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특별기고] 악마는 발톱을 언제 드러내는가?

2017-09-20     이강문 대기자
▲ 김용판 前서울경찰청장.

예전에 악마라 불려 마땅한 자가 있었다.

그는 허리춤에 칼 한자루만 품고서 부자들이 산다는 서울 어느 지역의 대궐같은 집도 제 집 넘나들듯 침투해 들어갔다. 무방비 상태의 집주인을 칼로서 제압하고, 강도, 강간 행각을 일삼았다.

집주인이 고위직 공직자라는 것을 알았을 경우에는 더욱 더 심한  모욕을 가하며 범행을 저질렀다. 칼의 힘이 미치는 그 공간에서는 그가 바로 왕(王)이었고 신(神)이었다.

밖에서는 큰 권력과 권위를 자랑하던 이들도 이 악마 앞에서는 무기력한 존재에 불과했다.
시퍼런 칼날아래서 목숨을 건지기 위해서는 저항을 포기하고 굴복할 수밖에 없었기 때문이었다.

한 가정을 순식간에 파멸에 이르게 한 이 악마는 누구인가? 외계인인가? 적대국의 간첩인가? 아니다. 우리의 동족이요. 우리 국민이다. 우리의 이웃집 아저씨인 것이다.

둘째, “포개진 시신들 사이로 젖먹이들이 어미를 찾아 기어다니며 울고 있다.”

병자호란 때 청나라 군인에 끌려가다 능욕당하지 않기 위해 저항하던 여인들은 무참히 살해되었다. 참혹한 그 정경을 표현한 말이다.

“왜군은 조선인만 보면 여성과 아이들을 가리지 않고, 죽이든 안 죽이든 코를 베었으므로 수십년간 조선의 길에서는 코 없는 사람을 많이 볼 수 있었다.” 임진왜란과 정유재란 때 일본이 저지른 만행중 하나인 조선인 코베기와 관련된 아픈 표현이다.

셋째, 행사장에서 조는 등의 불경행위를 했다는 죄로 충성을 바쳐 일했던 간부를 곡사포로 쏴 시신마저 제대로 보존하지 못하게 공개적으로 처형하는 체제가 있다.

그 체제의 우두머리는 자신의 고모부를 기관총으로 난사해서 처형한 후 화염방사기로 시신마저 흔적도 없이 날려버렸다. 자신의 형을 대명천지 외국에서 독침으로 살해하기도 했다.

북한 이야기다. 광기가 일상사가 된 이 무도한 체재에서 희생된 많은 사람들이 외계인이었던가? 이민족이었던가? 아니다. 김씨왕조 후계자에게 충성을 받치던 사람은 그의 동족이었고, 친족이었다.

넷째, 두 사람이 사막을 걸어가고 있다.

한 사람은 물병을 들었고, 한 사람은 권총을 들고 있다. 권총을 들고 있는 사람은 지금 약간의 갈등을 하고 있다.

“물병 든 자를 권총으로 쏴 죽여버리고 물병을 빼았는게 나을까, 협박해서 물병을 빼았는게 나을까하는 갈등이다.”

그런데 물병든 사람은 전혀 다른 생각을 가지고 있다.

“내가 가진 물병에서 물을 적당히 나누어주면 별일 없겠지” 라는 자기중심의 순진한 생각을 하고 있는 것이다.

얼마전 조선일보의 양상훈 주필이 쓴 칼럼에 나오는 이야기이다.   대북업무에 오래 종사했던 분의 말이라 하면서 작금의 북한과 현 대한민국 정부를 비유적으로 묘사한 것이라 했다.

다섯째, 지금 북한은 실질적으로 핵을 완성하여 손아귀에 쥐었다는 평가를 받고 있다.

미국 본토를 공격할 수 있는 ICBM도 거의 완성단계에 이르렀다는게 세평이다.

김씨왕조의 시조인 김일성의 유업인 ‘적화통일’이라는 지상최대의 과업을 이루기 위해 김씨왕조의 후계자들이 가장 필요하고 가장 중요하다고 판단한 ‘핵무장’을 드디어 이루어 낸 것이다.

인민이야 굶어 죽든지 말든지 외면한 채 밀어붙인 핵개발이 드디어 성공했으니 그들 입장에서야 얼마나 뿌듯하겠는가?
어찌 이 무지막지한 힘을 과시하고 싶지 않겠는가?

조그마한 칼 한자루를 옆구리에 차고 있어도 세상이 자기 것인냥 설친 자가 있었는데, 어찌 그런 칼과 핵을 비교할 수 있겠는가?

자기에게 조금이라도 불경하다고 생각되면 친족여부 가릴 것 없이 무자비하게 공개처형하는 성향의 왕(王)이 공포의 핵을 가졌는데 어찌 ‘폼’으로만 가지고 있으려 하겠는가?

5000만명이 죽더라도 통일만 시키고 나면 자자손손 영웅으로 남을텐데, 통일을 위해서라면 못할 게 뭐가 있겠는가?

여섯째, 악마는 발톱을 언제 드러내는가?

