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깡문칼럼] 성폭력 피해자들, ‘미투 운동’폄하 왜곡 하지마라

미투 운동은 미투(Me Too)란 ‘나도 고발한다’는 뜻이다.

2018-08-19     이강문 주필
▲ 양파방송.양파뉴스 이강문 총괄사장.

우리나라에서는 미투 운동보다 빠른 2016년 10월 SNS를 중심으로 성폭력 운동이 일어났다. 미투 운동은 미투(Me Too)란 ‘나도 고발한다’는 뜻으로 성폭력 피해자들이 SNS를 통해 자신의 피해 경험을 잇달아 고발한 현상이다.

2006년 미국의 사회운동가 타라나 버크가 제안했으며 2017년 10월 폭로된 하비 와인스타인의 성폭력 사건을 계기로 빠르게 확산했다. 특히 직장 등에서 비일비재하게 일어나는 권력형 성폭력에 주목하는 계기가 됐다.

특히 사회에 만연한 성폭력의 심각성을 알리고 피해자 간 공감을 통해 연대하는 것을 목적으로 한다. 많은 사람들이 SNS에 자신이 겪은 성폭력을 고발하고 ‘미투 해시태그를 붙여 연대 의지를 밝혔다. 이후로도 전 세계 80개 이상 국가에서 미투 해시태그를 통한 성폭력 고발이 이어졌다.

성폭력 피해 경험을 공유하며 피해자들에게 “당신은 혼자가 아니며 우리는 함께 연대할 것”이라는 메시지를 전달한다는 의미가 있다. 미투 운동은 성폭력 생존자들이 SNS에서 미투 해시태그와 함께 자신의 피해 경험을 폭로한 사회 현상이다.

미투 운동에는 여성뿐 아니라 일부 남성 피해자들도 함께 연대했다. 미투 운동은 아직도 비일비재하게 일어나는 권력형 성범죄에 주목하는 계기가 됐다.

권력형 성범죄란 가해자가 자신의 우월적 지위를 이용해 저지르는 성폭력이다. 하비 와인스타인 사건도 자신의 권력을 이용해 상대에게 강압적인 성관계를 요구했다는 점에서 전형적인 권력형 성범죄로 여겨진다. 권력형 성범죄 피해자는 자신의 피해 사실을 고발하는데 극심한 어려움을 겪는다.

가해자를 고발할 경우 권력 차이로 인해 피해자가 오히려 불이익을 받을 가능성이 크기 때문이다. 성폭력 피해자에 대한 사회적 편견도 고발을 어렵게 만드는 요인이다. 이런 이유로 직장 등에서 성폭력 예방 교육은 물론 성폭력에 대한 인식 변화가 필요하다는 의견도 대두하고 있다.

웹툰 등 서브컬처 문화 내부의 성폭력을 고발하는 해시태그를 시작으로 문단, 교육계, 문화계, 연극계, 영화계, 직장, 학교, 교회, 대학, 가족 등 각계각층의 성폭력 경험이 SNS를 통해 폭로됐다. 특히 문학계를 포함한 예술계 전반의 성폭력 피해가 알려졌으며 몇몇 유명 시인과 작가, 평론가, 큐레이터 등의 성폭력 관련 혐의가 드러나 사회적 파문을 일으켰다.

수행비서를 성폭행한 혐의로 기소된 안희정 전 충남지사에 대해 1심에서 무죄가 선고됐다. 이번 판결은 유력 정치인이 연루된 데다 ‘미투 운동’과 관련해 나온 사실상의 첫 번째 주요 판결이어서 세간의 관심이 쏠렸다.

안 전 지사는 업무상 위력에 의한 간음 4회와 추행 1회, 강제추행 5회 혐의로 기소돼 징역 4년을 구형받았으나 1심 재판부는 모두 무죄로 판단했다. 재판부는 위력에 의한 간음·추행 혐의와 관련해 “피해자 심리가 어땠는지를 떠나 피고인이 적어도 어떤 위력을 행사했다거나 하는 정황은 없다”고 밝혔다.

이번 사건의 가장 큰 쟁점이었던 업무상 위력의 존재를 인정하지 않은 것이다.무죄 판결이 나오자 여성계 등에서 납득할 수 없는 판결이라며 강력 반발하고 나섰다. 안희정 성폭력사건 공동대책위원회는 기자회견을 열고 “성폭력을 사회에 알리기까지 수백번 고민을 반복할 피해자들에게 침묵에 대한 강요가 될 것”이라고 비난했다.

이번 판결에 대해 성폭력 범죄의 특성상 위력에 의한 것임을 입증하기 어려운 조직 내 약자 입장을 고려하지 않은 판결이라는 목소리가 나오고 있다. 그러나 재판부 판단은 존중돼야 하며, 피해자와 검찰이 항소 의사를 밝힌 만큼 상급심의 판단을 지켜볼 필요가 있어 보인다.

▲ Jtbc 뉴스룸에 출연한 서지현 검사.

서지현 검사의 폭로를 시작으로 촉발된 ‘미투’는 가해자 개인에 대한 사법처리를 넘어 사회의 각성을 촉구하는 변혁운동이다. 이번 판결이 우리사회 전반으로 확산 중인 미투 운동의 폄하로 이어져서는 안된다.

이를 계기로 우리 사회에서 여성이 안전한 삶을 보장받을 수 있도록 법적·제도적 뒷받침을 하는 계기로 삼아야 할 필요가 있어 보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