대신 북한 핵 프로그램 동결을 받아들일 준비가 돼 있을 수 있다며, 향후 북한 비핵화 협상의 불확실성이 크게 우려된다고 덧붙였다.
美트럼프 “북한이 직면한 가장 큰 문제”
미국 전기 작가 더그 웨드의 새 책 ‘트럼프의 백악관 내부(Inside Trump’s White House)' 표지.
트럼프 대통령은 취임 이전부터 북한을 미국이 직면한 가장 큰 전략적 문제로 여기고 있었던 것으로 알려졌다고 VOA가 27일 전했다.
도널드 트럼프 대통령의 재임 기간 업적과 주요 사건들을 취재해 전기 형식으로 엮은 새 책, ‘트럼프의 백악관 내부’(Inside Trump’s White House)’가 26일 출간됐다.
트럼프 대통령의 전기 작가인 더그 웨드 씨는 총 440쪽 분량의 이 책에서 약 50쪽에 걸쳐 트럼프 대통령의 대북정책과 두 차례 미북 정상회담에 대해 서술하고, 책의 맨 앞 부분에 배치했다.
책에 따르면 트럼프 대통령은 취임 전부터 북한 핵 문제를 미국이 직면한 가장 큰 전략적 문제로 판단했다.
전임 대통령들이 북한 문제를 다뤘지만 성과가 없었고, 전략적으로 방치된 사이 북 핵 위기가 매우 위험한 지경에 이르렀다고 생각했다는 것이다.
그러면서 전임 오바마 대통령이 더 오래 자리에 머물렀다면 북한과 전쟁이 벌어졌을 것이며, 북한과 맞닿은 한국에서 최소 3천만 명에서 최대 1억 명 가까운 인명 피해가 날 것을 우려했다고 전했다.
책에는 트럼프 대통령이 북한 문제를 가장 큰 도전 과제로 여기게 된 이유가 소개됐다.
트럼프 대통령은 과거 미국이 북한 대륙간탄도미사일 ICBM의 미 본토 타격 가능성에만 집중해, 이 것이 일본, 호주 등 주변국들을 넘어 역내 전체를 위협하고 있는 점을 간과했다고 비판했다는 지적이다.
그러면서, 트럼프 대통령은 북한에 조치를 취해야 한다고 판단해 김정은과 거친 언사를 주고 받았다고 밝혔다.
김정은이 2018년 신년사에서 자신의 사무실 책상에 핵단추가 놓여 있다고 미국을 위협하자 트럼프 대통령이 “내 책상의 핵단추는 더 크고 실제 작동한다”고 응수한 것은, 북한이 자신의 진의를 깨닫고 미국이 북한의 미사일 역량에 대한 파악을 마쳤다는 것을 알게하려는 것이었다는 설명이다.
트럼프 대통령은 김정은과의 관계가 대화 국면으로 급반전하게 된 데 대해 “어느 시점에 우리 둘 다 핵 협상이 결실을 보기를 원한다는 것을 느꼈다”면서 “김정은과 나는 궁합이 잘 맞는다”고 말하기도 했다.
책에는 김정은이 미국과의 대화 국면에서 트럼프 대통령에게 보낸 친서도 공개됐다.
김정은은 친서에서 한국전쟁 종전 선언에 대한 분명한 의지를 밝혔고, 트럼프 대통령과 함께 북한의 새 미래를 열어가는 것을 목표로 한다는 점을 밝혔다는 것이다.
책의 저자인 웨드 씨는 트럼프 대통령의 사위인 재러드 쿠슈너 백악관 선임고문이 “친서를 보면 김정은의 친선 의지를 알 수 있지만, 그의 선친은 유일한 안보 수단인 핵무기를 절대 포기하지 말라고 말했다”면서 “트럼프 대통령은 김정은에게 새 아버지 같은 존재로, 쉽게 바뀌기는 어려울 것”이라고 말한 것으로 전했다.
트럼프 대통령은 또 지난 두 차례 미북 정상회담 결과에 대한 언론과 전문가들의 비판에 불만을 드러냈다.
트럼프 대통령은 미국이 혹독한 제재들을 여전히 유지하고 있으며, 북한은 자신들이 한 일에 대가를 치르고 있고, 미국의 인질들과 한국전쟁 참전 미군들의 유해가 돌아왔다고 강조했다.
또 한미 연합훈련 중단과 관련해서도 “훈련 취소는 수백만 달러를 절감시켰고, 우리가 원하면 언제든 재개할 수 있다”며, 미국이 취한 조치 중 되돌릴 수 없는 것은 없다고 말했다.
책에는 북한 인권 문제에 대한 트럼프 대통령의 입장과 김정은의 반응도 소개됐다.
트럼프 대통령은 2018년 6월 싱가포르 정상회담 당시 북한에 억류됐다 풀려난 직후 사망한 오토 웜비어 사건을 의제로 다루려 했었던 일과, 일본인 납북자 문제로 북한을 비판한 사실을 상기시키며 북한 인권 문제에 관심을 두고 있음을 내비쳤다.
그러면서 자신이 김정은에게 인질 관련 언급을 했을 때, 김정은은 인질이라는 단어를 굉장히 싫어했으며, 제발 그 단어를 쓰지 말아달라고 요청했다고 전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