현역 국회의원, 시장·군수 출마금지, 광역단체장 경선시 10% 감점
정부 여당인 더불어민주당과 제1 야당인 자유한국당이 6월 지방선거를 앞두고 '기호 1번'을 사수하는 데 고심하고 있다. 각종 선거에서 원내 정당의 기호 숫자는 국회 원내 의석 순서대로 부여한다.
현재 민주당의 국회 의석은 정세균 의장을 제외하고 121석으로, 117석인 자유한국당에 비해 불과 4석이 많다. 이러한 상황에서, 문재인 정부와 여당인 민주당에 대한 높은 지지율로 올 6월로 다가온 지방선거에서의 선전이 기대됨에 따라 현역 국회의원들이 의원직 사퇴 후 지방선거 출마를 저울질하고 있어 자칫하면 자유한국당보다 의석 수가 적어져 '기호 1번'을 한국당에 빼앗길 수 있다는 우려가 높아지며 소속 의원들을 집중 단속하는 것이다.
오는 6·13 지방선거의 후보자 및 정당 기호는 후보자 등록이 끝나는 5월 25일 오후 6시를 기준으로 결정된다. 예전보다 유권자들의 수준이 높아지며 '기호 1번'의 이점이 줄어들긴 했지만 '기호 1번'은 여전히 선거에 유리한 요소로 작용하고, 특히 대통령 선거나 국회의원 선거보다는 한 사람이 여러 표를 행사하는 지방선거에서는 더 큰 효과가 있다는 관측도 있다.
지방선거 이후에는 20대 국회가 후반으로 들어서며 국회의장을 선출하고 원 구성을 하게 된다. 그렇기 때문에 여당 입장에서는 문재인 정부의 국정 운영을 힘있게 뒷받침하기 위해서라도 선거 이후까지 국회 다수당 지위를 사수하는 것이 중요하다.
한국당이 현역 의원을 한 명도 사퇴시키지 않고, '박사모' 정당인 대한애국당 조원진과 무소속 이정현을 다시 끌어들여 의석 수를 최대 119석까지로 늘릴 수도 있다는 점에서 민주당은 현역 의원의 사퇴를 최대한 줄여야 하는 입장이다.
물론 한국당 또한 경북도지사 등에서 현역 국회의원직을 사퇴하고 출마할 가능성이 높은 이철우 의원을 사퇴 불가로 종용한 것으로 전해지나, 지금 상황이 양 당 사이의 일종의 '게임'으로 흐르고 있어 민주당과 한국당이 조금만 방심하면 '기호 1번'을 빼고 빼앗길 수도 있다.
민주당은 '기호 1번'을 지키기 위해 이번 지방선거에서 국회의원직을 사퇴하고 기초자치단체장 선거에 출마하는 것을 금지했다. 또한 이번 지방선거부터 '임기를 4분의 3 이상 마치지 않은 국회의원이 다른 공직 선거에 출마하면 경선에서 10% 감점한다'는 당헌 당규를 적용한다는 것이다.
또한 민주당 지도부는 다른 유력 후보가 있는 지역에는 현직 국회의원의 출마를 적극적으로 만류할 계획으로 알려졌다. 지난 4일 민주당 지방선거기획단장 이춘석 사무총장은 전남지사 출마를 준비하고 있는 이개호 의원에게 불출마를 공식적으로 요청한 것으로 전해졌다.
이 사무총장은 "이 의원은 광주·전남의 유일한 민주당 현역이기 때문에 직접 출마하면 지방선거와 광주·전남 국회의원 재보궐 선거를 지휘할 사령탑이 없어진다"고 이유를 설명했다.
한국당 또한 경북지사 경선 전 의원직 사퇴 의사를 밝힌 이철우 의원의 사퇴를 막는 등 민주당에게서 '기호 1번'을 뺏기 위해 노력 중인 가운데, 6월 지방선거 승리와 선거 이후 정국 주도권을 위해 여야 각 정당이 벌이는 '게임'의 결과에 상당한 이목이 쏠리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