개종 5
황인찬
여름
성경학교에
갔다가
봄에
돌아왔다
- 『구관조 씻기기』 (민음사, 2012), 96쪽
황인찬
1988년 경기도 안양 출생
2010년 「현대문학」 신인 추천으로 등단
시집
『구관조 씻기기』 (민음사, 2012)
『희지의 세계』 (민음사, 2015)
수상
2012 제31회 김수영 문학상 수상
● 대학생 때 친구가 회사 근처에서 보자고 했다. 회사에 볼일 있다고 잠시 같이 가자는걸 따라 갔다가 그날 밤늦게 건물에서 나온 적이 있다. 무슨 여러 가지 사업에 대해 설교하는 자리였다. 믿음이 필요한 곳이었다.
그래서 믿음이 있는 곳에 갔다. 사람을 믿어서 간 곳도 있었고, 신념을 믿어서 간 곳도 있었다. 간단한 몇 가지 교리를 배웠고, 친구도 생겼다. 사랑이나 행복, 미래, 정의 같은 잘 모르는 꿈도 있었다. 그리고 사람을 많이 모아 와야 했고, 사람을 많이 모아오면 누군가는 인정받아 크게 되는 것도 같았다. 잘되면 너도 높은 등급이 된다고 했다. 돈, 권력, 인맥이 모여 권위가 된다는게 삼위일체일까. 그래도 지구는 돌지만 아무래도 믿음이 좀 더 필요했다.
요령이 없어서 늘 표지판을 잘못 보곤 한다. 그래서 여기저기 헤메다 보면 시간이 휙하니 지나가 버린다. 늦게사 제 길로 다시 돌아온다. 좋은 여행이었고, 재미있는 일도 많았다. 그리고 쓸데 없는 시간낭비였다. 매번 이상한 길로 다녀서 헐레벌떡 서두르게 된다.
전도사님은 오늘도 인기가 많다. 부럽다. 나는 성경도 다 읽었고, 그래도 지구는 돌지만.