자기가 힘이 더 세고, 상대를 이길 자신이 있을 때이다. 한마디로 힘의 균형이 무너졌을 때이다. 힘이 비슷비슷하거나 상대보다 약하다고 생각할 때는  발톱을 드러낼 필요가 없다. 실익이 없기 때문이다.

지금 북한이 미국을 상대로 자극적인 발언을 쏟아내고 있지만 미국을 상대로 하는 전쟁에서는 필패한다는 것을 그들도 너무나 잘 알고 있을 것이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왜 그렇게 연일 미국을 자극하는 것일까?

이는 “우리(북)도 핵이 있으므로 유사시 미(美)국민에게도 큰 화가 미칠 수 있다. 고로 한국문제에서 손을 떼고 중립에 서라.”는 취지로 행하는 고도의 전략임이 명백하다.

지금 우리 대한민국이 미국을 비롯한 외부의 조력없이 1:1로 북과 맞짱떠서 이길 수 있을까? 핵을 가진 북과의 싸움에서 우리가 필패할 것임은 명백하다. 

공포의 핵 미사일 한방이 대한민국 어느곳에 떨어졌을 때 어떤 일이 일어날까?

병자호란 때 최명길이 백성을 위해서는 항복해야 한다는 명분을 내세웠듯, 이 땅의 수많은 친북좌익들 또한 벌떼 같이 일어나 ‘국민의 안전을 위해서’라는 명분으로 남이 북에게 항복해야 한다는 논리를 강력 펴지 않을까 하는 생각을 한다면 나만의 망상일까?

바로 적화통일의 수순을 밟게 되는 것이다.

일곱째, 국가의 존재이유가 무엇인가?

전통적 책무이면서 가장 중요한 국가의 기능은 바로 치안과 국방이다.
법질서가 혼란스럽고, 국방이 무너진 나라는 이미 나라가 아니다.

이런 맥락에서 우리의 안전과 직결되는 북한의 핵문제는 보통 문제가 아니다. 생존차원의 절체절명의 문제이다.

“북한의 핵은 단순히 그 체제의 안전을 보장하기 위해서 가지려하는 것이다.”라고 말하는 사람들과

“통일이 되면 북한의 핵이 바로 우리 것이 되는데 왜 북한 핵 때문에 호들갑을 떠는지 모르겠다.”는 사람들에게 나는 정중하게 세가지를 묻고 싶다.

첫째, 어떤 고도의 전략적 의미없이 순수하게, 진실로, 북한의 핵이 군사적 위협용이 아니라 북한 체제의 안전보장을 위해서라고 믿고 있느냐 하는 것이다. 진실로 그렇다면 “너무나 순진한 사람이다.”라는 말에 나도 한 표를 보탠다.

같은 맥락에서 권총든 강도에게 물병의 물을 적당히만 나누어주면 별 탈이 없을 것이라고 믿고 있느냐 하는 것도 이 첫째 질문에 포함한다.

둘째, 통일이 되면 북핵이 우리 것이 된다 할 때의 그 통일은 어떤 통일을 지칭하느냐 하는 것이다.

적화통일을 말하느냐? 흡수통일을 말하느냐? 아니면 연방제 통일을 말하느냐? 하는 것이다.

셋째, 자신에게 불경했다는 이유로 지위고하를 막론하고 기관단총에 곡사포로 공개처형을 하며 눈 하나 깜빡이지 않는 김씨왕조 후계자가 남(南)을 같은 민족이라고 어여삐 봐주면서 핵을, 권력을, 과연 나누려 하리라 생각하는가 이다.

여덞째, 힘이 받쳐주지 못하는 큰 소리는 넋두리에 불과하다.

자국의 이익이 우선되는 국제사회에서는 힘이 더욱더 우선된다. 우리나라가 힘이 있었더라면, 병자호란이나 임진왜란도 일어나지 않았을 것이고 일본의 식민지가 된 치욕도 없었을 것이다.

핵을 완성한 북에 대응하기 위해서는 우리도 핵균형을 이루어야 한다. 재래식 무기로 어찌 핵에 대응할 수 있겠는가? 당랑거철이다.

그런데 우리의 핵무장은 동북아 핵경쟁을 부추기기 때문에 절대 안된다고 말하는 이들이 있다. 한마디로 소가 웃을 말이다.

이미 북이 핵을 손에 쥐었고, 중국과 러시아는 옛날에 핵을 손에 쥐었다. 일본을 우려하는가? 대만을 우려하는가? 도대체 지금 우리가 누구를 걱정하고 있을 때인가?

전술핵 재배치가 쉬운 것만은 아니겠지만 지금, 전술핵 재배치 없이 남북한의 핵균형이 어떻게 이루어지겠는가?
대화로 푸는 한반도 비핵화는 예전에 물건너갔다.

하루빨리 전술핵 재배치가 이루어지고, 자체 핵무장도 진지하게 검토해야 할 때가 되었다. 아니 이미 늦은감이 없지 않을 정도이다.

국민의 생명과 안전은 말로 이루어지는 것이 아니다. 악마가 발톱을 함부로 드러내지 못하도록 우리도 확실한 발톱을 가지고 있어야한다.

바로 힘의 균형을 이루어야 한다는 것이다.
굳건한 한미동맹이 그 어느 때 보다 소중한 이유가 여기에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