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깡문칼럼] 극단적 자살 선택을 부추기는 언론 정보 전달 자제를...

파파게노 자살 관련 언론보도를 신중한 보도를 함으로써 자살을 예방할 수 있는 효과.

2019-10-09     이강문 주필
▲ 양파방송.양파뉴스 이강문 총괄사장.

인터넷의 수많은 순기능과 역기능들은 생각보다 더 다양하고 깊게 퍼져있다. 인터넷은 점점 더 빠르게 새로운 정보를 전달하고, 불특정 다수에게 쉽게 접할 수 없었던 극단적 자살 정보 등을 퍼트릴 수 있는 대단한 정보 능력을 가지고 있다.

자살(한국 한자: 自殺)은 여러 가지 죽음의 형태 중 하나로, 스스로 삶을 중단시키는 행위를 말한다. 그러나 요즘은 스스로 자결로 죽는다는 뜻인 자살이라는 말이 부정적인 의미라고 생각하여 좋은 의미로 자사(自死)라고도 칭한다. 

이 행위는 현실의 고통을 중단시키기 위한 의미이다. 즉 현실의 고통이나 문제에는 질병, 가난, 실업 상태가 원인인 자살, 부조리, 범죄, 사회구조의 불합리함 등 개인적인 것부터 사회적인 것까지 다양하다. 안락사도 자살의 일환일 수 있다. 유명인의 자살에 옐로 저널리즘이 큰 역할을 하기도 하고, 유명인의 자살을 언론에서 상세하게 다루는 것이 자살률을 높여 이를 특별히 베르테르 효과라고 칭하기도 한다

여기서 파파게노 효과라는 것이 있다. 자살과 관련된 언론보도를 자제하고 신중한 보도를 함으로써 자살을 예방할 수 있는 효과를 말한다. 이 효과는 오스트리아의 음악가 모차르트가 작곡한 오페라 '마술피리'에 등장하는 파파게노가 요정의 도움을 받아 자살충동을 극복한 일화에서 유래됐다.

파파게노 효과(Papageno effect)는 자살에 대한 언론 보도 자제를 통해 자살을 예방할 수 있는 효과이다. 자살에 대한 상세한 보도가 또 다른 자살을 야기한다는 연구 결과에 근거해 주목받는 개념이다. 오스트리아에서 효과가 입증된 바 있다. 그 중 하나가 자살과 관련된 정보다. 언론에서 보도되는 자살관련 사건보도는 이전보다 훨씬 빠르고 자세하게 많은 사람들에게 전달되고 있다.

언론은 자살 관련 보도뿐만 아니라 모든 종류의 사실을 정확하고 신중하게 알려야할 의무가 있지만, 이같이 민감하고 부정적인 소재에 대해서는 더더욱 신중할 필요가 있다. 실제로 1970년대 오스트리아 비엔나에서는 파파게노 효과가 입증되기도 했다. 비엔나는 1970년대에 처음으로 지하철이 도입된 이후, 지하철에서 자살하는 사람들이 점점 늘어나고 있었다.

언론은 당연하게도 이를 상세하게, 자주 보도했고 이로 인해 지하철 자살률은 더욱 높아지게 됐다. 이후 비엔나의 자살예방센터가 '절대로 자살사건을 보도하지 말 것'이라는 방침을 세우고, 오스트리아의 언론사 대부분이 이 권고안을 받아들이자 오스트리아의 자살률이 절반 수준으로 감소하는 효과를 거뒀다.

오스트리아 뿐만이 아니다. 우리나라의 보건복지부와 중앙자살예방센터, 한국기자협회는 함께 자살보도 권고기준을 마련한 바 있다. 자살보도 권고기준이란 자살보도의 사회적 책임을 인식하고, 언론이 자살예방을 위한 노력에 동참할 것을 권유하고자 마련된 기준이다. 이는 2004년 처음 만들어져 지난 2013년과 2018년 두 차례 개정을 거쳐 지금의' 자살보도 권고기준3.0'이 됐다.

주요 내용 중 '자살보도에는 사회적 책임이 따른다'는 항목에는 신문이나 방송 등의 언론 뿐만 아니라 모든 미디어와 국가기관(경찰 및 소방 등), 개인의 SNS, 블로그, 온라인 커뮤니티까지도 유의해야 하는 기준이라고 명시돼 있다.

또한 잘못된 자살보도는 모방자살을 일으킬 수 있다는 점도 강조하고 있다. 자살의 동기, 방법, 도구, 구체적인 장소 등을 보도하면 막연하게 자살을 고민하던 사람들이 유사한 자살을 실행하도록 부추길 수 있다는 것이다. 특히 유명인의 자살보도는 파급효과가 굉장히 크므로 더욱 신중해야 한다.

또한 자살관련 보도에는 자살을 고민 중인 사람들에게 도움을 줄 수 있는 기관이나 활동을 소개하도록 권고하고 있다. 실제로 이를 지키는 언론의 자살 관련 기사에는 자살 예방에 도움을 주는 기관이나 단체를 소개하며 해당 기관의 전화번호 등을 함께 기입하고 있다.

한국은 몇 년 동안 꾸준히 줄어들던 자살률이 또 지난해 큰 폭으로 증가하며 OECD 자살률 1위로 돌아왔다. 이 문제의 원인들 중 하나로 꼽히는 것이 지난해 언론을 통해 보도된 유명인 자살사건이 다수라는 점이다. 유명인의 자살을 모방해 유사한 사건이 일어나는 '베르테르' 현상은 앞서 말했듯이 더욱 민감하게 다뤄야 한다.

하지만, 우리나라 언론의 대부분이 이를 앞다퉈 발표하며 우리나라의 자살률 증가를 부추겼다고 봐도 지나치지 않다. 해외의 한 연구결과에 따르면 언론의 자살보도는 소설이나 영화 등 다른 매체 속 자살보다 후속자살에 미치는 영향이 4배나 높다. 언론은 그들이 가진 영향력과 힘을 인식하고, 사회문제에 악영향을 끼치지 않도록 늘 주의해야 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