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깡문칼럼] 정부는 사립대 입학금 폐지 여론 적극 검토할 만하다

재정적 충격을 고려해 단계적으로 낮춰가다가 폐지하도록 하는 방안을 검토...

2017-10-12     이강문 주필
▲ 양파tv. 양파뉴스 李康文 총괄사장 겸 주필

교육부는 지난 10일 사립대의 입학업무 실소요 비용 분석을 위해 전국 4년제 사립대를 대상으로 한 입학금 실태 조사 결과를 발표했다.

이번 조사에는 156개 사립대 가운데 80곳이 참여했고 나머지 대학은 총액만 공개한 채 사용내역을 밝히지 않거나 아예 회신을 하지 않았다.

분석 결과, 조사에 응한 대학들의 전체 입학금 가운데 33.4%가 운영비(입학 외 일반사용)로 쓰이는 것으로 조사됐다. 다음 사용처는 신·편입생 장학금 등(20.0%)이었고, 홍보비(14.3%), 입학 관련 운영비(14.2%), 학생 지원 경비(8.7%), 행사비(5.0%), 기타(3.5%), 인쇄출판비(0.9%)로 집계됐다.

사립대학들이 입학금 수입의 상당 부분을 입학업무와 무관한 곳에 사용 용도로 쓰는 것으로 나타났다. 입학금 사용처 계정 항목이 공개된 것은 처음으로, 입학금이 본래 용도와 달리 사용되는 것으로 확인됨에 따라 폐지 여론에 더욱 무게가 실릴 것으로 보인다.

행사비에는 입학식, 신입생 오리엔테이션 비용 등이, 학생 지원 경비에는 신입생 진로·적성검사 등이 포함된다고 교육부는 전했다. A대학의 경우 입학금 수입 40억7000여만원의 43.9%를 일반 운영비로 사용했으며, 22.5%는 홍보비로 쓴 것으로 나타났다.

입학 관련 부서 운영비 비중은 19.6%에 그쳤다. 교육부는 "이번 조사는 입학금이 실제로 사용되는 양태를 처음으로 파악했다는 점에서 의미가 있다"며 "순수한 입학 실비용을 어디까지 인정할지는 좀 더 검토해야 한다"고 밝혔다.

교육부는 이번 조사 결과를 토대로 사립대학과의 협의를 거쳐 입학 실비용의 인정 기준과 입학금 단계적 감축 방안을 마련할 계획이다. 이를 위해 오는 13일 전국사립대학총장협의회 회장단 소속 대학의 기획처장 20여명과 간담회를 열 예정이다. 사립대학들은 이 자리에서 입학금 감축에 관한 입장을 밝힐 것으로 보인다.

교육부에 따르면 올해 기준으로 전국 4년제 사립대 156곳의 입학금 수입총액은 2436억여원에 달한다. 학교당 평균 수입은 15억6000여만원, 학생 1인당 평균 입학금은 77만3000원이다. 동국대(102만4000원)와 한국외대(99만8000원), 고려대(99만7000원), 홍익대(99만6000원), 인하대(99만2000원), 세종대(99만원) 등의 입학금이 가장 비싼 수준으로 알려져 있다.

국내 대학들은 재정 상황이 열악했던 1951년 입학금에 관한 규정이 문교부령으로 제정되면서 입학금을 받아오기 시작했다고 한다. 그런데 경제협력개발기구(OECD) 34개국 중 입학금을 별도로 받는 나라는 우리나라와 일본 등 4개국에 불과하다는 연구결과가 있다. 그만큼 특이한 제도라는 의미다.

입학금은 수업료와 합쳐 회계처리를 하는데 산정 기준이 불명확해 회계의 투명성을 떨어뜨린다는 비판도 계속 나왔다. 국립대 입학금이 1인당 평균 14만9천500원인데 비해 사립대의 경우 77만3천 원에 달해 학생과 학부모에게 큰 부담으로 작용해왔다. 이에 따라 문재인 정부는 입학금 폐지를 대선공약에 이어 국정과제로 제시했다.

전국 4년제 국공립대는 지난 8월 2018학년도부터 입학금을 폐지하기로 했다. 이런 상황에서 사립대들이 일반 운영비 등 입학과 무관한 용도로 입학금을 사용해온 사실이 드러남에 따라 사립대의 입학금 폐지 반대론은 설득력을 잃게 됐다.

사립대들은 그동안 입학금이 등록금의 한 부분으로 인정됐다고 반박한다. 특히 8년째 이어지는 등록금 동결로 재정난이 가중되는 상황에서 전형료 인하에 이어 입학금까지 전면 폐지하는 것은 시기상조라고 주장한다.

하지만 내년부터 10년간 단계적으로 입학금을 80% 내리기로 한 원광대 사례를 보면 입학금 인하는 충분히 가능하다. 원광대가 오리엔테이션 비용과 교육 자료비 등 입학업무에 필요한 최저 비용을 추산한 결과, 입학금을 현재의 20% 수준인 11만5천300원까지 낮출 수 있는 것으로 분석됐다고 한다.

다른 사립대들도 원광대 사례를 참고해 일단 입학금을 실비 수준으로 낮추는 노력을 기울일 필요가 있다. 교육부도 입학금 폐지를 일방적으로 밀어붙이기보다 사립대의 재정적 충격을 고려해 단계적으로 낮춰가다가 폐지하도록 하는 방안을 검토할 만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