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깡문칼럼] 안전대책 마련 없이 학교 주차장 개방은 안된다.

교육계와 학생 학부모들의 동의나 공감대 합의 없이 개정안을 강행하는 것은 잘못됐다

2019-11-28     이강문 주필
▲양파방송.양파뉴스 이강문 총괄사장.

지난 9월 충남 아산의 한 초등학교 스쿨존에서 교통사고로 사망한 김민식군(9)의 이름을 따 만들어진 일명 ‘민식이법’은 어린이보호구역(스쿨존) 내 과속 감시카메라와 신호등 설치를 의무화한 도로교통법 일부 개정 법률안이다.

문재인 대통령이 지난 19일 ‘국민과의 대화’에서 일명 ‘민식이법’의 어린이보호구역(스쿨존) 내 과속 감시카메라와 신호등 설치를 의무화 법안이 년내 국회에서 개정 처리 필요성을 강조한 이후 여야간 입법 속도가 붙고 있다.

하지만, 광역시장·도지사 등 광역지자체 필요에 따라 국공립학교 운동장을 주차장으로 개방하도록 한 ‘학교 주차장 개방법’(주차장법) 개정안이 오는 29일 국회 본회의를 통과할 가능성이 높아졌다. 이에 교육계는 일제히 반발 입장을 내놨다.

교육계는 안전 대책 마련 없는 법률 개정안은 도저히 용납할 수 없다는 입장이다. 주차장 개방이 학생들의 안전을 위협하는 것은 물론 학교자치도 무시하는 법안이라는 것이다.

국회 국토교통위원회 소속 더불어민주당 박재호 의원이 대표 발의한 이 법안은 주차난 해소를 위해 지자체장은 국·공립학교의 주차장을 개방 주차장으로 지정할 수 있고, 학교장은 특별한 사정이 없는 한 이에 따라야 한다는 내용이다.

개방 절차나 시간, 운영 등은 조례로 정할 수 있도록 했다. 이를 얼핏 들으면 학교의 넓은 운동장 등을 활용해 주차난을 크게 해소할 수 있는 좋은 방안으로 보인다. 이 법안은 지난 13일 국회 법제사법특별위원회를 통과해 오는 29일 본회의에 상정될 예정이다.

본회의 최종 표결만을 앞둔 것이다. 통과될 경우 6개월간 유예기간을 거쳐 내년 하반기부터 시행된다. 그러나 교육계의 주장과 같이, 학교 주차장을 개방할 경우 학교 내에 외부인들이 출입할 수 있게 된다.

그러나 이같은 출입을 관리하기가 어려워 학생들의 안전을 보장하기도 어렵고, 대부분 학교는 별도의 차량 출입구가 없어 학생들의 등하교 동선과 겹치는 것을 피하기도 어렵다. 운동장 훼손도 문제다. 마사토 운동장의 경우 자동차 타이어 자국이 남아 학생들이 마음껏 뛰어놀 수 없다는 점 등이 우려된다.

현재도 여러 학교들이 시설 개방에 따라 안전사고, 관리 부담, 민원 고충 등으로 불편을 겪고 있다. 무엇보다도 어린 학생들의 안전을 보장할 대책과 체계적인 관리시스템, 법률 개정안에 대한 충분한 논의와 교육계와 학생 학부모들의 동의나 공감대 합의 없이 개정안을 강행하는 것은 잘못됐다.

일반 사설 주차장처럼 관리인이 따로 있지 않은 이상, 외부인들이 학교 내 시설 등을 훼손할 경우에 별대한 대책도 따로 마련돼 있지 않다. 현행법규에 따르면 학교장이 학생 교육활동과 안전을 고려해 학교시설(운동장, 체육관 등) 개방 여부와 이용을 결정할 수 있도록 하고 있으며,

명절 때를 비롯한 지역 여건과 지역민의 의사를 반영해 자율적으로 학교시설을 개방할 수 있다. 전국시도교육감협의회는 이 같은 점을 들어 주차장법 개정안은 불필요하다고 강조했다. 특히 개정안은 시도지사가 학교장의 결정권을 심각하게 침해하는 법안이라는 주장도 나온다.

학교자치에 역행하고 있다는 것도 문제다. 특히 주차난 문제는 지자체의 문제지만, 이를 교육계인 초등학교에 떠넘기는 상황이 만들어진다. 학교는 유휴시설이 아닌 우리의 미래 동량을 키우는 교육기관이다.

주민편의도 중요하지만, 안전한 학습 환경을 조성하고 아이들을 보호할 수 있는 기관이 가장 우선돼야 한다. 학교 시설을 개방하겠다면, 그에 맞는 안전 대책 등도 함께 마련돼야 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