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깡문칼럼] 노인들이 살아가기 힘든 대한민국.

수명연장이 축복이 아닌 고통이 돼버린 서민 빈곤층 노인들,

2019-05-15     이강문 주필
▲ 양파TV방송.양파뉴스 이강문 총괄사장.

대한민국이 빠르게 늙으면서 벼랑 끝에서 하루하루를 힘들게 버티는 노인도 급증하고 있다. 우리나라 65세 이상 노인 인구는 전체에서 15%를 차지한다.

이는 세계 평균치인 9%보다 한참 높다. 오는 2025년이면 노인 인구 비율이 20%를 넘어설 것으로 예상되고 있다. 수명연장이 축복이 아닌 고통이 돼버린 빈곤층 노인들,

가난과 외로운 생활을 견디지 못해 스스로 생을 마감하는 노인이 가장 많은 국가가 한국이라는 사실은 5월 가정, 보훈의 달을 무색하게 만든다.

올초 보건복지부가 발표한 자료를 분석한 결과에 따르면 65세 이상 독거노인 수가 2014년 115만2천673명에서 지난해 140만5천86명으로 21.9% 증가했다.

매해 6만3천여 명이 늘어난 셈이다. 지역별 인구 대비 독거노인 비율은 전남이 25.8%, 경북 23.3%, 경남 23.1%, 전북 23%, 강원 20.9%, 충북 20.7% 순이었고 도시보다는 농촌 지역이 높았다.

부양가족 없이 혼자 사는 노인이 증가하면서 이들의 고독사도 크게 늘었다. 무연고 노인 사망자 수는 2013년 458명에서 2017년 835명으로 두 배 가까이 뛰었다.

고령층을 보호할 복지제도가 확실하면 이를 크게 개선시킬 수 있겠지만 현실과는 아직 거리가 먼 실정이다. 지난해 국민연금과 노령연금을 함께 받은 사람 가운데 95%는 월 100만 원도 못 받은 것으로 드러났다.

심지어 10명 가운데 7.5명은 50만 원보다 적게 받았다. 하지만 국민연금연구원이 밝힌 노후 적정생활비는 2017년 기준 한 달에 부부 243만 원, 개인 108만 원이다.

국민연금으로 기본적인 삶을 영위하기 어려운 고령층이 일자리를 찾아 나설 수밖에 없는 사회라는 것이다. 하지만 노인 일자리는 기껏해야 단순 노무직에 생활비조차 대기에 빠듯한 낮은 임금이 대부분이다.

일자리 양적 확대와 더불어 질적으로도 만족스런 노인 일자리가 필요한 이유다.

경북도가 올해 초 밝힌 바에 따르면 지난 2017년 도내 극단적인 선택으로 목숨을 잃은 사람은 696명으로 하루 평균 1.9명 꼴이다. 이는 인구 10만명 당 약 26명으로, 전국 평균인 24.3명보다 높고 OECD 국가 평균인 11.9명보다는 2배 이상 높은 수치다.

더 문제인 것은 이들 중 약물 치료를 받거나 복지센터 등을 방문해 상담을 받은 사람이 각각 15%, 25.1%에 불과하다는 것이다. 특히나 경북도는 다른 지역보다 농약 음독 사례가 2배 가량 높은 것으로 나타났다.

농촌 지역의 노인들이 이로 인해 목숨을 잃고 있는 것이다. 이 때문에 도는 기초정신건강복지센터가 없는 9개 시·근에 올해 내로 센터를 설치할 계획이라고 밝혔다.

이로 발생하는 많은 문제들 중 하나가 노인 빈곤율이다. 경제협력개발기구(OECD)가 내놓은 보고서에 따르면 2018년 기준 우리나라 노인 빈곤율은 약 47%로 경제협력개발기구(OECD) 국가 가운데 가장 높다.

노인 2명 중 1명꼴로 팍팍한 삶을 살고 있다는 것이다. 전체 OECD 회원국 노인 빈곤율은 평균 14%다. 사정이 이렇다보니 노인 자살률은 10만명당 54.8명으로 OECD 1위라는 불명예까지 안고 있다.

지금의 노인 세대는 우리나라가 어렵게 살던 시절, 고도성장을 이끌며 젊음을 바쳤던 이들이다. 가족 부양과 자녀 교육 등으로 정작 자신의 노후에는 신경 쓰지 못한 세대이기도 하다.

하지만 과거와 달리 부모 봉양에 대한 자식들의 책임감이 결여된 시대다. 핵가족화가 낳은 사회적인 환경 때문이기도 하지만, 현대에 시간·경제적으로 힘든 젊은 세대에게 모든 책임을 지게 할 수도 없는 실정이다.

생활환경이 좋아지면서 평균 수명은 꾸준히 연장되고 있다. 100세 시대가 재앙이 되지 않기 위해서는 고령화 문제는 반드시 풀어야 할 숙제다. 건강한 노인들은 좀 더 일할 수 있는 여건을 조성하는 등 고령층 관리대책을 종합적이고 체계적으로 세워야 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