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가가 돌아보아야 할 가장 시급한 일을 정부는 노인문제에 대해서는 발걸음이 늦다.
10월 2일은 스물두 번째 맞는 노인이 날이다. 노인에 대한 관심과 공경의식을 높이고자 제정된 날이다. 우리나라 노인의 상대적 빈곤율은 49.6%로, 두 명 가운데 한명이 가난에 쪼들리고 있다. 자녀를 양육하고 부모를 봉양하느라 자신의 노후를 경제적으로 대비하지 못한 탓이다.
국민연금을 받는 노인은 40%정도로 절반에도 미치지 못하고 있다. 특히 55세에서 79세 사이 노인층의 월평균 연금 수령액은 57만원에 불과하다. 생활비는커녕 용돈 수준이다. 이러니 늙어서도 스스로 생계를 챙겨야하는 실정이다.
통계청의 고령자 통계를 살펴보면 한국의 70-74세 고용률은 33.1%로 나타났다. 노인 3명 가운데 1명이 일하고 있는 것이다. 노인 빈곤을 다룬 방송 뉴스(CBS 노컷뉴스의 빈곤노인 시리즈)를 보면 노인 일자리 문제는 심각하다. 이른바 ‘노가다꾼’이 모인다는 서울 남구로역 인력시장엔 40-50대의 중년들 속에서 환갑을 넘긴 노인들을 발견하기란 어렵지 않다고 한다.
이들 노인은 나이 제한에 걸려 취업하기가 쉽지 않은데다 일자리의 종류나 보수 면에서도 차별을 겪고 있다. 문제는 이러한 경제 여건이 노년의 삶의 질과 직결된다는 점이다. 국가인권위원회가 최근 조사한 결과 생계유지의 어려움을 겪고 있음에도 가족이나 지인으로부터 도움을 받지 못하는 노인이 절반 가까이에 달한다.
노인들의 삶이 암울하고 피폐한 여건은 곧바로 삶에 대한 부정적이고 극단적인 생각으로 이어지고 있다. 최근 경북 포항에서는 뇌경색 치료를 받던 60대 노인이 병원에서 스스로 목숨을 끊는 사건이 발생하는 등 노인 자살 사건은 하루가 멀다 하고 발생하고 있다.
노인 4명 가운데 1명이 죽음을 생각하고 있으니 심각성은 더 말할 필요가 없다. 우리사회는 지난해 노인 인구가 전체의 14%를 넘어 고령사회로 진입했다. 그럼에도 정부의 노인복지는 걸음마 수준이다. 노인에 대한 관심과 지원은 고령화 속도를 전혀 따라가지 못하고 있다.
정부나 개인의 노후 생활에 준비 없는 고령사회는 노인이나 사회에 재앙이나 다름없다. 정부는 기초연금을 확대하는 등 노인 복지예산을 지속적으로 늘려가야 한다. 또 양질의 일자리 제공과 다양한 여가 지원책 등 촘촘한 노인 복지 정책을 펼치는 것도 필수이다.
한국보건사회연구원이 발표한 2011년 노인실태조사에 따르면 빈곤 노인일수록 소득수준이 높은 노인에 비해 자살 생각을 2.3배 많이 하는 것으로 나타났다. 65세 이상 노인을 연가구소득 기준으로 5그룹으로 분류했을 때 최하위 20%에 속하는 노인이 자살을 생각한 비율은 16.3%로 가장 높았던 것으로 조사됐다.
노인이 자살을 생각하는 원인은 소득수준에 따라 차이가 있었다. 소득 최하위 20% 계층은 경제적 어려움이 37.8%를 차지해 가장 비중이 높았고, 그보다 형편이 나은 소득 하위 20% 역시 경제적 어려움이 36.8%로 비슷했다. 이처럼 양극화 현상은 노인자살이라는 극단적인 현상에도 나타나고 있는 것이다.
노인 자살을 더 이상 개인적인 문제로 접근할 것이 아니라 고령 인구의 경제문제, 사회복지 및 사회 안전망 문제로 풀어야 하는 이유가 여기에 있다. 한 노인의 사례를 통해 노인 빈곤의 현주소를 짚어본다. 대구의 한 노인복지관 경로식당에서 매일 점심식사를 하는 김분순씨. 김 씨는 매일 전동스쿠터에 수거한 폐지를 가득 싣고 위태위태하게 도로를 달린다.
운전자들은 운전 중 좁은 도로에서 김 씨를 마주치게 되면 운전하는데 방해가 되어 짜증스러워한다. 어디에서도 대접 받지 못하는 우리 주변의 노인들, 국가가 돌아보아야 할 가장 시급한 일이지만 정부는 아직도 노인문제에 대해서는 발걸음이 늦어지고 있다. 머지않아 자신들도 노인이 될 텐데 말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