보수 궤멸, “민주당 압승, 한국당 바른미래 지리멸렬 반사이익”

보수 지지층·전문가, 6.13 지방선거 분석…국민, 정부 적폐청산 바람 지속

2018-06-17     장현준 본부장

김성태 자유한국당 원내대표 등 의원들이 지난 15일 오후 서울 영등포구 여의도 국회에서 진행된 의원총회 후 자유한국당에 등을 돌린 국민들에게 사죄의 무릎을 꿇었다는 전언이다.

6·13 지방선거는 민주당의 압도적 승리로 마무리됐다. 반면 보수진영에는 역대 최악의 참패라는 오명을 남겼다. 보수 지지층과 전문가들은 보수로 분류되는 자유한국당과 바른미래당이 힘을 합치기는커녕 분열된 상태로 선거를 치렀기 때문에 패배 규모가 더욱 커졌다는 목소리가 나온다.

보수당 참패 원인으로는 남북 평화기류에 색깔론을 앞세운 한국당, 합당으로 정치적 색깔이 불분명해진 바른미래당, 그리고 두 당이 개별 활동을 하는 바람에 이도저도 아닌 결과를 얻게 된 것이라는 견해들이 나왔다.

우선 국민들에게 박근혜 전 대통령 탄핵에 이은 적폐청산 바람이 지속되고 있다는 점이 보수 몰락의 큰 원인으로 꼽혔다.

정치평론가 고성국 박사는 "탄핵에 대한 국민 지지가 70~80% 정도였는데 그게 그대로 문재인 대통령 지지로 나오고 있다. 이번 선거에서도 여전했다"며 "한국당이 뭔가를 해보려 했으면 이 탄핵, 적폐청산 프레임을 넘어설 뭔가 새로운 것을 가지고 나왔어야했는데 그러지 못했다"고 말했다.

한국당의 전략적 실수와 대응 실패에 대한 지적도 나왔다.

이종훈 명지대 교수는 "과거에 대한 반성이 없고 박근혜·이명박 정부 시절의 과오를 제대로 반성한 적이 없다."고 말했다. 이 교수는 "공천 과정에서 인적 청산도 좀 하고 새로운 인물로 공천했다면 달랐겠지만 다 측근이 아니었나. 부산시장 후보에 서명수, 인천시장 후보 유정복 공천도 그랬다"며 "보수 유권자조차도 지지해야할 지를 망설이게 되고 샤이 보수(숨은 보수)가 늘어났다"고 분석했다.

박상병 인하대 정책대학원 교수는 남북 정상회담에 이은 북미 정상회담으로 훈풍을 타고 있는 한반도 평화 기류에 대한 한국당의 대응이 잘못됐다고 꼬집었다.

박 교수는 "문재인 정부와 민주당이 나름 잘 하고 있다. 북미관계만 봐도 혁명적인 전환점이 만들어졌다. 구체적인 CVID(완전하고 검증가능하며 불가역적인 비핵화)가 없다지만 거대한 변화의 신호탄이 쏘아졌는데 이 상황에서 한국당은 오히려 이념 타령, 색깔론을 내세웠다"고 분석했다.

박상철 경기대 정치전문대학원장은 "사실 대통령 지지율이 높으면 여권 견제 심리로 제동이 걸리는 게 선거 관례였는데 이번엔 그런 것이 없었다. 이는 야권이 (한국당과 바른미래당으로) 분열됐고 갈등 구조에 있었던 것이 결정적 영향을 미쳤다. 유권자가 보수정당을 지지하고 싶어도 중심에 있던 보수당이 이제 흐트러졌다"고 말했다.

나아가 바른미래당의 정체성이 모호한 점도 보수진영의 패배와도 연결된 측면이 있다.

스스로를 보수 지지자라고 밝힌 이모(37)씨는 "바른정당 지지를 했는데, 지금의 바른미래당은 지지하기 어려웠다"며 "국민의당과의 합당으로 당의 정치적 성향이 오히려 불분명해진 것 같다"고 말했다.

박상병 교수는 바른미래당의 지방선거 참패에 대해 "광역단체장은 그렇다 하더라도 정당득표율이 중요한데 기초단체장 득표율을 보면 앞으로 야권이 재편될 때 희망이 어디에 있나"라고 말했다.

이번 선거결과를 놓고 한국당과 바른미래당 중심의 보수당 정계개편 가능성이 제기되기도 한다. 하지만 전문가들 사이에서는 쉽지 않을 것이라는 전망이 우세하다. 총선 전에나 가능할 수 있다는 이유에서다.

신율 명지대 교수는 보수당 정계개편에 대해 "지방선거 결과에 의해서는 안 일어날 것이다. 정당 입장에서는 국회 내 의석수가 중요한 것"이라며 "언젠가는 합치겠지만 총선 전에나 가능성이 있어 보인다"고 내다봤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