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사 상식] 명절 차례, 제사 전통 예법도 개혁의 바람이 분다.

2019-02-02     이강문 대기자

경북지역 양반가 전통 예법을 개혁하는 종가들이 늘고 있다. 차례 및 제사에도 '탈권위'와 '혁신' ‘간소화’의 바람이 불고 있다.

한국국학진흥원이 경북 지역의 불천위(사당에 모시는 위패) 제사 173개를 조사한 결과 전체의 절반인 87곳이 자시(23시~01시)가 아닌 오전이나 저녁에 치러지고 있다. 더욱이 불천위 내외의 제사를 따로 지내지 않고 '합사'해 한 번만 지내는 곳도 49곳으로 28%나 됐다.

4대 봉사, 고조까지 지내는 전통에도 변화가 일고 있다. 경북의 종가 169곳 가운데 10곳은 3대까지만, 31곳은 2대까지만 제사를 지내는 것으로 조사됐다. 고성 이씨 종택인 임청각(臨淸閣·보물 182호)은 일년내내 제사가 끊이질 않았지만, 석주 이상룡 선생(1858∼1932)의 고손자인 이창수(54) 종손은 "설 차례상은 작은 상 4개에다 과일 4개랑 포, 떡국까지 합해 10개가 채 안 되도록 간소하게 마련한다"고 했다.

이 종손은 일년내내 모셨던 제사도 바꿨다. 광복절인 8월 15일 4대조의 제사를 모두 모아 지내고 있으며 제사 시간도 자시에서 정오로 변경했다. 제사를 마치면 가족들과 둘러앉아 비빔밥을 먹을 정도로 식사도 간소화했다.

퇴계 16세손인 이근필(87) 종손은 "죽으면 납골당에 가겠다"고 했으며, 17세손인 이치억(43) 차종손도 "제사가 간소화되지 않으면 종가의 미래는 없다"고 하면서 '종가의 개혁'을 주창하기도 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