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18일부터 20일 2박3일간 남북한 정상회담이 평양에서 성공리에 막을 내리고 문재인 대통령은 이틀을 쉬고 워싱턴으로 달려갔다. 평화와 종전을 위해 쉼 없이 달려가는 문 대통령의 열정(熱情), 그가 얼마나 평화를 위하고 종전(終戰)을 염원하는지 많은 세계의 이목과 우리 국민들은 바라보고 있다.
우리는 지금 가장 심각한 국내 경제문제에도 불구하고 남북 평화회담과 종전회담에 매달리는 문 대통령의 입장을 읽을 수 있다. 5천년을 같이 살았고, 70년을 헤어져 살았다는 남북관계를 그의 연설로 얼마나 종전과 한반도 평화를 추구하는지 읽을 수 있었다. 그는 평화주의자라 할 수 있다.
드디어 북·미 2차 정상회담이 다시 한 번 예고되고 있다. 이번에도 문재인 대통령은 김정은 국무위원장의 메시지를 들고 9월24일(현지시각) 미국을 찾았다. 문 대통령이 전달한 김 위원장의 메시지를 받아 든 트럼프 미국 대통령은 “김 위원장과 두 번 째 회담을 할 것이고 북·미 간 논의 중이다”라며 2차 북·미 정상회담을 공식화했다.
남북 평화의 물꼬가 다시 트인 걸로 보이는 가운데, 남·북·미가 지난 1~3차 남·북 정상회담 아닌가 하는 생각도 든다. 보수단체들은 시기적으로 노무현 때와 비슷한 모습을 보여 날카로운 비판의 소리가 높아지고 있다. 그러나 “통일은 대박”이라고 호언장담을 했던 박근혜 전 대통령이 남북 평화와 종전, 또는 통일을 위해 무엇을 했던가.
그러나 남북과 미국의 삼각관계의 공식 ‘반전 드라마’는 남아 있다. 세 번 모두 문재인 대통령은 메신저 역할을 자처했다. 1~3차 남·북 정상회담 이후 문 대통령은 김정은 위원장의 메시지를 트럼프 대통령에 전달하며 북·미의 선을 이었고, 또 북미회담을 주선하는 메신저 역할을 하고 있다.
특히 5월26일 판문점 북측지역 통일각에서 열린 2차 남북 정상회담은 6월12일 싱가포르에서 북·미 정상회담이 개최되는 데 결정적 계기가 됐다고 평가받는다. 2차 남북 정상회담은 오랜 시간 공 들인 1차나 3차와 달리, 12시간 만에 개최가 합의되고 진행됐다. 1차 남북 정상회담 이후 호전적이었던 북·미 관계가 급격하게 틀어져서다.
2차 남북 정상회담이 열리기 이틀 전, 트럼프 대통령은 6월로 예정된 북·미 정상회담을 취소하겠다고 전격 발표했다. 회담 준비 과정에서 북한이 보여준 적대적 태도를 이유로 들었다. 곧바로 문 대통령이 북한을 찾아 북·미 관계를 조율한 덕에 북·미 정상회담은 예정대로 진행될 수 있었다. 트럼프는 종잡을 수 없는 행동을 종종했다.
이번에도 문재인 대통령의 평양 방문이 교착 상태에 빠진 북·미 관계를 개선하는 데 큰 역할을 했다고 평가받는다. 6·12 싱가포르 회담 이후 북·미간 비핵화 협상이 상당 기간 진척을 보이지 않았다. 이에 대해 김의겸 청와대 대변인은 이번 한·미 정상회담 종료 후 “북·미 관계에 새로운 동력을 불어 넣었다는 점에서 중요한 회담이다”라고 자평했다.
그러나 반전은 남아있다. 5월24일 트럼프 대통령이 북·미 정상회담 판을 깨며 반전 드라마를 연출했을 때, 일각에선 ‘깜짝쇼’라 비판했다. 트럼프 대통령이 판을 흔들어 키를 쥐려는 특유의 협상 전략을 의도적으로 발휘했다는 것이다. 때문에 곧 있을 2차 북·미 정상회담 준비 과정에서도 어떤 이변이 생길지 예측하기 어렵다는 전망이 나온다.
남·북·미, 11월엔 워싱턴, 12월엔 서울 또는 판문점이 거론되고 있다. 한편 1~3차 남북 정상회담은 비슷한 듯 다르게 진행됐다. 회담의 진행 방식이나 차후 방미 일정 등 큰 틀은 세 차례 모두 비슷했지만 세부 일정은 달랐다. 가장 큰 차이를 보였던 건 장소였다. 1차 때는 판문점에서 남북이 선을 사이로 마주했지만, 2차 때부터는 문 대통령이 북한을 방문했다.
문 대통령은 판문점 북측 지역 통일각과 평양을 찾았다. 올해 안에 열릴 걸로 예상되는 4차 남북 정상회담은 서울로 예정됐다. 2차 북·미 정상회담은 벌써 막후에서 일정을 조율 중인 걸로 알려졌다. 11월6일 미국 중간선거가 있는 만큼, 북·미 정상회담이 열린다면 11월 이전 개최될 거란 관측이 지배적이다. 내나라 내 땅에서 강대국인 미국이 키를 쥐고 있는 것에 다시 한 번 약소국의 설음을 느껴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