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깡문칼럼] 생쥐와 닭, 두 마리 사형 선고

평화를 쥐처럼 갉아먹었던 허연 인간들의 고상한 은유에 속이 뒤틀렸기기 때문.

2018-03-29     이강문 주필
▲양파방송.양파뉴스 이강문 총괄사장.

필자가 솔직하게 얘기하자면, 대구의 중심부 경상감영공원을 지날 때면 필경 마주치게 되는, 사람이 던져주는 모이에 길들여 뒤룩뒤룩 살이 쪄서 잘 날지도 못하는 닭 같은 비둘기를 만난다. “저건 비둘기가 아니야, 쥐야 쥐, 날 수 있는 능력마저 상실한 공중의 쥐야!” 평화의 상징이라는, 사실은 평화를 쥐처럼 갉아먹었던 허연 얼굴을 한 인간들의 저 고상한 은유에 속이 뒤틀렸기기 때문일까?

SNS에 비유하는 전직 대통령을 쥐 아니면 닭으로 표현한다. 쥐의 습성은 무엇인가 자꾸 갉아 먹으려는 습성을 가졌고, 닭은 생긴 것처럼 대가리(머리)가 비어 있음을 비유해서 동물에 비유했을 것이다. 언뜻 지난 정부의 모리배들을 생각하면서, 저 날개 달린 닭이던 쥐던, 아니면 우리가 아는 고전적인 쥐든, 싫어하는 동물을 없애는 아주 좋은 방법이 있다고 한다.

가령 “비둘기가 정력에 그만이래.” 같은 소문을 내는 거다. 누군가 유명한 과학자나 의사가 방송에 나와서 한 마디만 해주면 그 효과는 정말 상상이외로 확실할 것이다. 가격이 얼마 든 많은 남자들이 은밀하게 비둘기를 잡아 요리해 먹을 것이다. 과거 까마귀가 그랬다. 누군가 까마귀가 정력에 좋다고 하자 한 마리 40만 원에 팔리고 있다는 소문을 들었다.

사실 까마귀야 검고 음침한 몰골에 불길한 울음소리로 인해 ‘흉조(凶鳥)’의 상이 되었고, 우리에게 죽음 내지 시체에 인접해 있음을 상기시키는 위치를 반복적으로 부여받은 기분 나쁜 건은 새가 아니었던가. 그런데 어떤 사람이 까마귀가 정력에 좋다는 소문에 한 마리가 40만원에 팔리고 있다는 얘기는 놀랍다. 그 사람의 평범한 상상력이 안타깝게 느껴졌다. ‘이왕이면 쥐나 암탉처럼 정력이 좋다고 하지.......’

그러면서도 한편으론 괜스레 뜨끔해졌다. 어쨌건 ‘정력이 좋다’는 문장은 적어도 한국이라면 모든 동물에 내려지는 최악의 사형선고임이 분명하다. 우리는 반대의 경우도 잘 알고 있다. 어떤 동물을 번식시키려면 그것이 ‘돈이 된다.’는 소문을 내면 된다. 아마도 쥐가 정력에 좋고, 돈이 된다고 하면 여기저기 쥐를 키우고 양육하는 농장이 생겨날 것이고, 논에 피가 돈이 된다면 논은 벼가 아니라 온 논에 피를 키우는 ‘피바다’가 될 것이 틀림없다.

우리나라처럼 정력에 좋은 그 무엇(?)이 있다면 온 산을 헤매서라도 씨를 말리는 나라는 없을 것이다. 그래서 우리는 살아있는 동물에 대해 ‘돈이 된다.’는 말은 ‘정력에 좋다’는 말이 정력에 좋은 것만 죽인다면, ‘돈이 된다.’는 말은 돈이 안 되는 모든 것을 죽인다는 점이다. 어떤 게 더 끔직한 사형선고일까? 하여간 ‘정력에 좋다’라는 말이 요즘처럼 ‘미투’를 만들어 냈는지도 모른다.

‘적폐청산’이란 말이 지금처럼 언론에 등장해 온 날이 없었다. 적폐청산, 참으로 시의적절한 말이다. 얼마나 폐단이 쌓여 있으면 ‘적폐청산’이란 용어까지 나와 과거정부의 부역자들의 씨를 말리고 있는가. 이명박, 박근혜 정부에서 공직에 있었던 사람들마저 고개를 들지 못하고 살아야 하는가 하는 것도 생각해 보아야 한다. 그러나 어떤 경로로 공직에 있었고, 승진을 했는가를 캐다보면 불과 적폐청산은 일부에 해당될 것이다.

박근혜의 치마폭에서 정치를 하고 박근혜가 임명했다는 이유만으로 고개를 들 수 없는 정치가 한국만의 기현상이라고 한다면 그것마저 안타깝다. 오늘 박근혜 전 대통령의 재판에서 세월호 7시간 30분이 밝혀졌다고 한다. 세월호가 침몰하던 날, 관저에서 최순실을 비롯하여 문고리 3인방과 대책회의를 했다는 조사과정을 듣고 또 한 번 까무러질 뻔했다.

국민 세금으로 그 수많은 청와대 수석과 비서진을 제쳐 두고 최순실과 문고리 3인방과 대책회의를 했다니, 이게 무슨 소린가, 완전히 닭대가리가 하는 방법이 아닌가. 네티즌이 닭이라 하는 소리를 지금에야 이해할 수 있으니 나도 닭대가리인가. 어찌 그 정도밖에 생각 못하는 대통령을 뽑았는지 지금 생각해도 4년만 했기에 다행이라 생각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