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깡문칼럼] 한·일 양국의 오이 밭에 물 주기

한국과 일본은 서로 잘못한 것은 사과하고 의롭게 지원한다면 두 나라가 더욱 돈독한 우방으로...

2019-07-20     이강문 주필
▲ 양파TV방송.양파뉴스 이강문 총괄사장.

이웃 고을과 서로 화목하고 예로써 대접해야 뉘우침이 적을 것이다. 이웃 목민관과는 형제 같은 의가 있어야 하는데, 비록 상대방 쪽에 잘못이 있더라도 그자와 같아서는 안 될 것이다. 

중국 양나라의 대부였던 송취가 어느 고을의 현령으로 재직할 때 일이다. 그가 다스리던 고을은 초나라와 경계를 이루고 있는 지역이었는데 두 나라에서는 밭에 오이를 심어 기르고 있었다.

양나라 사람들은 정성껏 밭에 물을 주어 오이의 품질이 아주 좋았으나, 초나라 사람들은 게을러서 자주 물을 주지 않아 오이가 시들시들하고 상태가 좋지 않았다. 이를 본 초나라 수령은 양나라의 매끈한 오이를 몹시 시기한 나머지 하루는 사람들을 시켜 해코지를 하게 되었다. “밤중에 몰래 국경을 넘어가 양나라의 오이들을 손톱으로 긁어 버리고 오너라.”

매일 밤 국경을 넘어와 이런 짓을 하다 보니 양나라 오이들은 거의 말라 버리고 말았다. 양나라에서 이를 이상히 여겨 사람들을 밭 근처에 매복시켜 알아본 결과 그 이유를 알게 되었다. 그러자 정장이라는 신하가 매우 노하여 이렇게 아뢰었다. “이에는 이라고 하였으니 우리도 밤에 몰래 국경을 넘어가 저쪽 오니들을 파헤치고 오겠습니다.”

그러자 송취가 손을 저어 말리며 말했다. “그것은 오히려 화를 키우는 결과만 가져 올 뿐이다.” 그러고는 사람을 시켜 밤중에 몰래 초나라 오이 밭에 들어가 물을 주고 오도록 지시하였다. 그렇게 며칠이 지나자 초나라 밭의 오이도 싱싱하게 자라고 있었다. 초나라 수령이 그 사실을 자신의 행동을 반성하며 이 사실을 임금에게 고하게 되었다.

초나라 임금은 그 사실을 전해 듣고 송취에게 귀한 물건을 보내 치하했고, 양나라 임금과도 우호관계를 돈독히 하였다. 이웃 목민관과 화목하지 못하게 되는 이유는 송사에 관계되는 백성을 찾아내려 하는데 그를 비호하여 보내주지 않기 때문이다. 그리하여 서로 화목하지 못하게 되고, 또한 당연히 차역을 하는데도 회피하고 서로 미루게 되면 역시 화목하지 못하게 된다.

서로 객기를 부려 지기를 싫어하고 이기기만 좋아하게 되면 이 지경에 이르는 것이다. 만약 저쪽에서 이치에 맞지 않게 내 백성을 괴롭힌다면, 나는 백성의 목민관으로서 당연히 비호해야 하겠지만, 저쪽이 주장하는 일이 공정하고 내 백성이 사납고 교만하여 나를 의지하는 숲으로 삼아 숨으려 한다면 죄를 다스리도록 해야 한다.

사진 = 시사포토뱅크.

요즘 한일관계에 일본이 반도체 수출규제로 인한 반목을 보면 남의 ‘오이 밭에 물주기로’로 서로 잘못한 것은 사과하고 의롭게 지원한다면 두 나라가 더욱 돈독한 우방으로 다시 태어날 수 있다. 서오 얼굴을 맞대기를 하지 않으면서 말싸움만 한다면 누가 더 손해인지 서로 계산기만 두들긴다면 두 나라 다 지는 것이다. 잘못을 솔직히 인정하고 시정해 나간다면 좋은 관계를 회복할 수 있을 것이다.

◆ 이 이야기는 목민심서(牧民心書) 예제(禮際)편을 해석해 쓴 글이다.

인읍상목(隣邑相睦)하고 접지이례(接之以禮)라야 즉과회의(則寡悔矣)이라

인관유형제지의(隣官有兄弟之議)하니 피수유실(彼隨有失)이라도 무상유의(無相猶矣)니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